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9:07 (토)
하얀 석유 리튬
하얀 석유 리튬
  • 경남매일
  • 승인 2024.03.27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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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홍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개발본부장
김제홍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개발본부장

배터리는 화학반응으로 전기를 만드는 장치다. 전해액(배터리액) 속에 두 종류의 금속판이 들어 있고, 그 금속판 두 개가 전해액과 함께 화학반응을 하며 전기를 만든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일부 소재를 이용한 배터리는 외부에서 전류를 흘려주면 화학반응이 역으로 일어나며 다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상태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 이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배터리를 '충전(充電)식 배터리', 또는 '2차전지'라고 부른다. 지금은 휴대폰을 포함한 전자제품에서 충전식 배터리가 없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이런 충전식 배터리의 양극 소재로는 니켈을 주로 이용했다. 한 때 가장 많이 사용됐던 니켈-카드뮴 배터리(NiCad 전지)는 소위 '메모리 효과'라는 단점이 있었다. 메모리 효과란 한 번 충전했던 배터리를 완전히 방전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그대로 충전하게 되면, 화학반응을 일으켰던 입자가 굳어져 전지의 충전 용량이 줄어드는 현상이다. 이 때문에 1990년대 중반까지 '니켈-수소' 배터리가 인기를 끌었다. 니켈-카드뮴의 개량형으로, 카드뮴을 수소저장합금으로 바꿔 효율을 높이고 메모리 효과를 줄인 것이었다. 그러나 니켈 계열 배터리를 장착한 초기 노트북컴퓨터의 사용 시간은 겨우 1시간 정도에 불과했다.

리튬은 일찍부터 고효율 배터리 소재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안정성이 매우 낮아 물과 닿으면 폭발한다. 그러다 리튬을 이온 형태로 만들어 다른 물질에 섞어 넣고, 음극과 양극에 두루 이용하는 방법을 고안해 내기 시작했다. 흔히 우리가 충전식 리튬 계열 배터리를 '리튬이온 방식'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동일 크기의 니켈 카드뮴 배터리보다 용량이 약 3배 많고, 메모리 현상이 없어서 배터리의 용량이 줄어들지 않는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처음 등장한 지난 1991년 이후, 아직까지 리튬을 완전히 대체할 차세대 충전식 배터리는 아직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단점도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전해액은 액체 또는 점성이 있는 젤(gel) 상태로 되어있다. 만일 배터리가 높은 전압으로 열이 발생하거나, 강한 충격을 받아 배터리 구역을 나누어 놓은 '분리막'이 손상되면, 양극재와 음극재, 전해액이 서로 섞이면서 강한 열이 발생하고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초고속 충전이 불가능한 것도 화재 위험성 때문이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구성요소 가운데 액체 전해질을 고체 전해질로 대체한 것이 '전고체 배터리'다.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되면 화재의 위험도 줄어들 것이다. 고체 전해질은 전해질과 분리막의 역할을 동시에 하기 때문에, 배터리를 얇게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폭발의 위험이 없어지며 다양한 형태로도 제작이 가능하다. 그리고 저온에서도 높은 효율을 유지한다.

'하얀 석유'로 불리는 배터리의 주원료 리튬 자원 확보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다. 광산업체, 배터리 기업, 완성차 기업뿐 아니라 석유 메이저 업체까지 리튬 확보에 뛰어들고 있다. 또, 현재 세계 리튬 가공의 70%p를 장악한 중국의 '리튬 무기화'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많은 나라들이 리튬 탐사를 활발히 하고 있다. 리튬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배터리 업계도 '탈(脫)중국'에 팔을 걷고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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