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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차 김해경제포럼] 전기화 시대 신기술 개발은 세상 바꿀 다시없을 기회
[제185차 김해경제포럼] 전기화 시대 신기술 개발은 세상 바꿀 다시없을 기회
  • 황원식 기자
  • 승인 2024.03.17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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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차 김해경제포럼
2024 두 번째 강연
지난 15일 김해중소기업 비즈니스센터 5층에서 열린 제185차 김해경제포럼에서 약 110명의 내빈들이 김남균 원장의 강연을 듣고 있다.
지난 15일 김해중소기업 비즈니스센터 5층에서 열린 제185차 김해경제포럼에서 약 110명의 내빈들이 김남균 원장의 강연을 듣고 있다.

주제: '전기화와 우리가 나아갈 길'

강사: 김남균 한국전기연구원장

자동차, 자전거, 스쿠터 등 이동수단부터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쓰는 제품들이 전기 동력으로 바뀌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전기화(電氣化)는 많은 방면에서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 국가의 전기 기술력은 앞으로 펼쳐질 전기화 시대에 막중한 책임을 짊어짐과 동시에 엄청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전력사업과 전기이용 분야 연구개발·시험을 맡고 있는 한국전기연구원(Korea Electrotechnology Reasearch Institute, 줄여서 KERI) 김남균 원장이 김해지역 경영인들을 찾아 전기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남균 원장은 지난 15일 오전 7시 김해중소기업비즈니스센터에서 열린 185차 김해경제포럼에서 '전기화와 우리의 나아갈 길'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날 임명숙 김해시여성기업인협의회장, 손근용 인제대학교 산학협력단장, 경남매일신문 정창훈 대표, 홍태용 김해시장, 김해지역 기업 임직원 등 190여 명이 이른 아침에도 참석했다.

김 원장은 서울대학교 무기재료공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한국전기전자재료학회 부회장과 한국전기연구원 부원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제15대 원장으로 취임했으며 비전기공학 전공자로는 세 번째이다. 한국전기연구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연구기관으로서 국내 유일 전기 전문 연구기관이다.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전력 IT 및 전기기기 기술개발, 전기부품 소재 기술개발 등 분야에서 정부·민간 등이 위탁하는 사업과 자체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총 3장으로 나눠 전기가 한국 산업에 어떤 역할을 해왔으며 21세기 전기화 시대에 어떻게 세상을 바꾸어 나갈 것인지 청사진을 제시했다. 경영인들이 전기화 개념을 잘 이해하고 친숙해질 수 있도록 퀴즈와 재미있는 이야기로 공감을 나눴다.

전기, 산업강국 한국의 숨은 공신

김 원장은 한국이 산업강국이 되기까지 값싸고 품질 좋은 전기 생산이 큰 뒷받침이 돼왔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나라 전기 경쟁력으로 요금이 싸다는 장점을 꼽았다. OECD 국가군 중에서도 가장 저렴한 수준이라고 했다. 한국전력공사 자료에 따르면 OECD 국가 전체 평균 요금을 100으로 볼 때 한국의 주택용 전기요금은 54, 산업용 전기 요금은 66 수준이다. 또한 국민 1인당 1일 임금 대비 1일 전기료 비중도 2%로 낮은 편이다.

전기 요금이 싼 가장 큰 이유로는 원자력 발전 비중이 높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지난 정부에서 원자력 발전 비중을 줄이려고 한 것은 판단 미스였다고 생각한다"며 원자력이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원임을 도표로 보였다. 우리나라 에너지원별 발전단가(2020년 기준 전력 1kWh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를 살펴보면 신재생에너지 264.6원, LNG 126원, 무연탄 118.3원, 유연탄 83.3원, 원자력 54원이다.

김남균 한국전기연구원장
김남균 한국전기연구원장

김 원장은 우리나라의 전기품질도 세계 최고 수준임을 자랑했다. 그는 한국이 OECD국가 중에서 전기품질은 1위라고 밝혀 사실상 세계랭킹 1위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전압 안전도와 주파수 유지율 등에서 최상을 기록하고 있고, 연간 정전시간이 매우 짧다는 것을 강조했다. 특히 지난 1972년부터 2005년까지 진행된 승압 사업(110V -> 220V)은 앞날을 내다본 선제적 조치라고 말했다. 승압으로 인해 전력 전송 용량이 늘어나고 선로의 전력손실은 줄어드는 효과를 냈다. 1인당 연평균 전력소비가 1970년대 99kWh에서 2020년대 1만kWh으로 증가 했다. 또한 승압 덕분에 기존 전력선으로 4배의 전력을 전송하게 됐다.

