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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통수권④ '특허 먼저' 정책이 먼저다
특허통수권④ '특허 먼저' 정책이 먼저다
  • 경남매일
  • 승인 2024.03.0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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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원 변리사
허성원 변리사

"요즘 젊은 사람들은 창의력이 없어요. 연구원들의 수도 적지 않고 특허출원 한 건씩 할 때마다 적잖은 보상금도 지급하는 직무발명보상제도도 남부럽지 않게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특허출원 실적은 통 시원찮습니다. 뭔가 새로운 개선 아이디어를 내보겠다든가 혁신적인 변화에 도전할 생각은 않습니다."

다들 그러시죠? 많은 중소기업 CEO들이 이 같은 아쉬움과 어려움을 토로합니다. 기업의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하는 핵심역량은 연구원들의 창의력에서 나오는 건데, 그들의 행동과 생각을 마음대로 어찌 할 수 없으니 참 답답하지요. 동기 부여를 위한 '보상' 시스템도 그다지 힘을 쓰지 못합니다. 동기를 자극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그 동기를 꾸준히 지속시키는 것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업의 특허 정책에서 동기 부여를 고심할 때 두 가지 점을 염두에 두라고 말씀드립니다. 하나는 '욕망과 두려움' 프레임이고, 다른 하나는 '특허 먼저' 프레임입니다. 이 두 가지 프레임을 적절히 활용하면 괜찮은 효과를 경험할 수 있을 겁니다.

먼저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리죠. 사냥꾼 친구 두 사람이 산길을 걸어갑니다. 한 사냥꾼은 노루를 어깨에 걸머지고 흥겹게 걷고 있고, 옆의 친구는 빈손으로 힘없이 걷습니다. 한 사람만이 사냥에 성공을 한 셈이지요. 그때 숲속에서 부스럭 소리가 났습니다. 어떻게 했을까요? 빈손인 사냥꾼은 얼른 숲속으로 뛰어듭니다. 자기 몫을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르기 때문이죠. 그런데 노루를 걸머진 사냥꾼은 어떻게 할까요? 그는 오히려 그 반대방향으로 달아납니다. 혹시 그게 무서운 동물이면 기껏 잡은 사냥감마저 잃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의 행동에는 동기가 다릅니다. 사냥꾼을 숲으로 뛰어들게 만든 것은 그의 욕망이고, 다른 사냥꾼을 달아나게 만든 것은 그의 두려움입니다. 욕망은 희망을 자극하고 긍정적 에너지를 일으켜, 변화를 기회로 인식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두려움에게 있어 변화는 위험이며 피해야 하는 것이기에 부정적인 에너지를 일으킵니다. 그래서 욕망은 다가가서 취하고 싶은 적극적인 접근의 동기를, 두려움은 피하고 싶은 소극적인 회피의 동기를 유발하는 것이죠.

이 '접근 동기'와 '회피 동기'는 가정이나 직장에서 통상적으로 널리 이용되는 동기 유발 방법입니다. '잘하면 상을 준다'와 '잘못하면 벌을 준다'가 바로 그것이지요. 즉 당근과 채찍입니다. 사실 인간을 움직이게 만드는 모든 동기는 대체로 '욕망'과 '두려움' 중 하나입니다. 이 두 감정은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추진 엔진과 같은 것이지요. 그 힘이 강하고 절박할수록 더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욕망과 두려움은 동기 자극의 엔진이긴 하지만, 인간의 감정에 기인한 것이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쉽게 피로해지고 무뎌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여기에도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적용되는 셈이지요. 보상이든 두려움이든 처음에 비해 그것이 반복될수록 그 느낌은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동기 부여 정책도 시간이 지나면 그 효과가 감퇴되기 때문에, 사람들을 이끄는 리더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면 동기 자극의 효과를 지속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건 욕망 프레임과 두려움 프레임을 조합하여 균형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이 둘은 상호보완적이라서 하나가 감퇴되면 다른 하나는 강화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둘을 적절히 조합하면 동기유발력을 오래 유지시킬 수 있습니다. 욕망 프레임은 통상 '보상'으로 적용되고, 두려움 프레임은 불이익으로 적용됩니다. 불이익은 인사 고과 반영 혹은 미리 지급된 수당의 반납 등의 방법이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목표 관리입니다. 각 연구원들에게 연간 특허출원하여야 할 건수를 할당하고, 그것이 충족되면 보상을, 미달하면 불이익을 주는 것이죠. 이렇게 해서 보상에 대한 욕망과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을 동시에 자극합니다. 특허출원의 목표 건수를 정하여 강제 할당하였을 때 그 효과는 놀랍습니다. 특허출원이란 건 원래 발명이 먼저 있어야만 가능한 것인데, 발명도 없이 특허출원 목표 건수를 미리 정하는 것이죠. 그런데 그게 실제로 특허 출원 목표에 맞춰 발명이 창출되어 나온다는 겁니다.

'발명 먼저'가 아니라 '특허 먼저'라는 목표 관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것은 원인과 결과가 뒤집힌 것이죠? 원인인 발명으로 그 결과인 특허를 취득하여야 하는데, 특허 목표를 먼저 정하면 발명이 창출된다니, 논리적으로 좀 어색한 상황이지요. 그럼에도 우리 기업들의 '특허 먼저' 정책은 성공적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특허 빈국이었던 우리나라가 세계 4위의 특허 강국이 될 수 있었습니다. 목표 달성을 위해 내내 머리를 쥐어짰던 지적 스트레스에 의해 연구원들의 사고의 틀이 근본적으로 변하여, 나름의 창의력 도출 요령을 각성하게 된 것이지요. 점차 실질적인 우수한 아이디어들이 가속적으로 쏟아져 나왔고, 그리하여 지금 우리 기술이 세계 시장에서 당당히 서있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양이 질을 낳는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지요.

"제비떼가 날아오면 봄이라고/ 함부로 말하는 사람은/ 봄은 남쪽나라에서 온다고/ 철없이 노래 부르는 사람은/ 때가 되면 봄은 저절로 온다고/ 창가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이 들판에 나오너라/ 여기 사는 흙 묻은 손들을 보아라/ 영차 어기영차/ 끝끝내 놓치지 않고 움켜쥔/ 일하는 손들이 끌어당기는/ 봄을 보아라!" 안도현의 '봄'이라는 시입니다.

그렇습니다. 봄은 저절로 혹은 제비떼가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들판에서 어기영차 일하는 손들에 의해 끌려오는 것입니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으니까 행복하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특허 정책도 그렇습니다. 발명이 먼저 있어야 특허를 받겠다고 하면 이미 늦습니다. 기술 전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특허로 발명을 끌어당길 수 있어야 합니다. '특허 먼저' 정책이 먼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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