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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의 역사유적과 독립운동 유적지 탐방
밀양의 역사유적과 독립운동 유적지 탐방
  • 경남매일
  • 승인 2024.03.14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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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동 전 영운초등학교장
이헌동 전 영운초등학교장

지난 2월 24일 김해독립운동기념사업회 근대역사위원회 위원들과 함께 밀양교육지원청 나라사랑 담당 조정희 장학사의 안내로 밀양의 수산제와 예림서원, 박차정 열사의 묘소, 의열기념공원, 밀양독립기념박물관, 영남루 등을 탐방하였다. 다년간 나라사랑 업무를 담당한 조장학사의 해박하고 심도있는 설명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수산제는 삼한시대(BC 1세기경)에 논농사를 위해 수문과 제방을 만든 저수지다. 가까운 곳에 있는 같은 시대로 추정되는 창원 다호리 고분에서는 붓이 발굴되어 글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같은 시대의 밀양 교동고분군에서도 많은 철제품이 나오고 유력한 지도자는 글을 사용하였음을 유물이 증명하고 있다. 자세한 것은 경남매일 칼럼 <가야 철기와 다호리 고분과 밀양 교동 고분>에 나와있다. 변진 12국중 하나인 미리미동국이 밀양에 있었다고 한다.

예림서원은 조선시대 사림의 영수로 도학의 맥을 이은 점필재 김종직 선생을 배향한 곳이다. 점필재는 외가가 있는 밀양에서 태어나서 자라면서 아버지인 김숙자(金淑滋)에게 학문을 배웠다. 김숙자의 스승은 야은 '길재'로 포은 '정몽주'의 충절을 이어받았다. 점필재의 제자로 김굉필, 정여창, 김일손 등이 있다. 김굉필의 제자가 정암 조광조로 조광조의 민본주의 정치를 도학정치라고 하는 연유다. 예림서원은 상남면 예림리에 있다가 화재로 소실되어 1680년 지금의 사포리로 이건하였다. 예림서원이건상량문(禮林書院移建上樑文)을 필자의 10대조가 지었는데 조상의 발자취를 밟으며 성찰의 시간을 갖을 수 있었다.

박차정은 부산 동래에서 태어나 일신여학교(동래여고 전신)를 졸업하고 신간회, 근우회, 의열단과 조선의용대 등에서 독립운동을 하였다. 1939년 중국 강서성 곤륜산 전투에서 총상을 입고 그 휴유증으로 1944년 34세의 나이로 별세하였다. 해방 후 남편인 김원봉이 고향인 밀양으로 유해를 모셔왔다.

박차정은 건국훈장 독립장, 오빠인 박문희와 박문호도 모두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은 독립운동가였다. 독립운동가이면서 한글학자였던 김두봉이 외당숙이고 아버지도 대한제국 탁지부 관리를 역임하고 일제의 식민통치에 대한 분노로 자결한 애국자 집안이었다.

공동묘지에 있는 초라한 박차정 열사의 묘를 보니 대일항쟁기에 일제에 협조하지 않고는 살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일제에 협조한 친일매국행위를 비판하면 안되고, 일제 덕분에 근대화가 되었다는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하는 분들은 독립운동을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에게 참회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한다'는 슬픈 현실에 분노가 일었다. '국립현충원 묘역으로 이장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역사를 망각하는 자는 그 역사를 다시 살게 될 것이다'는 아우슈비츠 전시관의 경고문이 생각나고 매국과 반민족행위를 한 친일파들을 청산하지 못한 역사를 만든 인간들에게도 분노가 일었다.

의열기념공원에는 의열단장이면서 광복군 부사령관과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국무위원으로 군무부장을 역임한 김원봉의 생가에 의열기념관과 의열체험관이 있고 인근에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은 윤세주 독립운동가의 생가가 있었다. 해천항일운동테마거리, 의열기념탑과 독립선언서 및 청동상 등이 있는 곳으로 독립운동 관련 교육장으로 좋은 곳이었다. 미래의 주인공이 될 학생들과 교육자들이 모두 이곳에서 대한민국 국민으로 정체성을 함양하면 좋겠다.

밀양독립기념박물관에는 밀양출신 92명의 독립유공자와 3.1운동 관련 독립운동이 잘 전시되어 있었다. 부산·경남·울산의 독립유공자 훈격별 현황을 보면 독립운동 수훈자가 모두 1,442명이다. 건국훈장 독립장 이상을 수여 받은 분은 모두 35명인데 밀양이 10명이고 그 다음이 부산으로 6명 이었다.

영남루는 신라 경덕왕 때 사찰인 영남사의 부속 누각에서 유래된 것으로 탁월한 경관과 웅장하고 독특한 조형미를 지녀서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건축유산으로 진주 촉석루, 평양 부벽루와 함께 3대 누각으로 불린다. 2023년 12월 29일 국보로 재지정된 영남루 주위에는 단군과 창국 8왕조의 위패를 모신 천진궁과 아랑낭자의 전설을 간직한 아랑사당 등이 있다.

아랑사당에 오니 사명대사의 일대기를 다룬 이상훈의 <칼을 품고 슬퍼하다>는 역사소설이 생각났다. 이 소설에 아랑과 사명대사는 서로가 연모하는 사이지만 이루지 못하는 인연으로 사명대사의 삶의 진로에 영향을 준다. 아랑과 사명대사는 같은 시대를 살았던 분들이다.

밀양을 들리는 분들이 의열기념공원과 밀양독립기념박물관을 방문하여 애국충절의 삶을 추구한 독립운동가들의 뜻을 이어받아서 조국의 발전에 기여하면 좋겠다. 의열기념공원과 밀양독립기념박물관을 만드신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보람있는 밀양 탐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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