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21:53 (토)
"6개월∼1년 전시 기획 관람객 큰 반응 보람"
"6개월∼1년 전시 기획 관람객 큰 반응 보람"
  • 하영란 기자
  • 승인 2024.02.26 22: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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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란 기자의 은빛나래 창

홍희주 큐레이터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전시기획·국제교류 등 업무
전시 볼 때 자신의 시각 중요
건축·도자 여러 시각 전달 매진

홍희주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큐레이터

큐레이터, 그 이름마저 매력적이다.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에서 전시된 작품을 보고 있으면 이 작품들은 누가 이렇게 기획해서 전시하고 있는 것일까 궁금해질 때가 있다. 갤러리에서만 만날 수 있는 큐레이터란 직업이 참 낯설고 신기하다.

예술작품에는 우리 삶의 여러 측면의 이야기와 작가의 모습이 비친다. 그 때문에 작품을 관찰하고 관람하면 할수록 마치 불경을 읽은 듯 삶의 순리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예술작품이 우리의 일상을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예술은 현실에서 행복과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촉매제 역할을 한다. 마치 우리가 여행을 갔을 때 느끼는 해방감이나 맛있는 음식을 먹고 느끼는 행복감처럼 말이다.

"예술이 좋아서 큐레이터 일을 시작했다. 예술에 더 가까이, 깊이 다가가면 갈수록 탐구할 것이 많고 무지하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에 안주하는 순간 정신이 늙는다는 말이 있는데, 직업 덕분에 그 속도를 조금 늦출 수 있을 것 같아서 기쁘다"고 하는 홍희주 큐레이터를 지난 2일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에서 만났다.

전공이 궁금하다.

학부는 고고학, 석사는 미학을 전공했다. 직업을 살려 전공을 선택했다고 말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고등학생 시절 문과에 해당하는 특목고에서 문과와 이과를 전향하며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았고, 전공보다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갈지를 더 생각했다. 결국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 버는 삶'을 택하게 됐고, 어린 시절부터 좋아하던 '미술'과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큐레이터가 되고 싶었다. 큐레이터학과가 국내에 많지 않아서 박물관과 관련된 과에 들어가게 됐다. 현 직장에 입사한 후 일을 하다 보니 미학(미술철학) 쪽으로 깊이 공부하고 싶은 갈증이 생겨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큐레이터는 어떤 일을 하는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일은?

큐레이터는 전시를 기획하는 사람이다. 미술계 흐름이나 사회 전반의 여러 이슈를 고려해 어떤 주제에 관해서 전시를 기획할지 키워드를 정하고 시작한다. 주제(키워드)가 정해지면 어떤 방식으로 그 주제를 전달할지 전시 구성(틀)을 계획한다. 그 후에 기획 방향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작가와 작품을 조사하고 섭외한다. 섭외된 작가의 작품 중 어떤 작품을 전시에 선보일지 또는 전시에 맞는 신작을 제작할지를 검토한다. 전시 규모에 맞게 예산을 짜고 그와 관련된 보고서 제작이나 행정적인 업무는 기본이다. 출품작이 모두 결정되면 전시장에서 작품을 어떻게 보여줄지 전시 구성에 맞춰 동선을 계획한다.

동시에, 작품과 전시를 잘 살릴 수 있도록 전시장 연출을 구상한다. 벽면의 색이나 작품 설치 방법, 가벽 제작 등을 계획하고 공사 업체와 조율하며 머릿속의 구상들을 전시장에 펼쳐낸다. 전시를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전시소개 텍스트, 홍보용 텍스트를 용도에 맞게 작성하고 전시 제목도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홍보물(리플릿, 도록) 디자인을 전문디자인업체와 함께 커뮤니케이션하며 제작한다. 작품 운송과 설치 역시 미술품 전문운송업체와 함께 작업하며 전시장에 작품을 계획대로 설치한다. 

