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2 21:07 (월)
'빛·시간' 통해 '세계 없음' 존재 조명
'빛·시간' 통해 '세계 없음' 존재 조명
  • 이수빈 기자
  • 승인 2024.02.05 2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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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서윤 시인 '여기까지가…' 출간
"삶과 문학 사이 갈등 풀어내"
진서윤 시집 '여기까지가 인연입니다' 표지.
진서윤 시집 '여기까지가 인연입니다' 표지.

경남문협과 진해문협 회원으로 활동 중인 진서윤 시인이 등단 10년 만에 첫 시집을 냈다. 등단과 동시에 시집을 쏟아내는 세태에서 전 시인의 과작 시집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집 '여기까지가 인연입니다'(문학의전당/1만 원)는 전 시인이 지난 10년간 써 내려간 시편 중에 55편의 시를 담았다.

장예원 문학평론가는 시집 해설을 통해 "매일 8만 6400초를 소진하는 인간의 여로는 추억이라는 풍경을 얻는 대신 죽음에 한 걸음씩 가까워진다"면서 "시인은 이러한 인생의 여로에 펼쳐지는 풍경들을 눈에 담는 방식이 느껴지며 이것이 진 시인만의 시적 형식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동행하는 '세계 없음'의 존재들을 빛과 시간으로 담백하게 화폭에 담아 우리 앞에 펼쳐 보인다"고 전했다.

또한, 정일근 시인은 "시인의 시는 당당하다. 자문에 대한 자답 또한 머뭇거리지 않고 명쾌하다"라며 "시인의 시가 건강한 이유가 자신감에 있고 그것이 시인의 '詩앗'이다"고 평했다.

그림자는 빛과 함께 태어났다가 어둠에 멸합니다//남은 잔을 비우고 일어서야 해요 이마에 땀이 난다는 건 어쨌든 아직 통증이 남아 있다는 것, 각자 숙제가 있으니까 그렇게 살라고 혼미한 음성을 보냅니다 참 독특한데 흩어지는 소리, 호명은 난청을 부르지요//아웃사이드의 이점은 그의, 그들의 눈 밖에 있어도 잃을 게 없다는 것 다만 추측이 가라앉고, 좀 덜 가렵기를 바라요 그럼에도 암담하다고 말하는 건 농담인 것 같아요 싫은 게 아니라 그들은 듣는 이들만큼 신중하진 않아요//이별에 암순응이 필요할까요? 그냥 흘려보내는 감정에 실린 편도체를 자극하는 거겠지요 9시 09분 이제 당신이 떠날 시간이네요 내가 떠나든가, 별 사이가 아니란 게 별스럽게 자유를 주는 밤이네요//여기까지가 인연입니다 -'제법무아(諸法無我)'

'제법무아'는 모든 것이 인연으로 항상 변하고 생멸하므로 고정된 자아는 없다는 불교의 교리 중 하나다. 진 시인은 빛과 함께 태어나 어둠에 멸하는 그림자의 그림자다움을 받아들인다. 관계와 욕망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자신다움을 받아들이면 상처받을 일이 없음을 이야기한다.

진 시인은 "삶과 문학 사이에서 일어나는 오랜 갈등들을 풀어내려고 했다"라며 "하지만 써야 하는 시인의 길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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