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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이야기
초콜릿 이야기
  • 경남매일
  • 승인 2024.03.13 2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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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홍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개발본부장
김제홍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개발본부장

고대 남미의 아즈텍 원주민들은 코코아 열매를 신들의 음식이라고 불렀다. 영단어 '코코아(Cocoa)'는 아즈텍의 'Cacahuatl(카카우아틀)'에서 파생된 스페인어 'Cacao'에서 유래했다.

코코아 열매는 테오브로마 카카오(Theobroma Cacao) 나무의 가지가 아니라 줄기에 달리고, 10cm 크기의 럭비공 모양으로 생겼다. 완전히 익은 열매에서 하얀색의 종자를 꺼내 나무로 만든 통에서 며칠 발효시키면 붉은빛을 띤 갈색으로 변하고 독특한 향이 난다. 그렇게 얻은 카카오콩(cocoa bean)을 볶아서 분말로 만든 코코아 매스(cacao mass)와 코코아 버터, 설탕과 다른 식품을 가하여 가공한 것을 초콜릿(chocolate)이라고 한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AC)에 따르면, 코코아 고형분 35% 이상(무지방 고형분 14% 이상), 코코아 버터 18% 이상인 것을 '다크 초콜릿'이라고 부르고, 코코아 고형분 25% 이상(무지방 고형분 2.5% 이상, 우유 12% 이상)인 것을 '밀크 초콜릿'이라고 하고, 코코아 고형분 없이 코코아 버터 20% 이상, 우유 14% 이상인 것을 '화이트초콜릿'이라고 한다.

미국의 마스 리글리(Mars Wrigley), 이탈리아의 페레로(Ferrero Rocher), 허쉬(Hershey) 등 세계적 기업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오리온, 롯데제과, 크라운해태 등 많은 기업의 대표 당과류제품에서 초콜릿을 뺄 수 없다. 세계 1위 초콜릿 회사인 '마스 리글리'는 매출액이 180억달러(2020년 기준)나 된다.

세계에서 코코아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는 서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Cote d'Ivoire)'로, 전 세계 코코아의 약 40%(200만t)를 생산한다. 19세기 프랑스가 코트디부아르와 보호조약을 체결한 후 플랜테이션 농업으로 생산되었다. 초대 대통령 펠릭스 우푸에부아니(Felix Houphouet-Boigny)는 코트디부아르를 농업국가로 정의하고 코코아 생산에 집중했다. 이 나라의 코코아 산업은 국가 GDP의 약 20%를 점유하며 국가 총수출의 약 40%나 차지한다.

코코아 거래는 재고 판매가 아니고 런던과 시카고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데, 지난해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초콜릿의 원료인 코코아 가격이 급등했다. 뉴욕 ICE 선물거래소의 코코아 선물 가격은 올해 초 톤당 5874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지난달 26일에는 톤당 6557달러로 급등했다. 지난해 동기보다 약 2배 상승한 수치다. 코코아 공급이 부족해진 이유는 전 세계 코코아의 60%를 생산하는 서아프리카의 가나와 코트디부아르에서 지난해 엘니뇨현상과 곰팡이 감염병인 '검은 꼬투리병(Black pod disease)'이 창궐하여 작황이 35%나 급감한 것이 원인이다.

지난 2020년 네슬레와 허쉬 등 초콜릿을 판매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아프리카 코코아 농장에서 벌어진 아동 노동 착취를 묵인한 혐의로 집단 소송을 당했다. 우리가 싸게 초콜릿을 먹을 수 있었던 것에는 이런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었다. 일본의 한 제과 회사의 마케팅에서 시작된 발렌타인, 화이트데이에 초콜릿을 주고받는 것을 우리가 왜 따라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내년에는 코코아가 비싸져서 진짜로 돈 많은 사람들만 찾는 그야말로 신들의 음식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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