클레이아크에서 전시를 계획할 때 어떤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건축도자전문미술관이라는 콘셉트를 가진 미술관이기 때문에 건축과 도자에 관한 현대미술작품들을 여러 시각에서 다채롭게 선보이려고 한다. 특히 메인 전시장인 돔하우스에서 개최되는 전시가 그렇다. 최근에는 많은 시민들에게 예술을 가깝게 느끼실 수 있도록 대중적이거나 상호작용하는 작품들도 많이 보여주려고 한다.  

성공적·감동적인 전시가 있었는가?

두 번째 기획했던 전시 '아다지오 소스테누토(Adagio Sostenuto)'전(展)이다. 두 번째 전시였지만, 아무런 제약 없이 내가 온전히 주제를 정하고 기획한 첫 번째 전시였다. 도자 기법 중 차곡차곡 쌓아서 작품을 만드는 '축적'의 개념에 집중했고 그와 관련된 작가들을 섭외해 만나게 됐는데, 작품도 좋았지만 경력이나 본인들이 처해진 상황과 관련 없이, 묵묵히 수행하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하는 작가들의 순수하고 진지한 태도에 감동을 받았다. 전시 준비 과정을 통해 전시기획에 관해 많이 배웠다.

큐레이터로서 보람을 느낀 점과 힘든 점은?

보통 한 전시를 기획하기 위해서는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시간을 갖고 준비한다. 이렇게 만든 전시를 많은 관람객이 즐거운 반응 보일 때, 머릿속에 상상하고 그리던 이미지들이 의도한 대로 전시장에 펼쳐졌을 때도 보람을 느낀다. 힘든 점은 전시 관람객 수가 예상보다 저조할 때다.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어려운 점들이 있지만 결국 전시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관람객인데, 열심히 준비한 전시를 보러 와주시는 분들이 많이 없을 때 아쉽다. 비수기나 휴가 기간에도 종종 아쉬움이 크다.  

전시를 볼 때 특별한 방법이 있는가?

어떤 전시를 가장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큐레이터가 관람객에게 전시를 설명하는 방식, 동선, 전시장 내의 시각적인 텍스트나 작품을 설치한 방법들 그리고 구성이 표출하는 시그널들에 대해서 충분히 관찰하면 된다. 그러나 전시를 가장 잘 즐기기 위해서는 나만의 시선으로 전시·작품을 관람하는 방법이 있다. 전시의 구성상 제일 뒤쪽에 설치된 작품이 나에게는 첫 번째로 눈에 띄어 제일 마음이 가게 될 수도 있고, 내 방식대로 작품을 해석하고 전시를 관람해 보는 거죠. 많은 현대예술가들은 자신의 작품에 대한 다양한 상상(해석)이 가능하도록 여지를 남겨놓기 위해 작품 제목을 무제(Untitled)로 정하거나 작품 설명을 자세히 하길 꺼린다. 그러니 현대미술작품과 전시를 충분히 즐기기 위해서는 관람객의 취향에 따라 마음껏 상상하면 된다.

삶의 지침으로 삼고 있는 말이 있다면?    

미국의 저술가 비비안 그린의 말이다. "인생이란 폭풍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퍼붓는 빗속에서 춤추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인간이라면 살면서 누구나 좋은 일과 나쁜 일, 기쁜 일과 슬픈 일을 겪게 되는데, 한 번 태어난 인생, 이왕이면 모든 것을 즐기고 충분히 느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홍희주 큐레이터 프로필

()김해문화재단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서 2013년부터 큐레이터로 근무하고 있다기획전과 특별전, 찾아가는 전시 등 현재까지 12개의 전시를 기획, 미술관 교육과 언론매체, 행사·이벤트 담당을 거쳐 현재는 레지던시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다. 해외의 관련 기관들과 접촉해 MOU를 체결하고 각국의 예술가를 교환 또는 초청해 국내 작가들, 미술계 관계자, 시민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거나 미술관에서 일정 기간 상주하며 작업하는 예술가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작업을 지원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박물관 전시의 기획과 디자인’, ‘관계미술의 미학적 측면에 관한 담론과 사례 연구로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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