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20:14 (토)
특허통수권⑥ 수확체감 기업인가 수확체증 기업인가
특허통수권⑥ 수확체감 기업인가 수확체증 기업인가
  • 경남매일
  • 승인 2024.03.26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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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신원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주문이 늘어나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면 너무도 행복한 고민이다. 신속히 그만큼 필요한 생산요소를 늘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부족한 공장 부지를 더 마련하고 설비를 더 들여오며 인력을 충원한다. 그에 상응하는 자본 투자가 수반된다. 그런데 그 늘린 생산요소들에 비례하여 생산량도 늘어날까?

공장부지, 설비, 노동, 자본 등 주요 생산요소를 2배 늘린다고 해서 생산량이 그에 비례하여 2배로 늘지 않는다. 그건 경영자라면 다들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숙련도, 원자재 수급, 관리 역량, 공정 제약, 공간 한계 등 이런저런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요인들이 주요 생산요소들과 조화롭게 연동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수확체감의 법칙(law of diminishing returns)'이라 한다. 추가로 투입된 자원에 비례하여 생산량이 증가하지 않고 그 증가분이 점차 줄어드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논농사를 짓는 사람이 씨앗과 비료를 2배 늘려도 수확은 2배로 늘지 않는다. 일꾼의 수를 늘려도 마찬가지다. 가령 두 사람으로 늘리면 한 사람의 2배가 아니라 1.7배 쯤으로 늘고, 세 사람이 되어도 겨우 2배 쯤에 그친다는 식이다. 논의 면적을 더 늘려도 수확량이 뜻한 바대로 늘어나지 않는다. 관리자가 통제할 수 없는 인적, 물적, 환경적 이유가 어딘가에 잠복해 있기 때문이다.

이 '수확체감의 법칙'은 대부분의 양산 체제 혹은 수주 기반 제조업의 경영을 압박한다. 마케팅을 강화하여 수주 물량과 함께 생산 여력을 기껏 늘려놨더니, 생산성은 기대만큼 따라주질 않고 투자비용으로 인해 제조원가만 높아지는 모습이다. 이처럼 납품에 의존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발주 측의 변동에 휘둘리고, 거기다 수확체감에 다시 한 번 더 거듭 휘둘리는 셈이다. 과연 이는 우리 기업들에게 있어 불가피한 숙명일까? 진정 수확체감의 덫은 벗어날 수 없는가. 그 제약을 벗어나고 싶다면 먼저 그 반대 개념인 '수확체증의 법칙'을 이해해둘 필요가 있다.

'수확체증의 법칙'은 통상 규모의 경제를 설명하는 데 쓰이는 개념이다. 이 말은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기는 하지만, 일단 시스템이 정착되고 나면 단위 생산 비용은 급격히 감소하고 생산성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는 특성의 산업에 적용되는 말이다. 통상 대량 생산 설비 산업이나 부동산 임대업 등이 그런 효과를 누린다. 하지만 근래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과 같은 거대 IT공룡들에서도 많이 나타난다. 이들 기업의 사용 가치나 부가 가치는 엄청나지만 그 생산 혹은 유지비용은 미미하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제는 그 복제 및 배포 비용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

하지만 이런 IT공룡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우리 중소기업들에게는 언감생심 꿈꾸기조차 어려운 일이다. 그런 비즈니스 모델을 창안하고 추진하는 것은 다른 세상의 영역으로 보아야 한다. 그렇다고 해도 '수확체증'의 효과를 누릴 권리까지 지레 포기할 필요는 없다. 수확체증은 지식이나 기술 자본의 영역에서는 무척 쉽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담스런 초기 투자나 거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아도 누구나 그 효과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기술 등 지적 자산의 취득과 활용은 오직 의지와 노력, 그리고 창의력만 있다면 누구에게나 그 문이 활짝 열려 있다.

기술 등 지적 자산이란 것은 일단 한번 확보되면 그것을 쓰면 쓸수록 더 발전하고 더 나은 기술을 창출하거나 발견할 기회가 커진다. 지식은 '자가 증폭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존 스타인벡의 말처럼, "아이디어란 토끼와 같은 것이다. 한 쌍을 들여놓고 대충 키우는 방법만 터득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폭발적으로 번식하게 된다." 지식이나 기술은 그들을 서로 연결하였을 때 그 조합이 가져다주는 경우의 수는 급격히 증가한다. 그것이 바로 '수확체증'이다. 마치 토끼의 번식처럼, 일단 획득하여 자리 잡은 지식과 아이디어는 무한히 팽창하고 불어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지식은 풍선과 같다. 풍선이 커지면 외부와 접촉하는 면적이 커지게 되고 그만큼 더욱 많은 새로운 지식과 교류할 기회도 넓어진다. 이를 뉴턴이 말하는 '거인의 어깨에 올라선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일단 어느 분야의 기술에 대해 비교 우위의 지위를 가져보면 거인의 어깨에 올라 선 듯 더 멀리 더 많이 볼 수 있고, 그러면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을 보고 느끼고 갈망하게 힘은 더욱 커져, 엄청난 확대재생산 효과를 절실히 체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기술에 앞선 기업이나 국가는 더 가속적으로 달릴 수 있기에 뒤처진 후발 주자의 입장에서는 갈수록 더욱 추월이 힘들어진다.

그리고 기술과 같은 지식 재산은 그 활용에 있어 타인과 경합하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 유체 자산의 경우 동시에 복수의 주체가 함께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토지나 곡괭이는 한 번에 한 사람밖에 쓸 수 없지만, 기술은 아무리 많은 사람이라도 동시에 여러 곳에서 쓸 수 있고, 그렇게 아무리 써도 닳거나 소모되지 않는다. 오히려 쓰면 쓸수록 더 다듬어지고 더 힘이 강화되며 더 확산되고 더 증폭된다. 창의적 기술을 지향하는 기업들의 성장 가속도가 두드러진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것이 바로 기업의 핵심역량이며 시장 경쟁력인 동시에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성장 엔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대 특허통수권자는 선택하라. 한정된 자원으로 경비 절감과 생산성 향상에 매달리며 임금을 쥐어짜는 소심한 경영에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지식과 창의력으로 기술을 혁신 및 확대 재생산하여 무한한 가치를 추구하는 대범한 경영을 할 것인가. 타인의 은혜적 발주에 감사하며 그들에게 언제까지나 이끌려 다닐 것인가, 창조적인 미래의 비전으로 조직을 활기차게 동기 부여하며 산업을 앞서 이끌 것인가. 바꾸어 말해서, 수확체감의 기업에 머무를 것인가 수확체증의 기업으로 변신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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