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7 01:47 (수)
지방의회 의원들 밥 값 할 수 있을까
지방의회 의원들 밥 값 할 수 있을까
  • 신정윤 기자
  • 승인 2024.01.31 2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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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 입법권 부여 효용 높여야
지방 의회법 제정 위상 제고를
독립인사·자체예산편성권 줘야
신정윤 사회부장
신정윤 사회부장

"지방의회 의원들 싹 없애야 됩니더" 지인들과 만나 얘기를 나누다 보면 심심찮게 들려오는 주장이다. 과연 지방의회는 그렇게 쓸모가 없을까. 지방의회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는 지역주민들에게 의회가 효용감을 주지 못해서가 아닐까. 효용감은 지방의회 권한이 강화돼야 이룰 수 있는데 자치입법권이 없는 의회에 애초부터 기대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한다. 헌법은 '법률이 정하는 내에서만' 조례를 만들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법률에 위배되지 않는 내에서만'으로 바꿔도 지방의회 위상은 크게 높아질 것이다.

그런데 조례 이외에도 지방의회가 하는 일은 아주 많다. 예를 들면 지방의회 의원들은 도시계획조례를 개정해 주거지역에 일정부분 면적 이상의 제조공장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할수도 있고 지역구에 꼭 필요한 도시계획도로 개설이 집행 계획에 밀려나 있을 경우 우선순위로 예산을 집행하도록 공무원을 다그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도로 개설을 앞당길 수 있다. 또 의원이 지역의 주요한 축제 예산을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삭감해 행사가 열리지 못하도록 할 수도 있다.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의원들은 한해 성인 남성 키 만큼 높은 서류를 들여다 보며 공부하고 시정에 견제구를 던진다.

그런데 이번에 양산시의회 의원의 여직원 성추행 사건이나, 심심찮게 제기되는 외유성 의정 연수, 공무원과 의원간의 음주폭행 사건 등을 보면 그 책임과 막중한 역할 만큼이나 도덕성이 중요함을 상기시킨다. 사실 이러한 일탈행위도 지방의회의 권한이 제한적이고 중앙정부의 권고에 따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의원들 개인의 도덕성, 자질 논란으로만 비춰지는 것도 안타깝다.

최근 행정안전부에서 지방자치 관련 업무를 맡았던 한 고위공무원과 지방의회법 제정과 관련한 환담을 나눴다. 그는 "중앙정부는 지방의회가 독립 인사권을 가지거나 자체 예산편성권을 갖는 등의 위상 강화는 아직 이르고 준비가 안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리고 현행법률상 공무원 출신들이 의원에 당선되면 연금이 줄어드는 손해가 있어 이러한 것을 고쳐 공무원 출신들이 의회에 진출하는 장애물을 제거 한다면 의정 견제의 역량이나 수준도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현실적 조언도 했다.

실제 현역 의원으로 활동하는 분을 인터뷰 하면서 '팔할이 청탁이더라'는 자조섞인 푸념을 하는 의원들도 볼 수 있었다. 여튼 지방의회의 역할 강화를 위해서 인사청문회와 관련한 거부권을 실제로 쥘 수 있도록 하는 것부터 시작해 봤으면 한다. 의원들이 일할 맛이 나야 지역주민도 문턱이 낮은 의회를 수시로 방문하며 진정한 대의제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다. 오는 6월 출범할 제 22대 국회에서는 지방의회법이 반드시 제정돼 진정한 지방자치에 한걸음 나아가야 한다. 이제는 지역주민들에게 "지방의회 의원들, 밥 값 합디다" 소리 좀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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