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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현의 '안녕 프랑스'] 자본서 벗어난 영화로 진정한 '독립' 꿈꾸다
[한지현의 '안녕 프랑스'] 자본서 벗어난 영화로 진정한 '독립' 꿈꾸다
  • 한지현
  • 승인 2024.01.31 2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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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현의 '안녕 프랑스'
'제7의 예술' 영화 진흥 역사

연간 4천만 관객 스크린 시장 영화 강국
전국 1천2백여 개 예술실험극장 활성화
협회 선정 엄선된 영화 상영 프로그램
정부·극장주 함께한 독립영화진흥 노력
파리 11구에 위치한 예술실험극장 '마제스틱 바스티유(Majestic Bastille)' 입구.
파리 11구에 위치한 예술실험극장 '마제스틱 바스티유(Majestic Bastille)' 입구.

연극, 회화, 무용, 건축, 문학, 음악에 이어 '제7의 예술'로 불리는 영화는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대표적인 종합 예술 장르다. 19세기 이래 이어지는 영화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단연코 프랑스의 영화 진흥 정책이다.

지난 1895년 파리의 한 카페에서 상영된 최초의 영화 '뤼미에르 공장'을 나서는 노동자들(La Sortie de l'usine Lumiere a Lyon)을 시작으로 프랑스는 뤽 베송, 장뤽 고다르, 프랑수아 트뤼포, 레오 카락스와 같은 다수의 거장 감독을 배출해왔다.

세계적인 영화제인 칸 영화제의 명성 또한 프랑스가 대표적인 영화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힘을 더했다. 프랑스 정부는 높아지는 영화에 관한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국립영상센터(CNC), 국립영화학교(La Femis), 시네마테크(Cinematheque francaise) 등 다양한 기관들을 설립, 프랑스 영화 제작과 배급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명실상부한 '영화의 고향'으로서 프랑스의 자부심은 영화에 대한 자국민들의 사랑으로 이어진다. 초대형 극장에서 소규모 극장까지, 연간 평균 약 4000만 명에 달하는 관객이 프랑스 전역의 2000여 개 영화관을 방문한다. 그중에서도 1200여 개의 영화관은 독립영화의 배급을 지원하는 '예술실험극장(cinema d'art et d'essai)'이다.

독립영화는 주요 제작사의 독점을 벗어나 독립적인 자본으로 만들어진 영화로, 과감하고 실험적인 특징을 지닌다. 대부분의 예술실험극장은 평균 2개 정도의 상영관을 보유한 소규모 극장들로, 프랑스 전체 관람객의 50%가 이 극장들을 방문한다.

개봉 예정 포스터로 벽을 장식한 극장 내부.
개봉 예정 포스터로 벽을 장식한 극장 내부.

예술실험극장이 부흥할 수 있던 배경에는 예술실험극장협회(AFCAE)가 있었다.

지난 1995년 상업 영화관에 의해 침체돼 있던 독립영화관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파리의 극장주들은 예술실험극장협회(AFCAE)를 창설한다. 오늘날 독립 상영업자, 영화 제작자, 비평가들로 구성된 협회는 매달 심사를 통해 예술적 가치가 높은 영화를 선정하고, '예술실험 영화'라는 이름 아래 협회 소속 영화관에서 상영한다.

협회 소속 극장은 국립영화센터에 의해 선정된다. 그 결과 오늘날 예술실험극장에서는 높은 수준의 엄선된 영화들을 만나볼 수 있다. 기존 대형 영화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다양한 국적, 장르, 주제의 영화들을 감상할 수 있는 것 또한 그 특징이다. 위태하던 독립영화관의 운명이 차별화된 전략으로 단숨에 새 생명을 얻은 셈이다.

예술실험극장은 시네클럽, 감독과의 만남, 영화의 밤 등 영화를 주제로 한 다양한 문화행사들을 선보인다. 단순한 영화 상영 공간을 넘어, 극장은 문화예술공간의 기능 또한 마다하지 않는다. 저렴한 티켓 가격 또한 예술실험극장의 매력이다. 지역의 다른 예술실험극장들과 협업해 더욱 합리적인 가격에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정액제를 제공한다.

과감하고 실험적인 영화들,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 특색있는 극장 풍경, 합리적인 티켓….

대형 영화관의 장악으로 잠시 주춤하던 프랑스의 소규모 독립 극장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건재한 이유는 바로 여기 있었다. 그리고 이 배경에는 영화를 하나의 예술 장르로 인식하며 끊임없이 지원을 아끼지 않던 정부와 극장주들의 노력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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