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14:42 (일)
김해 400년 나무 실종 시·업체 '책임 회피'
김해 400년 나무 실종 시·업체 '책임 회피'
  • 장영환 기자
  • 승인 2024.02.07 2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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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안동 수호신 '당산할매나무'
아파트 공사때 처분 두고 대립
시, 행방 찾고 있으나 소재 불명
김해 시의원 "못 지켜 안타까워"
지난 2020년 8월에 촬영된 삼안동 수호신 당산할매나무.  / 네이버지도
지난 2020년 8월에 촬영된 삼안동 수호신 당산할매나무. / 네이버지도

김해시 삼안동의 400년 이상된 수호신 나무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아 인근 주민들이 가슴아파하고 있다.

현재 '한라비발디' 아파트가 건설 중인 삼안로 80번길 일대에는 수령이 400년 이상된 당산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조선시대에 태어난 이 나무를 지역 주민들은 '당산할매나무'라는 애칭을 붙여 부르고는 했다.

여름이 되면 초록빛 잎을 가득 피워 무더운 동네에 시원한 그늘을 제공했고, 저녁에는 아이부터 노인이 함께 모여 담소를 나누는 자리였다.

주민들은 오랜 시간 홀로 서있는 나무의 모습이 안타까워 인근 나무와 '혼례'를 주선하는 등 당산할매나무에 애정을 각별히 쏟았다.

이 지역 주위에 공단과 아파트가 들어서도 언제나 우뚝 서있으며 주민들의 평안을 지켜줬던 당산할매나무는 주민들의 가슴 깊은 곳에 뿌리내린 동네의 수호신이었다.

당산할매나무가 사라진 자리.  / 네이버지도
당산할매나무가 사라진 자리. / 네이버지도

그런데 지난 2022년 이후 삼안로 80번길 일대에 '한라비발디' 건설 공사가 시작되자 동네에서는 이 나무의 존립이 위태롭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이에 주민들은 "우리를 지켜주는 수호신을 절대로 훼손시킬 수 없다"며 나무의 처분을 놓고 시공사 측에 경고했다. 이전에 이 동네에 거주했던 조팔도 현 시의원도 "우리에게 있어서 당산할매나무는 단순한 나무가 아니다. 개발의 명분 아래에서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다"며 나무의 보존을 주장했다.

이처럼 동네 주민과 시의원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느날 당산할매나무는 돌연 사라졌다.

나무의 행방에 대해 묻자 시 관계자는 "삼안로 80번길에 있는 해당 나무는 '보호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시청은 나무의 행방을 알지 못한다"며 "다만 1월부터 해당 나무를 찾고 있는 중이다"고 말했다.

한라비발디의 조합 측은 "우리는 이 나무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며 "시청에서 조사를 한다고 하니 알아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팔도 시의원은 "당산할매나무를 지켜주지 못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개발이 진행된다고 하지만 전통의 가치를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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