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김해지역에 위치한 중견기업인 삼영산업의 갑작스러운 전직원 해고소식이 한동안 화제였다. 삼영산업은 50년 가까이 건설 타일을 생산하는 업체로 지역에서 건실하게 성장한 회사였고 특히 삼영산업의 경영자인 이종환 회장은 1조가 넘는 기부를 해 온 기부왕으로 전국에서도 명성이 높은 분이었다.
지난해 9월 이종환 회장이 백수로 생을 마감한 후 삼영산업은 본격적인 정리 절차를 밟은 것으로 보인다. 2023년 12월에 휴업을 실시하고 2024년 1월에 전직원 해고를 전격적으로 통보한 것은 폐업을 위한 사전 절차로 봐야 할 것이다. 휴업과 해고의 기간이 짧은 것은 회사 회생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과 논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이미 삼영산업의 대주주는 회사에 대한 손절 의지가 확실했던 것이다.
50년 동안 지속됐던 중견기업이 이렇게 하루아침에 기업회생절차도 생략한 채 전직원 해고와 폐업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은 상당히 낯설다. 규모가 훨씬 작은 회사들도 최대한 기업을 살리기 위해 발버둥 치는데 삼영산업은 왜 갑자기 이러한 결정을 내린 걸까.
이종환 회장이 1조 원대의 기부왕이었고 서울대에 이종환 도서관 설립을 위해 600억 원을 쾌척했다는 선의의 시각을 배제하고 삼영산업 대량 해고의 시선으로만 바라본다면 삼영산업의 경영은 배임에 가까운 수준이다. 배임의 판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재산이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빼돌려졌는가의 여부이다. 삼영산업의 재산은 관정이종환장학재단과 경영진의 급여로 상당히 빼돌려진 정황이 보인다.
지난 2007년 이종환 회장은 삼영산업의 건물과 부지를 장학재단에 기부했으며 2020년에는 120억에 이르는 기계장비까지 기부했다. 2007년 이후 장학재단에 건물과 부지에 대한 사용료를 지불하면서 기업을 운영했다는 것은 상식 밖이다. 2020년 이후는 기계장비에 대한 사용료까지 장학재단에 사용료를 지불했다.
그리고 지난 2015년부터는 차명으로 등록된 손자와의 건물 소유권 소송으로 수십억에 이르는 급여를 지급해서 개인 건물 대출금을 갚아왔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지난달 대량 해고 당시 자본잠식이 160억이었고 16억을 결재하지 못해서 최종 부도에 이르렀다고 한다. 만약 공장과 부지, 기계장비 등을 장학재단에 기부하지 않았다면 그 평가액만으로도 자본잠식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고 건설경기 악화로 실적이 다소 부진하더라도 담보대출로 얼마든지 버텨낼 수 있었을 것이다.
삼영산업의 대부분의 자산은 이종환장학재단으로 기부된 상태고 장학재단에서는 대량 해고와 관련해 할 말이 없다는 태도다. 그리고 이종환 회장의 장남인 이석준 삼영화학 회장은 직계존속이 장학재단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을 변경해서 조만간 자산 1조 7000억 원인 관정이종환장학재단의 이사장에 오를 예정이라고 한다.
삼영산업 130명 근로자들은 평생 피땀 흘리며 다니던 직장에서 하루아침에 해고당하고 공장의 모든 자산은 장학재단에 기부 당했다. 기부라는 단어는 대가 없이 자선을 베푼다는 의미이다. 멀쩡한 회사의 자산을 장학재단에 기부하고 그 직원들이 하루아침에 해고당한다면 어찌 이를 선의의 기부라고 할 수 있겠는가.
삼영산업의 자산이 장학재단으로 빼돌려졌다는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이종환 회장의 가족들이 삼영산업을 포기한 채 장학재단의 이사장은 물려받는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 자녀들은 지금이라도 삼영산업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종환 회장의 기부가 바래지 않도록 장학재단은 가족의 품이 아닌 사회 기부의 형태로 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