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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격투기속에 핀 ‘여자 심판의 꿈’
거친 격투기속에 핀 ‘여자 심판의 꿈’
  • 승인 2007.03.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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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삼보 여자심판 김은화씨
“정정당당한 스포츠 격투기 매력에 빠져... 국제적인 심판될 것”
주먹과 발차기가 오고 가고 땀으로 온몸이 흠뻑 젖은 선수들이 링위를 뒹군다.

남성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이종 격투기 무대. 지난 1월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1회 MFC 코리아대회’에서 격투기와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연약한 체구의 한 여성이 링위에 우뚝 서 있었다.

최초이자 국내 유일의 삼보 여자 심판인 김은화(사진.32.진주시 상평동)씨가 바로 그 주인공.

29일 오전 진주시 청무체육관에서 만난 김씨는 여느 여성들처럼 다이어트를 위해 격투기 세계에 입문했다.

“격투기를 시작하기전에는 과격한 운동이라 생각해 싫어했었다”는 그는 진주시 호탄동 모 학원에서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는 평범한 수학강사.

그런 그가 격투기를 시작한지 7년이 지난 지금은 정정당당한 스포츠인 격투기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격투기가 폭력적이고 과격한 스포츠로만 알려져 있는데 건강은 물론 다이어트에도 좋고 스트레스도 풀고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자신감도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스포츠”라고 그는 자신있게 이야기한다.

김씨는 2005년 가을에 국내 최초로 삼보 심판 자격증을 획득, 지난 1월에 열린 MFC 코리아대회를 비롯 2005년부터 전국삼보선수권대회에서 주심을 맡았다.

타 격투기 종목 관계자들이 김씨를 보고 심판 능력은 물론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부드럽게 경기 전체를 이끌어 가는 것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심판으로 전향하기 전 선수로서의 경력은 더 화려하다.

2002년 대한 격투기 협회 신인왕전으로 격투기 무대 공식 데뷔전을 장식한 그는 2003년 국제 킥복싱 골든글러브, 2004년 대한무에타이총연맹 랭킹전, 2005년 국제킥복싱 왕중왕전, 국제킥복싱연맹 여자핀급 타이틀매치 등 각종 국내외 경기에 출전해 12승 3패의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2005년 9월 전 세계 40개국이 참가한 태국 킹스컵 월드무에타이 챔피언쉽 토너먼트에 출전해 우리나라 최초로 여자부 금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일궈내기도 했다.

이제 심판의 길을 걷고 있는 그는 선수로 링위에 올라 갈때보다 심판으로 올라갈 때가 더 긴장된다고 말했다.

“선수는 자신의 기량만큼 경기장에서 펼쳐 보이기만 하면 되지만 심판은 전체 경기 흐름을 조율하고 선수들의 입장까지 파악해야 하는 등 고도의 집중력과 책임감을 요한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또 그는 “최근 삼보를 비롯 격투기를 하기 위해 체육관을 찾는 여성들이 늘고 있고 기량도 향상되고 있다”며 “좀더 격투기를 전문적으로 하는 여자선수들이 늘어나 생활스포츠로서 삼보, 무에타이와 같은 격투기가 더욱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김씨가 격투기에 입문할 때부터 그를 지도해 온 삼보연맹 경남지부장 정재규 청무체육관 관장은 “체육관 개장때부터 은화씨는 7년간 특유의 성실함으로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고 다른 선수들에게 모범이 되고 있다”며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링위에서 일어나는 세밀한 부문까지 챙기는 등 심판으로서 자질도 뛰어나다”고 평했다.

또 정 관장은 “평소에는 여성스러움이 넘치지만 링위에 서면 눈빛이 무섭게 달라진다”고 귀띔하면서 “존경한다는 표현을 잘 하지않는데 은화씨의 용기와 아름다운 도전에 존경을 표한다”며 제자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직 미혼이라며 수줍어 하면서도 결혼후에도 집안일은 물론 심판일도 열심히 하고 싶다는 꿈 많은 아가씨이자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격투가인 김은화씨.

“유명한 선수들의 경기 주심을 맡을수 있도록 많은 것을 공부하고 실전 경험을 쌓아 심판으로서의 자질을 더 배워 국제적인 심판이 되겠다”는 다부진 꿈이 있기 때문에 그에게 도전은 항상 즐거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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