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20:35 (토)
귀마개 좀 잘해주세요
귀마개 좀 잘해주세요
  • 경남매일
  • 승인 2024.03.25 22: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종우 김해복음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과장
이종우 김해복음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과장

부산시 영도구에 깡깡이 마을이 있다. '깡깡이'라는 이름은, 지금도 십여 곳에 이르고 과거에는 더 많았던 수리 조선소에서 배표면을 망치로 두드릴 때 '깡깡' 소리가 난다고 하여 붙은 명칭이다. 배 표면에 붙은 조개껍데기와 녹슬어 너덜너덜해진 페인트를 망치로 두드려 벗겨냈던 이들은 일명 깡깡이 아지매들이었다. 이들은 깡깡거리는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고된 인생을 살아냈던 수리조선업계의 당당한 한 축이었다. 이명과 난청을 이겨내며 자식 세대에게 가난을 물려주지 않고자 했던 그들은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어내었다.

우직하게 망치질 했던 깡깡이 아지매들은, 이제는 지나간 과거가 절대 아니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어디에서? 제조업, 건설업, 도소매업, 운송업, 철강압연업, 주조업, 수산물 처리가공업 등의 수많은 산업현장에서 지금도 소음과 함께 부대끼고 있는 근로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런 현장에 가보지 않은 이들은 소음이 커봤자 얼마나 크겠냐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직접 가보면 잠깐만 머물러도 귀가 먹먹한 엄청난 소음은, 그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상이며 인생의 동반자라고도 할 수 있겠다.

소음은 우리나라 사업장 근로자의 주요한 노출 유해 요인이다. 과거에 비해서 소음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고는 해도, 여전히 10~20% 수준의 노출 기준 초과율을 보이고 많은 근로자가 85㏈(A) 이상의 소음에 노출되고 있다. 소음의 정의는 '원하지 않는 소리' 또는 '정신적, 신체적으로 인체에 유해한 소리'이다. 주요 소음원으로는 발파소음, 건설 중장비 등 건설 현장, 사업장 내의 생산라인, 자동차, 기차, 항공기 등 운송수단에 의한 교통 소음, 전투기, 사격장 등의 국방 관련 소음 등이 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병원 근처에서 접할 수 있는 소음 관련 업무로는 용접, CNC, MCT, 제초, 도장, 인쇄, 도금 등을 들 수 있다.

소음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장해는 소음성 난청이다. 말 그대로 소음 노출로 인해서 청력 저하를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소음은 청력만 해치는 것이 아니다. 공격성, 불친절, 참여 결여 등의 사회적 행태 악화, 사고율의 증가와 같은 사회적 지표의 악화, 행복감 저하, 심한 우울감 등의 감정 변화 또한 일으킬 수 있으며 심혈관 질환, 인지기능 장애, 수면 장애 등은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소음 노출로 발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바로 이명이다. 이명은 제삼자가 관찰, 측정하기도 어렵고 그 치료 방법도 확립되지 않은, 해결이 몹시 어려운 증상이다.

그렇다면 소음에 의한 피해를 어떻게 해야 최소화할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귀마개·귀덮개의 착용이다. 특수검진을 업으로 삼은 필자가 매일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귀마개 좀 잘해주세요'. 귀마개가 답답하거나 귓속이 불편하다면 귀덮개를 착용하는 것이 좋고 둘 다 착용하면 더욱 좋다. 평소에는 사무실에 있다가 잠시만 시끄러운 현장에 가시는 분이라도 귀마개는 꼭 해야 한다.

잠깐씩 자주 노출되는 소음으로도 소음성 난청은 발생할 수 있다. 귀마개는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씩 교체해 주어야 하며, 귓속이 가렵거나 진물이 나온다면 꼭 이비인후과에서 확인받아야 한다. 집에서 귀를 파거나 면봉을 쓰지 않아야 한다. 적은 양의 귀지는 건강에 큰 악영향이 없으며 귀를 파다가 입는 상처가 훨씬 위험하다.

청력이 좋지 않으신 분들과 상담할 때 정말 많이 듣는 말이 있다. 집에서 TV 소리를 너무 크게 한다는 말을 듣는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청력검사를 한번 받아보는 것이 좋다. 청력은 한 번 악화 되고 나면 회복이 거의 되지 않는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귀마개 잘 하셔야 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