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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봉 시집' 불가 한시 아름다움 전하다
'경봉 시집' 불가 한시 아름다움 전하다
  • 이수빈 기자
  • 승인 2024.03.18 2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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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경봉 일기속 시 엮어
수행 철학·한학 열망 나타나
'경봉 시집' 앞표지.
'경봉 시집' 앞표지.

당대를 대표하는 대선사이자 시승(詩僧)이었던 양산 통도사 경봉 정석(鏡峰 靖錫, 1892∼1982)의 '경봉 시집'(지만지한국문학, 469쪽, 2만 8800원)이 대중에게 불가 한시의 고풍적 아름다움과 함께 깊은 깨달음을 전한다.

경봉 스님은 1914년 6월 7일 은사인 성해 남거(聖海 南巨)의 수연을 맞아 정리된 '수연시'를 통해 시승으로 첫발을 내디뎠고, 1920년 제작된 '소금강 내원사 시선'을 통해 본격적인 시승으로서의 면모를 보이기 시작했다. 36세였던 1927년 12월 13일 큰 깨달음을 얻으면서 그의 시 또한 화엄이 아닌 선에서 드러나는 특징들을 담아내기 시작한다. 특히 시를 통한 점검과 경책은 근대 한국 불교사에서 찾아보기 드문 가풍이라 할 수 있다.

경봉에게 시는 수행과 포교만큼이나 중요한 일상이었고 삶이었으며 다양한 소재를 다룬 시에는 선(禪)적 깨달음의 근원은 물론, 깊은 한문학 소양이 드러난다.

그의 시를 살펴보면 수행자로서 일상의 한가로움과 평온함 속에서 선의 종지를 찾고자 했으며 지식인으로서 한학에 대한 열망을 느낄 수 있다. 이어 근래 불교계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진 애국시, 애민시로 현실 인식과 시대 통찰을 엿볼 수 있으며, 자신의 경험을 대중과 소통·공유하고자 했다.

밝은 달 강에 뜬 것만 보기엔 아쉬워/물병을 끌어다 달을 병에 담았네/집으로 돌아오다 갑자기 응당 깨달아/한 번 웃고 병을 뒤집으니 달도 또한 비워졌네 -달을 탐내며 읊다(1954년)

특히 이 시집은 경봉의 '일지(日誌)'에 수록된 시를 있는 그대로 소개해 미화나 왜곡 없이 작품의 본질을 살필 수 있다. 경봉은 평생의 삶을 일기에 남겼는데 사소한 일상이나 자연에서 느끼는 감성, 주변 인물들과의 교유, 사상을 짐작할 수 있는 문학 작품, 당시 통도사의 모습과 종단의 현안, 나라의 크고 작은 일, 선승들과의 교류 등이 자세하게 기록돼 있다. 경봉의 시는 일상의 추구가 시간적·공간적 영역 확대로 이어져 우울하고 비관적이며 지루한 일상의 탈피를 목표로 한다.

경봉 스님의 수제자 통도사 백련암 원산 큰스님은 "'너는 불교와 인연이 있구나'라는 경봉 스님의 말씀 한마디에 출가하게 됐는데 스승의 시를 통해 더 큰 깨달음을 얻게 된다"며 숙연한 마음을 드러냈다.

한편, 경봉 시집은 '경봉 정석의 한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보탁 최두헌이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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