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21:11 (토)
"부부는 참지 말고 건강하게 싸우면서 문제 해결해야"
"부부는 참지 말고 건강하게 싸우면서 문제 해결해야"
  • 하영란 기자
  • 승인 2024.03.07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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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사람]
최미영 상담가(창원 법원 가사상담위원)

부부관계를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는가
사이좋은 인간관계를 할 수 있게 의논
일반적인 관계에서는 '경청'자세 중요
최미영 법원 가사상담위원은
최미영 법원 가사상담위원은 "현대인은 소통하지 않아 아프다"고 말한다.

요즘은 결혼식은 해도 혼인신고를 안 하는 부부들이 많다. 생활비는 공동으로 부담하고 생활비 중 일정 소비 금액을 한쪽이 약간 많이 썼을 때 갈등이 생겨서 이혼하러 온다고도 한다. 개별화된 사회에서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사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다. 요즘 이혼이 약간 주춤했다고 한다. 이혼만이 답이 아니라고 느꼈는지도 모른다.

이혼하는 부부가 반드시 거쳐야 할 곳이 있다. 법원에서 가사 상담위원과 한 번은 만나야 한다. 이혼 숙려기간을 두기 위해서다. 김해와 창원법원 가사 상담위원으로 있는 최미영 상담가(54)를 어렵게 지난달 28일 흥동 리우카페에서 만났다. 이혼 신청 후에 필수코스로 법원에 온 부부들이 만나야만 하는 가사 상담 위원은 무슨 일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건강한 관계에 관한 이야기와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상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다면?

내 아이가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가족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 화가 났다. 부모교육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양육자로서의 잘못을 지적받았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힘들었고 화가 올라왔다. 모녀관계가 좋지 않은 데서 오는 외로움이 컸다. 밑바닥 저변에 깔려있는 외로움, 큰애도 역시 엄마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너무 사랑해서 가까이 가면 생채기를 내서 거리 유지를 할 수밖에 없는 딸과의 관계, 부모와의 관계 때문에 공부하게 됐다. 고슴도치 같은 관계는 거리 유지를 해야 한다. 사랑한다고 해도 지나치게 다가가고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 부모님의 심리 정서적인 것이 전혀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고 내식대로 따라주지 않는 자녀 때문에 공부하게 됐다. 모든 것은 내 문제였다는 것을 공부하면서 알게 됐다.

현대인은 왜 이렇게 많이 아픈가? 마음의 상처는 어디에서 오는가?

소통의 문제다. 소통이 안 되니 아프다. 자녀는 부모와의 관계에서 상처를 많이 받는다. 내가 행복하고 잘 살아야 아이들도 행복할 수 있다. 개인의 행복이 중요해졌다. 인간관계에서 굳이 이렇게까지 배려해야 하는가 하는 데서 오는 아픔도 많은 것 같다. 자신이 단단할 경우 상대방과 같이 이겨낼 수 있으나 약할 경우는 이겨내지 못한다. 관계를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심리적 정신적 여유가 있어야 내면의 힘으로 관계를 극단으로 치닫지 않게 한다.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한 곳만 바라보고 있으면 불꽃이 튀고 집착하게 된다. 자기 안의 화를 잘 다스려야 한다.

지금 하고 있는 업무는? 법원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미성년자 자녀가 있는 경우 이혼하기 위해서 1번은 상담위원을 반드시 만나서 면담과 교육을 받아야 한다. 충족과정 조건이다. 면담과 교육을 동시에 받기도 하고 시간 상 따로 받기도 한다. 이때 부모자녀양육과 동영상을 통해 교육을 실시하며 면접교섭권, 친권, 양육권 등에 대해 소상하게 알려준다. 내담자와 아이들의 심리상태, 아이들의 정서적 부분에 대해서 어떤 노력을 하는지 물어보고, 부부갈등과 이혼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짚어준다.

법원에서 이혼 신청 후 일정 절차를 거치게 하고 이혼하려고 하는 부부에게 숙려기간을 가지게 한다.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의미에서 아이들이 이 일의 진행으로 어떤 것을 느끼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물어본다. 제일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은 자녀양육의 문제다. 교육이나 영상을 본 후를 기점으로 3개월의 숙려기간을 시간을 준다. 숙려기간이 지난 후에 판결을 받으러 안 오는 경우도 간혹 있다.

이혼하러 온 부부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질문하는가?

