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8:38 (토)
걸림 없이 '지금 여기서' 주인공으로 사는 지혜
걸림 없이 '지금 여기서' 주인공으로 사는 지혜
  • 하영란 기자
  • 승인 2024.03.07 2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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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생각 넘기기 ⑧
임성순의 책

'무의도인으로 살아가는 법 연구'
도는 평상심으로 무사 생활하는 것
무의도인을 찾는 것 어리석은 일
내가 주인공, 머무는 곳에 진리있어
임성순의 책  '무의도인으로 살아가는 법 연구'
임성순의 책 '무의도인으로 살아가는 법 연구'

눈앞에 있는 욕망과 욕심을 쫓아가느라고 이리저리 얽힌 관계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사는 것이 현실이다. 주변의 잣대로 자신을 재고 남들이 가진 만큼은 가져야 자존심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곳에 진정한 '나'는 없다.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욕망의 그물에 걸려서 허우적거리며 살고 있는 만들어진 '나'가 있을 뿐이다.

그러면 어떻게 살 것인가? 사는 것에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일까?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나 살다가 언젠가는 자연으로 돌아간다. 우리가 무소의 뿔처럼 홀로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르게 사는 것일까를 고민하는 사람들은 현자에게서 지혜를 구하기도 한다. 임제선사에게서 답을 구한 임성순의 책 '무의도인으로 살아가는 법 연구'에서 길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아무래도 임제어록의 선사상을 기초로 해서 쓴 책이다 보니 좀 어렵긴 하다. 그러나 읽다가 어려운 부분은 슬쩍 넘기고 마음에 와닿는 부분만 읽어도 지금 이곳에서 주인공으로 걸림 없이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무의도인(無依道人)이란 임제(臨濟義玄) 선사의 <임제록(臨濟錄)>에 나오는 말이다. 뜻을 풀자면 어느 곳에도 의지하지 않는 독립적인 사람이라는 뜻이다. 무의(無依)란 집착하는 데가 없다는 말이다. 무의도인은 임제가 제시한 가장 완전하고 전형적인 인물이다.

임제 선사의 말을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다.

"평상심으로 생활하는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고, 대소변을 보고 싶으면 대소변을 보고, 옷 입고 밥 먹는 자연스런 일상생활을 하는 것으로 피곤하면 누워 자는 것이다. 이와 같이 평상심으로 무사하게 생활하는 것을, 어리석은 사람들은 나의 행동을 보고 비웃겠지만 진여의 지혜로 사는 사람은 이내 이와 같은 것을 보고 바로 깨달아 안다. 고인이 말했다. 자신의 마음 밖에서 무의도인을 찾으려고 공부하여 조작하는 것은 모두가 어리석고 우둔한 사람들이다. 그대들이 장차 어디에서라도 자신이 진여의 지혜로 살아간다면 그대들이 있는 그곳이 바로 좌도량이 되는 것이니, 무슨 경계가 닥쳐오더라도 자신이 진여의 지혜로 살아가는 것이므로 이것을 다시 예토로 바꿀 수는 없다. 설령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남은 업이 있어 습기가 있고 또 오무간지옥에 떨어질 만한 일이 있다고 할지라도 진여의 지혜로 살아간다면 자신은 해탈의 대해에서 살아가게 된다."

도인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임제는 '수처작주입처개진( 隨處作主 立處皆眞)'이라는 유명한 언구로 설명하고 있다. 좀 더 풀어보자면 수처작주는 '어느 곳이든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된다'는 뜻이고 입처개진은 '머무는 곳이 진리다'라는 뜻이다. 즉 진리는 머무는 그곳에 있으며 어디를 가더라도 주인이 된다는 뜻이다. 자연스런 일상과 도는 뗄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의 알음알이로 지식을 구하려 하면 자신의 머리를 찾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불교에서 윤회는 살아있는 사람의 번뇌 망념의 생사를 윤회라고 하고 생사가 없는 것은 번뇌 망념이 없는 사람이다. 가치관을 바르게 하여 진정견해를 구족하면 중생으로서 돈오하여 현신으로 도인이 될 수 있다. 진정한 견해나 바른 가치관으로 진여의 지혜를 체득하여 공덕을 실천하면 완전한 도인으로 살아가게 된다'고 밝히고 있다.

'임제는 살아있는 사람이 부처이고 지금 살아 있는 이 자리가 극락이라고 했다. 윤회를 죽은 후에 환생한다는 생각은 털끝만큼도 하지 않았다. 오로지 지금 이생에 불법(佛法)에 맞게 바르게 살아가는 사람이 돼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서원했다'고 저자는 말했다.

법광은 발간 축사에서 "자기 자신을 바로 안다고 하는 것은 자기 마음의 궁극적인 것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고 또한 인간의 평등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고 존귀하다는 것은 근원적인 마음을 두고 한 말일 것이다. 왜냐하면 세상의 사람들은 각자가 욕망이 다르고 형상이 다르므로 평등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부처는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 책이고 자신을 놓치고 필요 없이 거짓말로 자신을 포장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라고 했다.

이 책은 바른 수행을 하며(기도하는 것이 아닌) 지금 여기서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극락세계에서 살아가는 법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인 남청 임성순은 동국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남청 선서화연구원 원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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