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20:42 (토)
"지휘자는 명령하지 않고 음악 만드는 조력자"
"지휘자는 명령하지 않고 음악 만드는 조력자"
  • 하영란 기자
  • 승인 2024.02.19 2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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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완수 지휘자 인터뷰(김해시민오케스트라)

음악은 일상 먼지 씻어 낸다
단원들께 언제나 격려·칭찬
지역사회 끈끈한 유대감 형성
조완수 지휘자.
조완수 지휘자.

김해는 예술의 꽃이 피고 있다. 김해는 책 읽는 도시로 많은 도서관이 있고, 문화활동의 중심지 김해문화의전당이 있고 곳곳에서 작은 문화 활동들이 왕성하게 돌아가고 있다. 예술가들이 책을 만들어 내고 공연을 하고 전시를 한다. 그러나 그 겉껍질을 살짝 벗기고 안을 들여다보면 예술을 하는 사람이 먹고살기가 힘든 곳이다. 예술만으로는 생계유지는커녕 하루를 버티기도 힘들다. 공연자가 공연을 기획해도 제대로 돈을 지불하고 공연을 보려는 사람이 없다. 무료 티켓에 길들여진 시민들은 지방공연일 경우 돈을 지불하고 보려고 하지 않는다. 예술을 위해 정당한 돈을 지불하고 봐야 한다는 개념도 희박하다. 거기에는 여러 요인이 많다. 그중에 지방 예술의 활성화를 위해 무료 티켓을 배부하다 보니 그것에 길들여진 면도 있다.

문화의 불모지는 부산 경남의 현주소다. 대구 아래로는 지방공연 기획이 성공한 예가 거의 없다는 것이 문화관계자의 말이다. 그래도 불모지에서 꽃을 피우려고 애쓰는 단체와 수많은 예술가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자발적 참여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김해시민오케스트라'가 있다. 김해시민오케스트라 조완수 지휘자를 지난 2일, 김해시 분성로 마르테 3층에서 만났다.

조 지휘자는 지휘자로의 역할과 마음가짐, 단원들과의 화합, 교육에서 한국과 미국의 차이점, 지역 예술의 발전의 아쉬운 점과 시민들에게 바라는 점 등의 소견을 밝혔다.

독일의 작가 아우어바흐(Auerbach)는 "음악은 일상의 먼지를 영혼으로부터 씻어낸다"라고 했다. 음악 활동이 우리 사회에 보편적으로 자리 잡아 건강한 사회를 만들었으면 한다는 조 지휘자의 지휘자로서의 세계가 궁금하다.

유학을 어떻게 하게 됐는가? 대학원 미국 유학 시절, 교육방식에 어떤 차이가 있었는가?

대학 4학년 여름 방학 때 미국의 캠벨스빌 대학에 오디션 비디오를 보내, 전액 장학생으로 선발돼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미국은 교수와 학생 사이가 '수평적' 관계다. 교수의 실력과 경력에 비하면 정말 햇병아리지만 학생의 의견을 묻고 귀담아듣고 함께 음악을 만들어 간다. 한국에서는 선생님이 음악을 만들어 주면 그대로 답습해서 연습해갔다. 그러나 미국에서 교수들은 자꾸 내 생각과 의견을 물어봐서 처음에는 부담스럽고 힘들었다. 남이 만들어 주는 음악이 아닌 내 생각과 감정이 담긴 음악을 만들고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다. 대학원에서 현악기(바이올린, 비올라)와 지휘를 공부해 두 개의 석사학위를 받았다.

유학 후에 미국에서 교수 생활까지 하다가 한국에 돌아온 이유?

미국에서 교수 생활을 하면서 학생들과 함께 미전역을 다니며 연주 여행도 했고, 미국대학지휘자연합회의 회원자격으로 세미나에 참가해 많은 지휘자와 교류하며 견문을 넓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유학생 시절을 포함해 12년 동안 외국 생활을 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지난 2017년에 귀국했다.

지휘자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지도 교수는 지휘자는 보스가 아니라 서번트라는 생각으로 파디엄(지휘단상)에 오르라고 했다. 지휘자는 아름다운 음악을 명령해 만들지 않고, 아름다운 음악이 만들어지도록 돕는 조력자다.

