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5월에 2000명 증원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의대 증원에 쐐기를 박으면서 정부와 의사 간 갈등이 좀처럼 봉합되지 않는 가운데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시한 의정(醫政) 간 대화창구 마련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이를 지켜보는 환자들은 '사태 장기화'를 걱정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을 늦추고 의사들과 대화에 나설 방침을 밝혔지만,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2000명 의대 증원 철회'를 선결 조건으로 소속 대학을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외래진료, 수술, 입원 진료를 주 52시간으로 줄이고, 다음 달 1일부터는 중증·응급환자 치료만 할 방침이라고 한다. 의대 교수들이 당장 의료 현장을 떠나는 것은 아니지만, 환자와 가족들의 불안감은 극심하다.
윤석열 대통령도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이탈 전공의를 상대로 한 면허정지를 당과 협의해 유연하게 처리하라"면서 "의료인과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추진해 달라"고 요청했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의료계가 만난 후 의정 대화를 모색하기 시작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발씩 물러서야 문제 수습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증원이 확정된 지방 의대들은 오는 5월 입시요강 발표에 맞춰 후속 절차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교육부도 증원된 의대들을 대상으로 시설과 교수 인력 등이 얼마나 더 필요할지 수요조사에 들어간 마당이다.
의대 정원 결정은 명백히 정부의 권한이다. 하지만 환자들의 불안을 더는 방치할 수 없는 현실에서 정부도, 의료계도 지금 선택지는 대화뿐이다. 국무총리가 직접 주도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어떤 의료단체와도 대화의 장을 열겠다고 한다. 불가능한 요구로 국민 신뢰를 더 잃을 게 아니라 의대 교수들이 주축이 돼 앞으로의 의료개혁 세부안을 논의해야 한다. 이 기회를 놓쳐서도 안 된다. 지금은 의료계가 정부와 실질적 대화를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총선 이후가 아니고 지금 당장 의료계는 단일안을 만들어 총선 전에 정부와 결말을 내야 한다. 총선이 끝난 후라면 의료계의 뜻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마디 부언한다면 정부와 의료계가 결말을 유도하기 전에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과부터 해야 한다. 의료계의 혼란이 국민의 불편과 불행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에 따라 정부는 책임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