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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속력 잃어가는 한나라당 소장파
결속력 잃어가는 한나라당 소장파
  • 승인 2006.12.05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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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정치의 계절 속에서 한나라당의 소장파 의원모임인 ‘새정치수요모임(이하 수요모임)’의 고민 역시 깊어지고 있다.

5·31 지방선거에서 당내 기반이 약했던 오세훈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 서울시장에 당선시키며 장밋빛 미래를 열 것 같았던 수요모임은 직후 치러진 7·11 전당대회에서 독자세력화에 실패한 후 ‘몰락’이란 평을 들을 만큼 침체기를 맞이했다.

이런 와중에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 이른바 ‘빅3’ 후보들의 지지율이 요동치면서 당내 다른 모임과 마찬가지로 소속 의원들의 지지후보도 지그재그로 엇갈리기 시작, 수요모임이 침체기를 넘어 분열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17대 국회 출범 직후 20명의 개혁성향 의원들이 모여 결성한 수요모임은 한나라당이 공천헌금 수수, 부적절한 골프 사건 등 구태 이미지를 답습할 때마다 ‘정적(政敵)’들의 비판보다 앞서 당의 나태함을 꾸짖으며 당내 선진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소장파가 다른 모임과 마찬가지로 권력투쟁에 골몰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당내 중도세력인 ‘푸른정책연구모임(이하 푸른모임)’과 손을 잡고 ‘당의 새로운 미래를 지향하는 모임(미래모임)’을 만들면서 이 같은 비판은 더욱 높아졌다.

당시 수요모임은 초선과 소장 그리고 중도파 세력들을 규합해 당 지도부에 소장파를 진입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때만 해도 소장파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남경필 의원의 당 지도부 진입이 유력했다.

그러나 당초의 예상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중도파의 권영세 의원이 이들을 대표하는 후보로 뽑혀 전당대회에 출마하게 된 것.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권 의원은 6위를 기록, 선출직 최고위원에 당선되지 못했다.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난 후 수요모임 안에서는 “굳이 당 지도부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개혁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는데 우리가 오판을 했다. 욕심이 화를 불렀다”는 반성이 나왔지만 뒤늦은 것이었다.

한때 수요모임에 몸담았던 한선교 의원이 전당대회 직후인 지난 7월18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당의 쇄신을 위해 애써왔던 소장파들이 지금 초심을 지키고 있나. 혹시 정치세력화 하는데 몰두하고 있는 건 아니냐”고 비판했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사실상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라는 유력 대선주자들의 대리전으로 치러졌다는 평가를 받았던 전당대회 이후 이들을 중심으로 한 당내 줄서기가 가속화되면서 수요모임의 소장파 의원들도 저마다의 지지후보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결속력이 무너지는 순간이 온 것이다.

실제 정치권 주변에선 수요모임의 대표를 맡고 있는 남경필 의원이 손학규 전 지사를, 이성권 의원 등은 이명박 전 시장 그리고 정진섭 의원 등은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하고 있다고 알려진 상태다.

이른바 ‘남원정(남경필, 원희룡, 정병국)’으로 불리며 소장파를 이끌고 있는 원희룡 의원이 대권도전을 고민하는 것도 이 같은 분위기 때문이라고 한다.

‘빅3’ 대선후보들에 가려 크게 주목받진 못했지만 오래 전부터 ‘잠룡(潛龍)’으로서의 가능성이 제기됐던 원 의원은 당초 정기국회가 끝나는 이달 중순께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까진 지원군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결심의 시기를 미루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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