또한 세계 최상 전기품질을 기록한 데에는 한국전기연구원이 주관한 한국형 배전자동화사업(KODAS)도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수행한 이 사업은 산재된 배전설비를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원격으로 감시제어 하는 것이다. 이로써 선로 개폐기 감시제어 및 선로정보를 자동수집하고 부하관리와 자동원격검침을 통해 정전을 최소화하고 공급신뢰도 및 운전효율을 극대화 할 수 있다. 실제 이 사업으로 1990년대 초중반에 정전시간이 급격하게 낮아졌다. 김 원장은 "이 사업으로 정전시간을 낮춤으로써 제조업 발전에도 큰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피해야 할 비극으로 블랙아웃을 언급했다. 그는 현재까지 수많은 나라에서 블랙아웃 현상이 일어나고 있음을 도표로 보였다. 가령 미국은 지난 2017년 11시간의 정전으로 2100만 명이 피해를 봤다. 그는 "이 정도면 어마어마 피해이다" 며 "산업적 피해뿐만 아니라 국민 생활에 있어서도 큰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이 목숨을 잃기까지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정전에 대비해 큰 피해를 막은 사례를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 경기, 인천 등에서 지난 2011년 9월 15일 5시간에 이르는 정전 사태가 있었지만 전국적인 대규모 정전을 방지하기 위해 지역 '순환 단전'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당시 656만 가구가 직접 피해를 봤으며 1개 산업단지가 정전되고, 긴급구조는 2900여 건이 있었다. 그는 "당시 순환 단전을 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 전체가 다 정전이 됐을 것이다"며 "현재 우리의 예측을 뛰어넘는 자연재해로 인한 정전이 일어나고 있다. 앞으로 많은 도전이 있을 것이지만 잘 대처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움직이는 모든 제품이 '전기화' 되는 시대

김 원장은 전기화의 개념과 현재 전기화가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는지 설명했다. 그는 '전기화'를 전동화(전기 동력화)와 모바일화와 사실상 동의어라고 설명했다. 기존 파워를 전기로 바꾸는 과정을 모두 전기화로 지칭했다. 대표 사례로 화석연료의 사용을 전기 동력원으로 대체하는 경우를 떠올릴 수 있다.

그는 전기화의 역사를 설명하면서 1차 전기화와 2차 전기화를 구분했다. 1차 전기화는 전력의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다. 산골마을에 전동이 켜지고 공장의 동력이 전기모터로 바뀌는 것을 상상하면 된다. 그래서 1차 전기화에서는 전력망과 접근성이 중요하다. 한국에서 1차 전기화는 90년에 모범 사례로 완결됐다고 볼 수 있다.

현재는 2차 전기화 시대를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2차 전기화란 2차전지 특히 LIB(리튬이온전지) 상용화로 언제 어디서나 전기를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전지를 장착한 모바일 기기와 전기 모빌리티의 출현을 이끌어 냈다. 전기차, 전기선박, 드론, 무선가전, 로봇 등을 상상하면 된다. 2차 전기화 시대의 주요 특징으로 신재생 에너지원이 전력으로 변화돼 전력망 플랫폼으로 편입된다는 것과 전기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배터리 기술의 발전으로 휴대기기, 모빌리티 등 여러 신산업이 대두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전력 정책과 관련해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일 것을 밝혔다. 우리나라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2023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전체 22%였다면 오는 2036년까지 45%를 달성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려면 신재생용량 79.1GW가 추가 설치돼야 하고, 예산은 총 252조 원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김남균 원장(오른쪽 아랫줄 다섯 번째)이 김해경제포럼에 참석한 내빈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남균 원장(오른쪽 아랫줄 다섯 번째)이 김해경제포럼에 참석한 내빈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목표 달성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한국전기연구원에는 전력망 운영부서가 있고, 신재생에너지 부서가 있습니다. 그런데 전력망 입장에서는 신재생에너지는 길 안들인 망아지와 같습니다. 기상 변화와 계절에 따른 변동성이 있고 이에 따라 다양한 발전원(원자력 등)과 연계한 전력망 운영기술이 필요합니다. 에너지원이 지역에 편재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제주 및 호남 지역에 신재생에너지원이 많이 있지만 해당 지역은 발전전력을 소비할 부하가 부족합니다. 결국 서남권 발전전력을 수도권까지 수송할 송전망 구축이 필요하고,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고려한 전력망 운용기술 개발도 필요합니다."

