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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 호주머니에 남는게 없다
소비자들 호주머니에 남는게 없다
  • 승인 2007.10.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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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데 중산층과 서민들은 왜 여전히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가 했더니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각종 세금과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이 그 주범이다.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법규나 제도에 의해 강제적으로 내야 하는 이들 국민부담금이 계속 큰 폭으로 늘어나다 보니 수입이 웬만큼 증가해서는 호주머니에 남는 게 별로 없다.

경기가 아무리 좋아져도 쓸 수 있는 돈이 늘지 않으면 소비자들로서는 말짱 헛일이다.

정부의 거듭된 주장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경기 회복을 실감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2/4분기에 전국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은 309만2천 원으로 4년 전인 2003년 2/4분기의 256만 7,000원에 비해 20% 남짓 증가했으나 조세, 사회보험료, 타가구 송금 등으로 구성되는 비소비지출은 28만 6,000원에서 39만 7,000원으로 40% 가까이 늘었다.

비소비지출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의 두 배나 된다. 비소비지출 중에서도 세금과 사회보험료의 증가 속도가 특히 가파르다.

소득세, 주민세, 재산세, 자동차세 등의 세금은 같은 기간에 43.9%가 뛰었고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의 사회보험료는 33.8%가 증가했으며 국민연금 등의 공적연금도 24.4%가 늘어나며 소득 증가율을 앞질렀다.

전체 소득에서 비소비지출 등을 제외한 가처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2.4분기 기준)은 2003년 88.9%에서 2004년 87.9%, 2005년 87.6%, 2006년 87.4%에 이어 올해에는 87.1%까지 떨어졌다.

가계수지 통계가 전국 가구로 확대된 2003년부터 줄곧 하락세다. 가처분소득의 비중이 낮아진다는 것은 소득이 늘어나는 만큼 소비나 저축 여력은 증가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소득 증가와 생활의 윤택함이 따로 논다는 얘기다. 그러나 앞으로도 가처분소득의 비중이 계속 떨어진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사회복지 재정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당분간은 지금과 같은 추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으며 그래도 국민부담률은 선진국들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으니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복지의 양과 질은 선진국에 비해 형편없는데 국민부담률이 높으냐, 낮으냐 하고 따지는 것은 기만에 다름 아니다.

공공 부문의 효율도 생각해 볼 일이다. 정부와 공공기관의 방만한 예산 집행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만 해도 외유성 해외 출장과 연수·유학, 엉터리 야근 등으로 사회를 시끄럽게 했던 사건이 수두룩하지 않은가.

해마다 연말이면 미처 쓰지 못한 예산을 한꺼번에 집행하려고 허둥대기 일쑤이고 아무 사업에나 주먹구구식으로 뛰어드는 무모함으로 탕진한 혈세는 또 얼마인가.

복지 수준 향상이라는 구실로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많이 걷는 것만이 능사일 수는 없다는 얘기다.

그보다는 가처분소득을 늘려 주는 게 생활의 윤택함을 보장하는 데 훨씬 더 효과적이다.

진정 국민을 위한 정부라면 국민에게 허리띠 졸라매기를 강요하기에 앞서 예산 낭비는 없었는가부터 되돌아보는 게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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