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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다' 교육 의미·'가리키다' 방향 지시
'가르치다' 교육 의미·'가리키다' 방향 지시
  • 하영란 기자
  • 승인 2024.01.25 2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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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표기는 맞고 '몇일'로 쓰면 틀려

대중강연이나 인터뷰, 학교 현장에서도 단어의 의미를 혼용해서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제일 많이 혼용하는 부분이 '가르치다'와 '가리키다'이다.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교사나 교수마저도 이 단어를 제대로 쓰는 경우가 드물 정도다. 이 단어가 나오기만 해도 조마조마하다.

인기 강연자나 연예인이나 교수들이 이 단어를 혼용할 때는 어깨에 힘이 빠진다. '당신도 예외가 아니시군요'하는 생각이 들면서 특단의 조치를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지나친 기우일까? 우리나라는 문화강국으로 거듭나고 있다. 그에 대한 자부심 또한 대단하다. 그러나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문화 속으로 깊숙이 들어와서 면밀하게 살펴보면 그 말이 과연 우리에게 맞는 말인지 의문스럽다.

대중매체에 노출되는 분들은 특히 기본적으로 많이 틀리는 어휘들에 대한 교육을 받았으면 좋겠다. 다중매체 시대에 기본적인 어휘 교육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가르치다'는 '지식이나 기능, 이치 따위를 깨닫게 하거나 익히게 하다.'는 뜻과 '그릇된 버릇 따위를 고치어 바로잡다.' 그리고 '교육 기관에 보내 교육을 받게 하다.' 세 뜻 모두 교육과 관련이 있다. 예를 들면 옷 수선을 가르치다. 어머니가 버르장머리 없는 동생을 가르치려고 하신다. 학교에서 공부를 가르치다 등이 있다.

반면에 '가리키다'는 '손가락 따위로 어떤 방향이나 대상을 집어서 보이거나 말하거나 알리다.' '어떤 대상을 특별히 집어서 두드러지게 나타내다.' 차례대로 예를 들면 선생님은 은행나무 아래를 가리켰다. 선생님은 소크라테스를 가리켜서 4대 성인 중의 한 분이라고 하셨다.

이어서 맞춤법 표기도 하나 살펴보자.

며칠은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한다. '몇일'은 맞춤법에 어긋난 표현이다. 며칠은 1988년 맞춤법 개정 이후 소리나는 대로 표기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어원을 밝혀서 몇과 일을 합쳐서 '몇일'이라고 적는데 이것은 맞지 않는 표기다. 국어의 발음은 보통 편하게 나는 소리를 따라간다. 표기도 실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나는 소리를 따라가고 맞춤법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주변에서 '가르치다'와 '가리키다'를 혼용해서 사용할 경우에 억지로 지적하면 감정 상할 수 있다. 혼용하는 당사자 앞에서 많은 예문을 사용해보는 것이 좋다. 반복해서 사용하면 더 좋다. '다 큰 어른을 가르치는 것은 힘들다.' '말을 가르치다.' '예의를 가르치다.' 방향이나 특별한 것을 지시하는 것 외에는 거의 '가르치다'로 보면 무리가 없다.

며칠은 '며칠'이란 단어를 넣어서 문자를 보내보자. 소리와 표기가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문자를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 며칠째 감기가 낫지 않는다. 어떡하면 좋아.' '며칠 있으면 감기가 낫겠지.' 재미있는 문자 놀이가 좋겠다. '참 많이 가르치려고 드네.'하고 은근히 속으로 상대가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것 또한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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