건강한 관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둘이서 사이좋은 인간관계를 할 수 있게 의논을 해보라고 한다. 참지 말고 건강하게 싸우라고 한다. 부부가 싸우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부모가 건강하게 싸우는 것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잘 산다. 싸워봐야 건강하게 싸울 줄 안다. 숙려기간에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라고 한다. 싸우지 않는 것은 건강한 관계가 아니다. 싸우면서 충돌하고 조율하면서 맞춰가면서 살아야 한다. 그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오는 경우가 많다.

두 사람의 관계보다 외부적인 작용이 영향을 많이 미친다. 시어머니의 포용심으로 이혼을 넘기는 경우도 있고 외부적인 이유 즉 건강이나 가족들에 의해서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이혼하는 경우도 많다. 젊은 부부들의 경우에 이혼 사유가 충분하지 않아 보일 때는 안타까운 마음에 좀 더 생각을 해보라고 한다. 이혼 면접이나 교육을 통해 서로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이혼 후에도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는데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이혼하는 부부에게 관계를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는가를 반드시 물어본다. 지금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라는 의미에서다.

상처를 최소한으로 받는 꿀팁이 있다면?

상처받은 자기를 자기가 잘 보듬어 줬으면 좋겠다. 바라봐 주고 다독다독해줬으면 좋겠다. 상처받는 것도 자기이지만 결국 치유할 수 있는 것도 자기다. 자신을 사랑하라고 말하고 싶다.

상담을 할 때 중시하는 것은?

내담자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려고 한다. 내담자에게 당신도 존중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당신이라는 존재가 대단하다고 넌지시 알려준다. 부모와 자녀 사이든 부부 사이든 독립된 독립체로 본다면 갈등이 줄어들고 충돌도 줄어든다. 많은 남편들이나 아내들이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 무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하소연하고 힘들어한다. '아내들은 존중받을 행동을 하지 않아요'라고 한다. 그런데 한가지라도 존중할 면을 찾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애정이 있어야 한다. 충분히 향유를 하게 되면 내 안에 화나 분노가 없어진다. 내 안의 화나 분노를 온전히 통제할 수 있어야 상대와도 화합하며 지낼 수 있다. 상대방을 온화하게 바라볼 수 있다.

일반적인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경청이 중요하다. 티키타카가 잘되면 좋다. 잘 듣되 나도 잘 말할 수 있는 관계가 좋다. 적절한 경계와 거리가 필요하다. 한쪽이 많이 내놓게 되면 한쪽이 섭섭해질 수 있다.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고 상대의 영역을 인정하고 지켜줘야 할 것은 지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시기 질투심을 버려야 관계가 잘된다. 시기 질투심이 없기는 참 힘들다. 시기 질투심이 관계를 망친다. 시기 질투심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잘 조절해야 한다.

감정을 세련되게 표현하는 방법을 연습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건강한 관계에서 세련되게 유연하게 표현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거칠게 나간다. 평정심을 갖고 자신을 들여다보는 연습을 할 때 양육뿐만 아니라 부부사이의 갈등도 줄어든다. 자신을 알아차림이 중요하다.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알아차리는 일을 계속해야 한다. 자신을 알아야 남을 알 수 있다.

롤모델이 있는가 롤모델이 있다면?

시어머니다. 온화한 미소로 명령 지시하지 않았다. 언성을 높이거나 야단을 치지 않았다. 말을 많이 하지 않는데도 사랑이 느껴지고 한마디 한마디 말씀이 생각을 하게 한다. '우리 애들이 말을 안 들어서 회초리 없냐고 하니까 매 안 들어도 잘 자라더라. 그 나이는 철이 없는 것이 맞다.' 작은 체구에 비해 마음이 크셨다. 비난이 없다. 항상 칭찬하고 부족함에도 칭찬을 계속 해줘 좋았다.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전달됐고 한마디로 진짜 어른이었다.

일이 보람된다고 생각했을 때

내담자의 문제가 해결돼서 잘 살아낼 수 있게 됐을 때 보람을 느낀다. 상담의 힘은 내담자에게 오롯이 집중해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큰 힘이 된다. 부모도 그렇게 하는 것이 힘들다. 들어주는 것만 해도 문제의 반 정도는 해소된 것 같다는 경험을 한다고 한다.

최미영 상담가 프로필

학부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석사과정에서 가족학을 전공하며 상담을 공부했다. 하늘샘 심리 상담센터 연구원으로 있으며 김해·창원법원 가사상담위원으로 친권, 양육권, 면접교섭권 협의 사항과 이혼으로 인한 부부, 자녀 심리정서 부분을 확인하는 역할을 한다. 이혼할 때 부부가 상담받고 싶은 부분을 상담하는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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