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9:14 (토)
"김해 문화 연구 진심 기울여 시대정신 알려요"
"김해 문화 연구 진심 기울여 시대정신 알려요"
  • 하영란 기자
  • 승인 2024.01.29 2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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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사람] 김우락 김해문화원장

지역문화원 위기 심각 관심 필요
지역 아카이브 구축에 동참
시민 정체성 찾아 자긍심 키워야
과거 가야인의 삶 더 알기 매력
김우락 김해문화원장은 지리산 자락 거창에서 태어나 은행에서 30여 년을 보내고 문화 분야에서 인생 이모작을 하고 있다.
김우락 김해문화원장은 지리산 자락 거창에서 태어나 은행에서 30여 년을 보내고 문화 분야에서 인생 이모작을 하고 있다.

김해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대성동 고분 유적지와 가야문화와 역사적으로 축적된 문화를 보유하고 있는 문화의 보고다. 그러나 곳곳의 유적지나 박물관, 문화원을 자주 둘러봐도 고요한 명상센터 같은 분위기가 날 때가 많다. 김해시민들의 김해문화에 대한 자긍심과 사랑, 관심도에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관측해 본다.

뭐든지 그렇지만 특히 문화는 아는 만큼 보인다. 모르면 그저 흙덩이와 돌덩이와 고문서로만 보인다. 사랑하면 보이고 사랑하면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러면 알게 된다. 김해문화원 김우락원장은 김해문화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는 사람일지라도 '뭐가 그렇게 재미있어서 한평생 빠져서 문화연구에 매진하고 있을까'하는 궁금증이 절로 생기는 사람이다. 김우락 원장은 평소에 과묵한 성격으로 말이 거의 없는 편인데 김해문화 관련 이야기만 나오면 사람이 180도로 바뀐다. 갑자기 김해문화 연구 관련 이야기를 마구 쏟아내기 시작한다.

김해문화원 앞을 지나갈 때 '김해 문화 관련한 기관이겠지' 하고 무심코 지나쳐 간다. 구체적으로 어떤 곳인지 생각을 해봐도 애매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김해문화원은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이며, 문화연구의 방향성,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 등을 김해문화연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김우락 원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해 관련 문화 연구 중 주로 어떤 부분에 관심이 있는지

김해는 역사가 깊은 도시다. 김해와 관련된 기록물에 지대한 관심을 가져 발굴·보존하는 지역 아카이빙에 집중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마을 조사와 함께 문집, 옛 지도, 사진 등을 현장 답사로 확인하는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현재 어느 정도 진척되고 있고 최근에는 김해지역의 나무, 숲 등 생태와 환경으로 관심을 넓혀 김해문화원 회원들과 함께 현장 답사를 통해 확인하고 기록하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처음에 어떤 부분에 매료돼 빠져들게 됐는지

김해지역은 최근 수년간 급속한 도시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땅에서 '보상금'이라는 이름으로 돈이 쏟아지고 있고 한쪽에는 고대 유물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현대와 과거가 동시에 시공을 초월해 우리에게 보여주는 신기한 현상을 목도하고 관심을 가지게 됐다.

김해문화원 원장직을 맡기 전에 어떤 일을 했고 어떻게 해서 문화 방면에 관심을 가지고 평생 문화연구가가 되셨는지, 또 어떤 매력이 있는지

20대 후반부터 은행원으로 34년을 근무했다. 은행 업무 수행 중 대출담보물인 임야에서 고대 지배층 유물이 무더기로 발굴됐다. 평생 사회 과학 분야에서 종사한 은행원이 유물이 쏟아지는 현장을 보며 신기함과 경이로움으로 놀란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이때부터 김해지역의 역사를 알아보기 위해 관련 서적부터 모으기 시작했다. 부산 보수동 헌책방 골목을 뒤져 김해 관련 고문헌을 구하는 등 서점 순례는 일상이 됐다. 책과 함께 현장 또는 박물관을 순례하면서 '과거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공부를 하면서 과거 가야인이나 현재 김해인들이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컴퓨터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크게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과거는 현재와 미래를 알려주는 안내자라고 생각한다. 운전자가 궁극적으로 자동차를 앞으로 운전하기 위해 백미러를 보는 것 같은 이치가 아닐까요?

