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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부산이 아니다' 역설적 지역소멸위기
'이것은 부산이 아니다' 역설적 지역소멸위기
  • 김중걸 기자
  • 승인 2024.03.20 2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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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걸 편집위원
김중걸 편집위원

지역은 소멸 위기를 겪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구감소에 따른 위기이지만 여기에 더해 수도권 집중화, 일변도의 정책이 지역소멸을 부추기고 있다. 나날이 팽창되고, 또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있는 수도권 블랙홀 현상을 바라보는 지역의 심경은 씁쓸하다. 모든 것이 서울 중심인 기울어진 운동장은 22대 총선에서도 수도권이 먼저라는 사실은 선명히 드러나고 있다.

최근 부산현대미술관(MOCA)이 7월까지 이유 있는 전시를 기획해 관심을 끌고 있다. 부산현대미술관은 지역소멸위기를 이야기하는 현시대에 중심과 주변이라는 도식에서 벗어나 로컬리티의 의미를 탐색해 보고 재정의를 시도하는 기획전을 마련했다. <이것은 부산이 아니다: 전술적 실천>이라는 제목의 전시다.

이번 기획전은 개관 이후 첫 대규모 기획전으로 51개 팀 63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작가들은 149점을 출품해 부산시 사하구 을숙도 부산현대미술관 1, 2층 4, 5 전시실과 야외 전시장에 작품을 내걸었다. 전시에 앞서 로컬리티 개념에 대한 피상적 해석을 넘어 구체적인 질문을 공유하기 위해 부산·경남을 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미술관 내·외부 9명의 기획자와 작가들이 모여 사전 연구모임과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지역성에 의미를 더했다. 이 때문에 이들이 내놓은 전시물에 관심이 쏠리게 된다.

전시는 '전술'이라는 전쟁론에서 차용한 용어를 도입해 <이것은 부산이 아니다>라는 제목에 강한 전투력을 보여 주고 있다. 부산이 아니라는 역설적인 제시어에는 지역성과 지역소멸의 의미가 내포되고 있다는 점에서 '전술'은 사활이 걸린 지역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의 처절한 전쟁과 같은 지역 존폐 위기를 웅변한다. 기획자는 이번 <이것은 부산이 아니다> 기획전에서의 '전술'은 각자의 경험, 만남, 연대라는 공동의 실천을 제시하고 부과된 문화적 구조들을 재조정하는 것을 가리킨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지정학적인 위치를 넘어 지리적 장소에만 국한하지 않고 파생되는 문제의식과 경험, 태도, 그리고 시대정신을 살펴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전시의 소주제는 모두 7개다.

'요충지_소문의 곳' 부산 가덕도를 여행·조사해 채집한 사운드와 이야기를 작품으로 풀어냈다. '체화된 기억'은 로컬리티의 개념이 지정학적이기보다는 한 사람이 축적된 경험과 신체성이라는 것에 대해 주목한다. '미래로의 연결망'은 로컬 식문화와 생명에 관한 접근을 통해 인류세 문제까지 다루고 있다. '그 풍경은 늘 습관적으로 하듯이'는 전 세계의 지역이 서로의 참조점이 되어 연결되는 풍경을 보여 준다. '불안-조율-공존'은 올바른 관계 맺기에 대해. '경계감각'은 부산이라는 지역에 밀착해 지역주민사와 자연사를 조사했다. '복수의 목소리로 이야기한다'는 여성, 지역, 예술가, 노동자라는 역할에서 오는 고민들을 담아냈다.

'체화된 기억' 섹션에서는 3·15의거로 희생된 김주열 열사가 부활한다면 어떤 시선으로 마산을 바라볼까? 라는 그 상상을 담은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이 전시에는 경남예술가의 모임 'F5(에프 파이브)'가 참여했다. 연작 '바다에서 온 사람'은 창원시 마산합포구 3·15의거 길과 김주열 열사 시신 이양지, 3·15의거탑, 마산용마고(옛 마산상고), 옛 마산시청인 마산합포구청, 마산의료원 등을 8분 동안 영상에 담았다. 김주열 열사가 부활해 현재 마산을 바라본다면 어떨지 하는 생각으로 마산 거리를 영상에 담았다고 한다.

마주 보고 있는 두 화면에는 김주열 열사 동상이 담겨있다. 마산용마고와 전북 남원 금지중학교의 동상이 각 화면에 별 다른 설명 없이 노출된다. 남원에서 마산으로 유학 와 희생당한 사실을 두 화면 사이의 거리로 보여줄 뿐이다. 그 옆에는 고 김성환 화백이 그린 3·15의거 관련 동아일보 만평이 정리돼 있다. 또 김주열 열사 시신 인양지 바닷속 소리를 직접 녹음해 들려 둔다. 기획은 창원의 장소성에 주목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의제를 '민주화'로 설정해 의거를 다뤘다.

'이것은 부산이 아니다'라는 역설적 항변은 일생에 최소 서너 번은 이동을 하는 인간, 국경을 둘러싼 대립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태어났던 때의 장소는 오늘날과 다르며 미래도 그대로 남지 않는다는 것으로 말한다. 본 전술에서 제시하는 불안-조율-공존의 경험적 공간은 배타적 속성을 극복하고 온전한 주체로서 타자와의 관계 맺기를 시도하는 로컬리티의 전술적 공간, 바로 '낯섦과 마주하는 경이'를 허락하는 공간이다.

지역소멸위기가 우려되는 시대 "로컬리티의 개념에 대한 다각도의 접근과 열린 해석을 통해 이 문제가 특정 지역에 한정되지 않고 광범위하게 공감대를 확장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는 강승완 부산현대미술관장의 전시 관람을 권하는 말이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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