어떤 마음으로 김해시민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화합하며 지내는가?

김해시민오케스트라는 참 따뜻한 단체다. 단원들이 뿜어내는 행복, 도전, 감동과 같은 에너지가 한가득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단원들이 아마추어 연주자다 보니 가끔은 악보와 다른 음을 연주하거나 리듬을 틀리게 연주하기도 한다. 단원들은 그것을 흉이 아닌 도전할 과제로 받아들인다. 단원들에게 언제나 격려와 칭찬의 박수를 아끼지 않는다.

어떤 마음으로 음악을 하는가?

예술 활동은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인간 내면의 깊고 오묘한 감정을 표현하고 교감하기 위한 것'이다. 음악가로서 내 연주에 수많은 음표가 들어있고, 복잡하고 현란한 리듬이 뒤섞여 있어도 음악에 감정을 담지 못하고, 청중에게 동요를 일으키지 못한다면 그것을 음악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같은 진동수를 가진 소리굽쇠(Tuning fork)를 모아놓고 개중에 하나를 "땅"하고 두드리면 그 진동이 공기를 타고 다른 소리굽쇠들에 전달돼 함께 진동하며 울리는 것처럼 나의 음악도 그런 음악이었으면 한다.

김해시민오케스트라에 대한 야심은?

김해시민오케스트라에 많은 지역민이 참여해서 즐거운 음악 활동을 하고 싶다. 서로가 협력하고 화합하는 상호작용을 통해 지역사회에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하는 오케스트라가 되기를 희망한다.

지역 문화에 대한 아쉬움과 바라는 것이 있다면?

21세기는 문화를 통해 선진국이 정해진다. 국가와 지역사회가 문화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 시대다. 지역의 문화와 예술이 발전하려면 청중이 있어야 예술가들이 창작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예술인이 끼거나 해외의 유명한 쇼가 아닌 이상 지역 예술가들에게는 관객 동원이 큰 숙제다. 예술인들은 어떻게 하면 지역의 특성을 살려 시민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고민하고, 시민들은 지역 예술의 발전을 위해 무료 관람이 아닌 티켓 한 장이라도 사서 관람하는 문화가 자리 잡기를 바란다.

프로필

고신대학교 음악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후 미국 캠벨스빌 대학교에 전액 장학생으로 선발돼 대학원에 진학했다. 피터 맥휴 교수에게 바이올린을, 제이미 호프만 교수에게 비올라를 사사했으며 로버트 가디스 박사에게 지휘를 사사하며 두 개의 석사학위(MAM, MMCM)를 받았다. 대학원 재학시절 미국 맥컬리(Macauley) 실내악 경연대회에서 입상, 입상자 음악회가 라디오로 생중계됐다. 대학원 졸업 우등 졸업생에게 수여하는 미국 명예 음악인 협회 (Pi Kappa Lambda)의 회원으로 추대, 모교인 캠벨스빌 대학에 채용됐고 이후 미국 린지윌슨 대학에 전임으로 채용, 대학 합창단을 이끌고 하와이를 비롯해 미전역을 투어하며 연주 여행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지난 2017년 귀국 후에는 고신대학교 음악과와 일반대학원에서 후학을 양성했으며, 교수학습지원센터에서 주관한 학생-교수 협업 프로젝트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경남문화예술교육협동조합(마르떼) 소속 지휘자로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공연’ (창원 성산 아트홀), ‘광복절 74주년 기념공연’ (진주 경상대학교), ‘부마항쟁 40주년 기념 뮤지컬’ (마산 3.15 아트 센터), ‘석정 윤세주 순국 80주년 기념 뮤지컬’ (밀양 아리랑 아트 센터) 등을 지휘하였다.

부산시 교육청 소속의 교문청소년오케스트라 전임지휘자와 금난새 유스 오케스트라 지도 강사를 역임하였으며, 현재는 김해시민오케스트라 예술감독 겸 지휘자, 엠파이스 플루트 오케스트라 지휘자, 김해화정초등학교 오케스트라 지휘자, 양산중앙중학교 오케스트라 지휘자, 양산남부고등학교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폭넓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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