선조들의 발자취를 연구하고 기록해서 남기려고 하는 이유는

김해를 국한해서 이야기하면 이곳 사람들은 지역 정체성 생각이 모호한 것 같아요. 경주 사람들을 현지에서 만나면 고대 신라에 대한 자긍심이 강하다. 마치 신라인을 만나는 기분이 든다. 경북 고령 사람들도 대가야에 대해 강한 자긍심이 있다. 김해지역 인물 연구와 기록물 수집은 김해지역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기초 작업이다.

더 연구해 보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19세기에는 김해로 온 이방인이 큰 발자취를 남겼다. 지난 1801년 김해로 유배를 온 낙하생 이학규(洛下生 李學逵)는 24년 동안 김해 유배 생활을 하면서 김해지역 구석구석을 답사하고 느꼈던 생각을 다량의 시문으로 남겼다. 당시 김해지명, 역사 인물 등을 엄청나게 기록해 두었다. 이것을 정리 작업하고 있다.

김해의 인물 중에서 알리고 싶은 인물과 묻혀 있어서 안타까운 인물이 있다면

일제강점기 김해 출신 대학교수와 김해지역 역사를 연구해 알리는 작업을 하고 싶다. 현재 자료 축적 중이다. 안타까운 인물로는 고종 시절, '이유인'이라는 인물이 있다. 병조참판-한성부윤(서울시장)을 역임한 풍운아 기질을 가진 인물이다. 기록이 왜곡돼 약간 부정적인 인물로 묘사돼 있다. 좀 더 연구해 볼 필요가 있는 인물이죠.

김해문화원 운영 문화에 대한 철학과 소신은, 이 시대에 왜 문화인가

지역문화원은 지금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지역마다 문화재단이 생기면서 많이 위축됐다. 지역문화원은 그 지역 전통문화를 발굴·보존·계승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것을 현재의 흐름인 동영상, 메타버스 등으로 구현하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 이러한 작업을 하기 위해 김해지역 기록을 다양하게 확보하는 것이다. 기록물이 있어야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업을 펼칠 수 있다. 문화는 시대정신을 만들어 내는 바탕이라고 생각한다.

김해문화원은 주로 무슨 일을 하는지

김해문화원은 김해지역 전통문화를 발굴하고 보존해 계승시키는 작업, 지역(향토)사 연구, 환경보존이 주목적이다. 김해의 지역정체성을 살피는 곳이다.

김해문화원에 최근 계획하고 있는 것은

공연으로는 취약계층(장애인, 노인)이 있는 사회복지시설 상대로 20회 정도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공연 내용은 전통연희, 설화 이야기, 오광대 공연, 색소폰 연주로 구성돼 있다.

홍보하고 싶으신 것 있다면

문체부가 주최하는 지역 아카이브 구축(문헌, 사진, 탁본 등)에 김해문화원이 적극 동참해 괄목한 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사업비로 환산하면 수억 원에 해당하나 김해문화원에서는 비용 부담 없이 단지 직원들의 열정과 노력으로 자료를 수집해 목록을 만든 후 서울에 보내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밖으로는 표가 나지 않으나 실로 엄청난 일을 하는 셈이죠. 향후 계속 수행할 사업이다.

독서가로 알고 있다. 주로 어떤 책을 많이 읽으시는지 좋아하는 작가의 책 중, 소개하고 싶은 구절이나 문장이 있다면

과거에는 동양철학 분야 책을 즐겨 읽었고 지금은 김해 관련 책을 찾아 읽고 있다.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 '상선약수(上善若水)'와 '천지불인(天地不仁)'구절을 좋아한다. '상선약수'는 물 같이 순리대로 사는 것이 최고라는 의미고 '천지불인'은 하늘과 땅은 인자하지 않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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