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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의 소중한 항구 아카바(Aqaba)
요르단의 소중한 항구 아카바(Aqaba)
  • 경남매일
  • 승인 2024.03.06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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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홍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개발본부장
김제홍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개발본부장

바다를 가진 나라는 큰 축복을 받은 것이다. 섬이 있다면 더욱 그렇다. 커다란 바다를 보면서, 레저를 즐기면서 4계절을 보내고, 또 각종 수산물을 통해 필요한 단백질을 얻기도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바다를 통한 무역이다. 세계 물류 중에서 해상 물동량 비중은 85%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육상운송과 비교해서 장거리 대량 운송이 가능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송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몇 나라들은 바다에 면한 아주 좁은 땅, 단 하나의 항구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

195개 UN 회원국 중 45개국이 '내륙국(Landlocked country)'으로 바다를 갖지 못했다. 바다 없이는 해상교역을 할 수가 없다. 그러나 내륙국들도 바다를 면한 이웃 나라의 항구들을 빌리거나 비교적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바다로 나가 해상무역을 하는 경우들도 종종 있다. 스위스는 이탈리아의 항구를 빌리고, 볼리비아는 페루나 아르헨티나의 항구를 빌려 사용한다. 그러나 항구를 빌려주는 이웃 나라와 관계가 틀어져 항구 이용이 금지된다면 해상을 통한 무역은 불가능하다. 아직 내륙국 중 고소득 국가는 스위스 정도만 있을 뿐이다. 오스트리아는 내륙국이지만 국제 하천인 도나우강을 통해 흑해로 연결되니 완전한 내륙국은 아니다.

요즘 아시안컵 축구 4강전에서 요르단에게 진 국가대표팀의 내분에 대해 말들이 많다. 예선전에서 2:2로 비길 때만 해도 운이 없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 4강전에도 2:0으로 참패를 했으니 더 할 말이 없다. 중동의 요르단은 그리 큰 나라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90% 되는 면적에 1100만 명 정도 살고 있는 작은 이슬람 국가다.

중동의 요르단은 1946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당시 내륙국이었다. 요르단에게는 한 때 바다였었던 사해(死海, Dead Sea)만 있을 뿐이다. 사해는 약 1700만 년 전 아라비아판과 아프리카판이 벌어지면서 깊은 단층을 형성하고, 약 400만 년 전 해수면이 높을 때 지중해의 바닷물이 들어왔다가 약 7만 년 전 빙하기 때부터 내륙의 소금호수가 된 곳이다.

내륙 국가의 한계를 절감한 요르단은 1965년 이웃 사우디아라비아와 협상을 해서 서울 면적의 10배에 해당하는 내륙의 땅 7천㎢를 내주고 대신에 홍해의 동쪽 끝에 위치한 아카바(Aqaba)만 해안선 26㎞를 포함하는 6천㎢를 확보하게 된다. 요르단이 얻은 땅은 훨씬 좁고, 심지어 사우디아라비아에 준 땅에서는 석유까지 발견되었지만, 요르단 사람들은 그 땅보다는 아카바가 더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아카바는 성경에도 등장하는 유서 깊은 도시다. 아카바로 인해 홍해(Red Sea)가 펼쳐졌다. 구약성경 출애굽기에서 모세(Moses)가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건넌 곳이 바로 홍해다. 아카바 건너편에는 이스라엘의 휴양도시 에일라트(Eilat)가 마주 보인다. 홍해는 해양스포츠의 적지다. 해안에서 바다 수심이 조금씩 낮아져 위험하지 않고, 해수 온도가 연중 20℃ 이상으로 따뜻해서 스쿠버다이빙과 패러세일링, 윈드서핑과 수상스키 등을 즐기기에 이상적이다.

요르단은 아카바가 있어서 내륙국을 면했다. 그래서 이웃 국가인 사우디가 그렇게 고마운 것이다. 비록 내어준 땅에서 석유가 쏟아지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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