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5:01 (토)
'로드 킹' 이륜자동차 '도로 서자'로 전락
'로드 킹' 이륜자동차 '도로 서자'로 전락
  • 김중걸 기자
  • 승인 2024.03.27 22: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중걸 편집위원
김중걸 편집위원

도로를 달리는 이동 수단 가운데 진정한 '도로의 왕(王)'은 어떤 것일까? 단연 최강자는 이륜차 오토 바이크(AUTO BIKE) 혹은 모터사이클(Motorcycle)이다. 이를 대변이라도 하듯 세계적인 모터사이클 제조업체인 미국의 H사는 기존의 모터사이클 모델명을 '로드 킹(Road King)'으로 개명해 지난 1994년 출시했다. H사는 지난 1903년 창립해 모터사이클을 제조 판매해 오고 있다.

모터사이클 즉 이륜차는 자전거처럼 두 바퀴이지만 강력한 모터나 엔진이 달려 있다. 이 때문에 자동차와 진배없는 속도로 달리는 질주 본능을 가진 DNA에다 작은 몸체로 사륜자동차로 꽉 막힌 도로 위를 아무런 장애 없이 손쉽게 운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륜차의 장점은 차량과는 달리 주차 공간을 크게 차지하지 않는 데다 나홀로차량 운행으로 인한 에너지 낭비를 줄일 수 있는 점 등이 있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전기 바이크가 출시되면서 친환경·탄소 중립 실천도 가능해졌다.

그런데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 이륜차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도로의 왕'인 이륜차가 고속도로 등 자동차 전용도로를 통행·운행을 하지 못하게 규정한 도로교통법으로 인해 '도로 위의 서자'가 되고 있다.

자동차전용도로의 이륜차 통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최근 또다시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 이 문제는 헌법재판소에 지난 2007년 첫 번째 심판청구에 이은 6번째나 청구된 해묵은 주제다. 이륜차 소유자들은 이륜차 통행을 금지하는 현행 법률이 통행의 자유와 평등권 등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재는 합헌 결정으로 답했다. 헌재는 지난 2020년에는 "이미 여러 차례 합헌 결정 선례가 있고 사고 발생 가능성과 위험성을 고려했을 때 법률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한다고 볼 수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또 "이륜차의 성능(배기량과 출력)이 사륜자동차에 뒤지지 않는 경우에도 그 중대성이 완화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를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청구인 주장도 모두 반박했다. 재판부는 선례 변경 필요성에 대해 "이륜차의 구조적 특성 변화로 사고 결과 중대성에 변화가 있지 않다"며 "운전 문화와 일반 국민의 인식이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경찰 이륜차 등 긴급자동차와의 차별 주장에 대해서는 "소방차, 구급차, 혈액 공급 차량 등 급박한 상황에서의 예외를 규정한 것"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신체 보호 목적을 지닌 본래의 용도를 차별로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이영진 재판관은 "260㏄를 초과하는 대형 오토바이는 사륜자동차와 동등한 주행 성능을 지니고 있다"며 "이륜차의 통행을 위한 관련 제도 확대 노력을 통해 이륜자동차 운전 행태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 일정 배기량 이상의 이륜차에 대해 고속도로 통행을 허용해야 한다"는 보충 의견을 냈다. 이어 "적어도 일정 구간에서는 통행을 허용하는 방법 또는 차로를 분리하거나 제한속도를 달리하는 방법을 통해 일률적인 통행금지가 가진 문제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입법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민권익위는 지난 25일부터 한 달간 이륜차의 자동차 전용도로 통행 여부를 놓고 국민 의견 수렴에 나서고 있다. 권익위는 온라인 설문 창구를 통해 여론을 모아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난 25일 오후 3시 기준으로 응답자는 2043명이라고 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이륜차의 자동차전용도로 통행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국가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전면 금지하고 있던 대만은 배기량이 일정 수준 이상인 이륜차의 통행은 허가하는 식으로 법률을 개정하기도 했다. 권익위는 이륜차의 자동차전용도로 통행 허용 민원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이륜자동차 운전자의 행태, 자동차 전용도로 통행 허용 등에 대한 국민 인식을 확인하고 그 결과를 제도 개선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이동수단이 인류의 삶을 바꾼다. 자동차 전용도로로 30분가량이면 갈 수 있는 길을 3시간가량 걸리는 경로로 우회하도록 하는 것은 모순이다. 지구는 탄소 배출로 병이 들고 있다. 전기자동차 등 탄소 중립을 위한 이동 수단도 변화를 맞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륜자동차는 거대한 몸체의 사륜자동차보다는 에너지도, 주차 공간도 줄일 수 있다.

이륜자동차의 이용과 운행의 다양화도 필요하다. 이미 도로는 속도 제한으로 또 고속도로는 구간단속으로 과속이 크게 줄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운전자의 교통안전과 안전운전 인식이다. 도로에서도 약자를 보호해야 하는 법칙이 적용된다. 약자(이륜차나 소형차)를 배려하지 않는 운전자는 퇴출돼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