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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태왕릉비 3면 하단의 비밀
광개토태왕릉비 3면 하단의 비밀
  • 경남매일
  • 승인 2024.03.11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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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여정사 주지·(사)가야문화진흥원 이사장
여여정사 주지·(사)가야문화진흥원 이사장

우리와 일본의 관계는 참으로 묘하다. 지형적 측면으로는 가깝지만 정신적 측면에서는 꽤나 거리감이 있다. 유전적, 경제적 측면으로는 가깝지만 정치적, 역사적 측면에서 보면 항상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나라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물론 그들의 대륙 진출에 대한 지속적인 도발 때문이다.

대륙 진출 의지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그들의 뿌리가 한반도에서 기인했다는 근원에 대한 회귀본능이다. 또 하나는 그들의 생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최근 이토 반도의 지진을 통해 보았지만 일본 열도는 불의 고리라는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해 있으며 수도 도쿄 부근에 있는 후지산이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발생한 수소폭발로 인한 방사능 유출 때문에 국토와 바다의 일부가 이미 오염되어 생존 환경이 점점 열악해 지고 있다.

인간은 생존 앞에서는 무슨 일이든 저지를 수 있으며 그 어떤 악도 정당화시킨다. 그런데 감당하지 못할 자연적 재해가 머지않아 그들에게 닥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에 일본 수뇌부의 위기감은 우리의 상상 이상이다. 때문에 그들이 살아갈 길은 대륙 진출뿐이다. 그 방법은 평화적인 협상을 통한 영토의 매매 또는 할양이지만 우리의 현실적 입장에서는 수용하기 쉽지 않다. 또한 세계적인 나라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자세를 낮춘다는 것은 스스로의 자존심 차원에서도 용납하기 어렵다.

결국 그들이 사용할 선택지는 침략뿐이며 그것을 정당화하는데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명분이다. 작은 싸움도 명분이 필요하다. 하물며 대국이 타국을 침략하기 위해선 반드시 명분이 필요한데, 그것은 고토회복(古土回復)이다. 독도든 가야든 예전에 일본 땅이었으니 다시 찾아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런 전략하에 막대한 자금으로 국제사법재판소와 우리 주변국들을 관리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에서 보았듯 미국에게 한국과 일본을 선택하라면 언제나 일본을 선택하게 되어 있기에 우리 스스로 강력한 자구책이 필요하다. 그런데 광개토태왕릉비를 보면 고구려가 백제나 왜를 정벌할 때는 이들이 동맹국인 약소한 신라를 공격했거나 아니면 고구려를 침략했거나 조공을 바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합리적인 명분을 말하고 있다.

한편 능비는 1889년 일본에 의해 세상에 공개된 이후 끊임없이 변조설이 재기됐다. 왜냐면 <을미년조>의 신묘년 기사는 문맥이 맞지 않고 난데없이 왜가 주어로 등장하며, <경자년조> 기사는 3면 첫 줄 40여 자와 우측 하단부 아랫부분 50여 자가 집중적으로 지워져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의 원문이 무엇이었냐를 두고 한국의 민족사학 측과 일본의 주류사학 측이 입장을 완전히 달리하고 있다.

일본의 주장은 이 부분이 세월의 풍화 또는 탁본가가 좋은 탁본을 뜨기 위해 말과 소똥을 비에 발라 태울 때 떨어져 나간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故 이유립 선생을 위시한 민족사학자들은 이 부분의 원문에는 태왕의 고구려 군사가 일본 열도를 타격하는 내용이 실려 있다고 주장한다. 또 여기에 대한 원문을 복구해 내기도 했다. 물론 필자는 이러한 주장을 모두 수용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병신년조>의 ' 倭背急追至任那加羅 從拔城城卽歸服'이란 비문의 앞부분에서 8자 정도 지워져 있다.

이 선생은 이 부분에 원래 '涉跡而越(섭적이월)' 즉 '자취를 밟아(바다를) 건너갔다'라는 내용이 있었다고 한다. 이 역시 원문을 찾을 수 없으니 "이것이 정답이다"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하지만 문맥의 흐름으로 보면 태왕의 군대가 바다를 건너 대마도나 열도로 가는 장면임은 분명하다. 지워진 3면 하단 부분의 원문은 고구려군이 일본 열도를 침공했다는 내용이 있었을 것이다. 왜냐면 당시 출병한 병사가 보병과 기병 5만이었고 왜의 근거지를 발본색원하겠다는 태왕의 의지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물론 故 다께다 유끼오 같은 일본 학자는 왜에게 불리한 부분을 일제가 삭제했다면 "능비에 나오는 왜에 대한 다른 부분도 삭제했어야지 유독 왜 이 부분만 그랬겠냐"라고 항변한다. 그러나 그것은 제대로 모르고 하는 소리다. 왜의 침공은 총 4차례였고 그때마다 그들은 패배했다. 그리고 세 차례 동안은 전장(戰場)이 한반도였다 하지만 경자년의 전장은 한반도에서 열도로 이어진다. 그런데 천왕이 한 번도 단절됨 없이 이어졌다는 '만세일계'(萬世一系)가 되기 위해선 일본열도가 훼손되면 안 되었다. 때문에 일본육군 참모본부는 3면 하단을 집중적으로 삭제해야 했다. 그래야만 고구려군의 <열도침공설>을 깨끗이 지울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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