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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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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3.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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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성격이나 의지탓 아니다
한 40대 아주머니가 있었다. 그 아주머니에게는 남부럽지 않은 아이들과 남편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주머니의 말수가 눈에 띄게 줄고 힘이 없어 보였다. 알고 보니 그 일은 고등학교 동창모임에서 한 친구를 만난 뒤부터 시작되었다. 그 친구는 고등학교 때는 자기보다 외모나 성적도 못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어엿한 전문직업인으로 돈도 잘 벌고 일년에 한두 번씩 남편과 해외여행도 다니는 생활을 누리고 있었다. 그 친구와 자기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허전함을 느끼는 자신에 대해 오히려 실망하고 자책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잠 못 이루는 날이 많아지고 입맛도 떨어지고 애들한테도 짜증이 많아졌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의 사소한 말 한마디에 아슬아슬 지켜오던 모든 것들이 무너지고 말았다. “여보, 반찬이 좀 짠 것 같아”, “내가 이 집 식모야? 왜 만날 나보고 그래요” 그러곤 상을 뒤엎어버렸다. 애들과 남편은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기의 행동에 스스로 놀란 아주머니는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보고에 의하면 전 국민의 48%가 일생에 한번 이상의 우울 증상을 경험하며, 남성의 3-5%, 여성의 6-12% 정도가 우울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우울증에 걸리게 되면 여러 가지 신체적인 질병에도 잘 걸리게 된다. 예를 들면 우울증 환자의 경우 심근경색에 걸릴 확률이 일반인의 5배에 달한다고 한다.

우울증에 걸리게 되면 이제까지 해왔던 일들이 더 이상 재미가 없고 의욕이 떨어진다. 일상생활에서의 우울한 기분은 길어도 2주를 넘기지 않는다. 적어도 일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의 어려움이 최소 2주 이상 지속될 경우에 우울증을 의심하게 된다.

우울한 사람의 신경세포는 이미 위축되어 제 기능을 다하기 어렵다. 이런 분에게 활동을 강요하고, 기분전환을 요구하는 것은 마치 뇌출혈로 인한 반신마비가 있는 분에게 제대로 걷지 못한다고 의지가 약하다고 비난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우울증에 걸리게 되면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고 자책하는 경향이 있다. 더 이상 자신을 돌볼 여력도 자신을 도와주는 타인의 노력에 조그마한 배려조차 할 수 없는 것이 우울증의 가장 큰 어려움이다.

다행히 우울증의 초기 치료성공률은 80%에 육박할 정도로 치료성공율이 높다. 우리 혹은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에게 생긴 우울 증세를 그 사람의 성격이나 의지 탓으로 돌리지 말고, 좋아질 수 있고 도움 받을 수 있는 우울증이라고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다면, 이미 우울증이라는 병은 절반 정도는 치료된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 우울증의 진단기준(이중 5개 이상이면 조심)
△하루 종일 우울한 기분이 2주 이상 지속 △일상 생활에 대한 흥미나 즐거움이 없어짐 △체중 감소 또는 증가, 식욕 감소 또는 증가 △불면 또는 수면 과다 △정신운동 지연 또는 초조△피로감 및 활력 상실 △무가치감 또는 부적절한 죄책감 △사고력 및 집중력의 감소, 우유부단 △반복적인 자살 사고 및 시도, 죽음에 대한 반복적인 생각들

마산삼성병원 정신과 류정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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