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4:58 (토)
식물 씨앗 같은 점(點)은 모든 잠재성 잉태하죠
식물 씨앗 같은 점(點)은 모든 잠재성 잉태하죠
  • 하영란 기자
  • 승인 2024.02.18 2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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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경 초대전 'PLANTOPIA展'
로트링펜으로 현실 이상향 지향
식물 그림 통해 플랜토피아 구현
갤러리 거제 제1전시실 모습.
갤러리 거제 제1전시실 모습.

Gallery Geoje(갤러리 거제, 대표 정홍연)는 2024년 첫 번째 특별기획전 으로 지난 6일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점으로 기록하는;PLANTOPIA展> 최유경 초대전을 하고 있다. 지난 6일 6시 개막식에 맞춰 거제시 거제면에 있는 '갤러리 거제'를 방문했다. 갤러리 거제는 영문 표기가 정식 이름이다.

거제 갤러리는 전혀 갤러리가 있을 곳 같지 않은 장소에 있다. 동백식당과 장모님치킨 옆에 갤러리가 있다. 지도를 점검하고 주변을 몇 번 더 둘러보고 나서야 갤러리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갤러리의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면 소재지에 있는 갤러리에 대한 편견이 산산이 부서졌다.

여느 갤러리보다 세련되고 수준 높은 전시가 한눈에 들어왔다. 화분 하나의 배치도 예술적이었다. 그곳에 있는 소품 하나하나도 예술적이지 않은 것은 없었다. 갤러리의 문을 여는 순간,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또 다른 예술세계, 점으로 기록하는 플랜토피아의 공간이 펼쳐졌다.

Blue H-Dot3 120x80 최유경 작
Blue H-Dot3 120x80 최유경 작

갤러리에서 전시를 기획한 정홍연 대표와 최유경 초대작가를 만났다. 정홍연 대표는 거제에 정착한 지 10년이 됐고 그동안 수준 높은 작품 전시를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은 반드시 또 찾는 곳이 됐고, 왕성하게 활동하는 최유경 작가 작품을 초대 전시하게 됐다.

최유경 초대작가는 일본 동경에 소재한 무사시노미술대학교에서 판화전공을 한 후에 홍익대학교에서 석사과정, 박사과정을 판화전공으로 학위를 취득한 후 작가만의 독창적인 '로트링펜'으로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 세상을 지향하는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독보적인 작가이다.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란 현실에 실재하는 유토피아적 장소를 말한다.

작업의 주제인 플랜토피아라는 개념은 지난 2017년에 작가가 본인의 유토피아를 확립시키는 과정에서 식물(Plant)과 장소(topia)를 합성해서 창안한 용어이다. 최 작가는 자신의 관념 속 식물이 있는 공간, 이와 같은 개념이 실체적인 형상으로 구현 가능한 것인지 의문을 가지기도 했다.

드로잉 로트링 26x36 최유경 작
드로잉 로트링 26x36 최유경 작

"점(點)은 식물의 씨앗과 같은 개념으로 모든 잠재성을 잉태"

최 작가의 작업은 자연(自然)을 지향하는 데서 시작했다. 문명이 발생한 이래 인간은 자연의 한 부분에서 자연을 지배하는 주체로 있다. 자연을 지배한 결과 인간은 역설적으로 자연을 그리워하고 자연 회귀를 하나의 이상으로 삼게 됐다. 자연은 삶의 터전인 물리적 공간에서 관념적 공간으로 바뀌면서 일종의 유토피아(Utopia)가 됐다. '없는(ou-)'이라는 접사에 '장소(topos)'가 결합해 생성된 용어인 유토피아는 현실에서는 도달할 수 없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의미한다. 인간은 스스로 자연 자체이면서 끊임없이 자연을 그리워하는 존재다.

최 작가는 자신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위해 그림의 소재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다. 식물원에서 본 식물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식물 중에서도 식물원에서 볼 수 있는 열대 식물을 소재로 삼았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서울식물원 등 식물원을 자주 간다. 스케치한 식물을 로트링펜으로 점을 찍어서 그린다. 로트링펜은 펜끝이 가는 바늘 끝보다 더 가늘다. 로트링펜으로 점을 쩍어서 8호 정도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2~3달 정도 걸린다. 그래서 작품을 1년에 그릴 수 있는 양이 많지 않다. "이렇게 가는 점을 찍는 작업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도대체 이렇게 힘든 작업을 내가 왜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하면서 창작의 고통을 최 작가는 웃으면서 말했다.

Blackmix2, 65x75.5, 최유경 작
Blackmix2, 65x75.5, 최유경 작

최 작가는 첫 번째 헤테로토피아로 식물원을 설정하고, 화면에 식물원 전경을 그려왔다. 그러나 식물원을 모티브로 하는 작업 과정을 통해 그 공간은 대안 공간이 아닌 자연의 복사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최 작가는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위해서 실크스크린을 통해서 먼저 재현이라는 개념을 벗어나는 과정에서 '도트'라는 요소를, 판화와 도트 페인팅에서는 '도트'와 '찍다' 두 가지의 공통점을 추출했다. 여기서 '찍다'의 의미는 판화에서 말하는 압을 가해서 누르는 행위의 '찍다'와 그 의미는 상통하지 않지만, 판재를 '찍다'와 회화에서 점을 '찍다'는 표기법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최 작가는 가장 익숙한 매체인 판화, 즉 실크스크린에서 생성된 도트 작업을 기반으로 플랜토피아를 실제화 및 구체화하면서 매체가 평면에서 공간, 그리고 현실로 확대해 갔다. 판화, 회화와 같은 평면이라는 범주에서 더 나아가 시간성이 결부된 영상 작업과 공간성이 부여된 작품을 통해 독창적인 기술의 흐름에 따라 변화한 것이다. 이같이 매체를 다양하게 활용해 현시대 흐름에 맞춰 플랜토피아를 현실 공간과 가상공간까지 나타낸다. 최 작가는 작품에서 많은 사람들의 일상과 우리의 삶 속에 녹아드는 방향을 설정하고 작품 자체가 현실에 나타나는 헤테로토피아, 플랜토피아의 실체화를 지향한다.

이번 전시는 예술과 기업의 동행으로 경남메세나협회와 ㈜에스에서 후원하는 특별기획전이다. 전시 개막식은 지난 6일 프리오픈을 시작으로 오후 6시 30분에 최유경 작가와의 대화 및 기존의 틀을 깬 '로트링펜(Rotring pen) 워크숍'으로 진행해 다양한 연령층의 참석자가 그림 도구의 다양성을 체험, 일상생활에서 흔히 지나치는 식물들을 '예술'로 피어나게 하는 로트링펜을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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