2차전지 산업 현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SNE 리서치에 따르면 2차전지 세계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10년 동안 6배 성장 할 예상이다.(지난 2021년 563억 달러에서 오는 2030년 3726억 달러 전망) 이 중에서도 한국·중국·일본이 차지하는 세계시장 점유율은 95%이다.

김 원장은 특히 리튬이온전지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리튬이온전지가 없었다면 오늘의 스마트폰 시대는 오지 않았을 것이란 예측이다. 리튬이온전지(LIB)는 부피 면에서 납축전지의 30%밖에 차지하지 않으면서 무게 또한 40%밖에 나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수명은 납축전지에 비해서 2~5배 길다. 이런 장점으로 노트북PC, 디지털카메라, 휴대용 기기 등에 전지로 쓰인다. 현재 정보 통신 기기뿐만 아니라 전기 자동차, 군사, 의료 등 많은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 특히 전동화 시장은 계속해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화 세상… 전력망·2차전지 기술 개발이 관건

김 원장은 앞으로 전개될 전기화 시대에 발맞추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크게 전력망 기술개발과 이차전지 및 모빌리티 기술개발로 나눠 설명했다. 그리고 연구개발 중점 추진방향으로 탄소중립 실현, 전기기반 국가전략 기술 선도, 국민안전 확보 및 경제활성화, 기업체감기술 개발 및 확산, 미래 큰 기술 발굴을 말했다.

전력망 연구는 재생에너지 보급 급증지역인 신안 및 서남권의 발전 전력을 수도권 지역으로 수송하기 위한 기술이 필요하고, 동해안에서 생산되는 원자력 등 전력을 수도권 지역으로 가져오는 기술을 구상 중이다. 하지만 밀양 송전타 사건 이후로 전력망의 신규 건설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른다는 교훈과 송전선 건설 기간의 예측이 어렵다는 교훈을 얻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전기연구원에서는 전력 수요에 대응해 전력망 운영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전력수요 대응 시나리오이다. 수요예측에 따른 전력 수요에 맞추어 비용이 낮은 순서대로 발전기를 투입하고 시간대별로 시장가격을 결정한다는 전략이다.

또 한국형 EMS(Energy Management System)가 있다. 이 시스템은 전력망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 발전계통, 송변전계통, 배전계통을 종합 감시 케어하는 것으로써 미국 대정전을 계기로 세계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한국은 한국전기연구원이 LS산전, 한전KDN과 공동으로 개발해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에 이어 세계 5번째로 상용화에 성공했다. 2014년 12월 전력거래소의 계통운영에 실투입됐으며 현재 원자력발전 25기 포함 400여 개 발전기 운영, 제어하고 있다.

전기연구원은 2차전지 비전과 관련해 전지 소재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차세대 기술을 선행 개발하고 있다. 또한 전지의 안전성 향상 및 국제표준도 주도한다. 주요 목표 시장은 전기차와 전기선박, 항공모빌리티, ESS(에너지저장시스템), 근거리 모빌리티이다.

김 원장은 신성장 동력인 '전력반도체' 인프라 구축 내용도 빠뜨리지 않았다. 전기연구원은 오는 2027년까지 총 282억 원을 투자해 김해시를 중심으로 전력반도체 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다. 김해시는 이와 관련해 자동차 부품, 조선, 항공우주 등 전력반도체 수요 산업에서 수요 맞춤형 기업을 지원해 경쟁력을 올리는데 이바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전기연구원 김남균 원장은 "오늘 강의 주제를 '전기화'로 한 이유는 그것이 20세기 인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 최고의 공학적 성과와도 관련이 있다"며 "이처럼 전기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연구원은 많은 사명을 느끼고 있고, 우리 직원들에게도 우리는 세상을 바꿀 다시 없는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며 기운을 북돋아주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경영인들에게 "전기연구원 홈페이지는 다양한 기업 지원프로그램이 있으니 참고하시고, 전기 기술과 관련된 어떤 질문도 상관없으니 부담 갖지 말고 찾아오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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