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20:54 (토)
"동시는 사과의 맛과 향기 같아야 해요"
"동시는 사과의 맛과 향기 같아야 해요"
  • 하영란 기자
  • 승인 2024.03.18 2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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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창]
김용웅 아동문학가
맑은 동심물 담겨 있는 동시집
겉만 보고 동시 맛 알 수 없어
동시 맛 보려면 읽고 써봐야
김용웅 아동문학가
김용웅 아동문학가

요즘 20대 젊은이들의 우울증이 급상승하고 있다. 부산 김해 주변에도 우울증 환자가 넘치고 있다. 얼마 전 미국의 베스트 셀러 작가 마크 맨슨이 한국을 여행하고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라고 한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비교와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나라에 살다 보니 한국에서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살아가기가 힘들다.

꼭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에 대한 대안을 '동시'를 쓰고 읽는 것에서 찾아보면 어떨까 한다. 동심으로 세상을 매일 새롭게 보며 동심을 유지하고 살아가면, 맑은 동심의 물이 담겨있는 동시집을 읽으며 힘든 마음을 잠시 내려놓으면 어떨까? 실제로 동시를 읽으면 마음이 환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은 아동문학가로 활동하며 40년 동안 동시를 써온 김용웅 작가다. 김 작가를 지난 15일 오후 김해도서관 옆 '빅스타'에서 만났다. 주어진 시간을 헛되게 사용하지 않고. 항상 좋은 작품을 쓰고 싶다는 김 작가는 어떤 일이 주어지면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 김 작가는 무슨 일이라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동심을 유지하며 동시를 쓰는 비결이라고 했다. 동심을 유지하며 계속 동시를 써온 덕분인지 평안이 깃든 김 작가의 얼굴은 나이를 잊게 하는 동안이다. 동시와 삶에 관한 질문들을 그에게 던졌다.

동시는 어떤 시를 말하는가?

성인들의 동심을 쓴 글을 동시라 하고, 어린이가 쓴 시를 어린이 시라고 한다. 보통 동시란 자기의 느낌을 솔직하고 짤막하게 표현한 글이다. 자연이나 감동을 주는 어떤 대상을 보면서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느낌을 쓴 글이다.

동시의 매력은 (동시를 읽으라고 권하는 이유)

사람은 자신이 지나온 동심의 세계를 동경한다. 동시는 사과의 맛과 향기와도 같아야 한다. 우리는 겉만 보고 사과의 맛을 알 수 없다. 동시도 그 맛(뜻)이 속에 스며 있으므로 먹어 봐야(읽어 봐야) 맛을 알 수 있다. 동시는 읽으면 읽을수록 재미있고(맛있고) 깊은 뜻이 있어 써 보기도 하고 읽어도 보라고 권하고 싶다.

동시를 쓸 때 시적 발상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떤 글을 쓸 때 특히 동시는 진실해야 한다. 거짓 없는 표현, 진실한 마음을 담아야 좋은 동시가 된다. 동시가 자신의 느낌을 담는 글이라고 해서 틀린 표현을 해서는 안 된다. 내가 쓴 글이 독자에게 어떻게 전달될지 생각해야 한다.

학생을 가르치실 때 중점을 두는 부분은?

글쓰기 지도를 받고 글을 잘 쓰면 물론 더 보람이 있겠지만 글은 얼마나 진실하게 쓰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로 일기 수업을 할 때 지난 일요일의 일기를 쓰라고 하면 학생들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일기를 쓴다든지, 좋은 내용으로만 꾸미려고 할 경우에는 진솔하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좋아하는 동시집은?

이준관의 동시집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를 읽으면 나의 존재를 발견하고 한층 성숙한 자세를 볼 기회가 생기는 책이라 생각한다. 이 동시집은 사랑의 마음이 가득 담겨있어서 누가 읽어도 감동을 진하게 받을 것이다.

작가의 동시 작품 중 최고의 작품은 '민들레'라고 생각한다. 이 시를 쓴 동기가 있었는가?

민들레, 채송화 등 나지막하게 피는 키 낮은 꽃을 좋아한다. 특히 민들레를 좋아한다. 다리가 불편하므로 앉아서 볼 수 있는 꽃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목발에 의지해서 걸었기에 남들보다 더 낮은 곳을 보며 걷는 습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뜻하지 않게 민들레 연작 동시를 7편까지 썼다.

살아가는 것이 만만치 않다. 어떻게 스스로 힐링하고 있는지?

개인적으로는 책을 읽고, 힘이 들 때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여행을 가기도 한다. 그렇게 쓴 작품 50%가 바다 이야기다. 출렁거리는 파도가 나를 흔들어 깨워준다. 바다는 말한다. "결코 너는 약한 것이 아니라 생생하게 살아 있다"고 말이다. 바다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운다. 바다는 나의 스승이다.

동시를 쓸 때 어떤 요소를 고려는 하는지?

먼저 글감을 정해야 한다. 글감으로는 내가 항상 생각하고 있던 것, 나와 가장 가까이 있는 것들이 좋다. 예를 들면 새나 우리 집에서 기르는 애완동물, 운동장의 느티나무, 학교 앞의 문방구, 눈 오는 겨울 등등 감명 깊었던 것이나 처음 보고 신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좋다. 시대마다 사랑받는 동시가 달라지는 것 같다. 동시의 소재가 조금씩 변하지만 기본 틀은 유지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자연을 노래한 동시가 많았고, 요즘은 생활 동시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전하는 주제는 그대로다.

특별히 개인적 바람이 있다면?

요즘 어른들은 개인적 이익을 우선시하며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내 경우 장애인으로 살아오면서 세상에 대한 분노와 갈등이 많았다. 그러나 아동문학을 시작하면서부터 많은 변화가 왔다. 지금 장애를 갖고 있지만, 한 인간으로 봐줬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다. 장애인도 이 세상 한 토양으로 살아남기 위해 자신과 싸움을 열심히 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주면 고맙겠다.

김용웅 동시 작가 프로필

☞ 경남 김해에서 태어났으며, 1984년도 <아동문학평론> 동시로 등단했다, 김해문학상, 경남아동문학상, 2023년 제33회 대한민국 장애인문학상 대상 수상. 2019년 서울문화재단의 창작지원금을 받았다. 동시집 <종이비행기의 꿈> <손가락이 하는 말> <소나기구름이 사는 나라>가 있다. 글수레 동시창작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민들레

겨울 동안
잠겨 있던

돌담 귀퉁이에
달아 놓았네!

노란 단추

후~ 바람이
단추를 풀면

왈칵
쏟아질 것 같은

노오란
봄이
-동시집 `손가락이 하는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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