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8:47 (토)
용량 제한 - 김 일 태
용량 제한 - 김 일 태
  • 경남매일
  • 승인 2024.01.31 2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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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히지 않는다는 게 얼마나 쓸쓸한 일인지
넘어져 본 이들은 안다

잊는다는 게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지 
다시 일어서 본 이들은 안다

잊힌 것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위해
자리 비워준 것이기에
잊지 않으면 잃은 게 아니다 

나이 든 이들에게
오랜 기억보다
금방의 기억을 먼저 지우는 이유도 그럴 것이다

초과 저장되어 넘치지 않도록 
신은 우리의 머리 기억용량을
200기가바이트 정도로
제한해 두었다

시인 약력

 

창녕 출생. 1998년 『시와시학』 등단. 
시집 『부처고기』, 『바코드 속 종이달』 등 9권, 시선집 『주름의 힘』 발간. 
경남문학상, 시와시학젊은시인상, 김달진창원문학상, 하동문학상, 창원시문화상, 경상남도문화상, 산해원불교문화상, 경남예술인상, 경남시학작가상 수상. 
현재 이원수문학관 관장, 통영국제음악재단 부이사장, 창원세계아동문학축전 운영위원장, 경남문인협회, 창원예총 고문 등

☞  프리드리히 니체는 기억은 단순히 과거의 사실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욕망과 목적에 따라 선택적이고 주관적으로 구성된다고 말한다. 기억은 인간의 정체성과 가치를 형성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동시에 인간의 자유와 창조성을 제한하는 모순이 있다. 그래서 인간은 기억과 망각의 적절한 균형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어쩌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선택적 기억이야말로 자신에게 삶의 방어적 수단이 되기도 한다. 실수를 기억한다는 것은 참으로 아픈 일이다. 그런 건 빨리 잊어야 정신 건강에도 좋은 것이다. 나쁜 일들을 빨리 비워야 좋은 기억들도 들어설 자리가 생기는 것이다.
 
- 임창연(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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