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20:52 (토)
우리는 결국 사랑으로 살 수밖에 없어
우리는 결국 사랑으로 살 수밖에 없어
  • 하영란 기자
  • 승인 2024.01.25 2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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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생각 넘기기 ④
톨스토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의 마음속에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무엇이 주어지지 않았는가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숙고해야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책표지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책표지

며칠째 겨울 한파다. 주변이 얼어붙고 마음도 꽁꽁 얼어붙는다. 경제 성장과 마음의 풍요는 함께 가는가? 왠지 아닌 것 같다. 가진 것이 늘어날수록 신경 써야 할 것도 많다. 가진 것을 유지하기도 힘들고, 다른 사람들보다 뒤처진 채로 살고 싶지도 않다. 어떻게 살 것인가? 내 코가 석 자인데 손을 잡아줘야 할 주변 사람들이 많다. 모른 척하고 살 것인가? 아니면 내가 할 수 있는 대안들을 찾아보면서 살 것인가? 무엇 때문에 우리는 가지면 가질수록 마음이 더 가난해지는 것인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마음의 번민이 들어올 때 톨스토이의 중단편 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펴서 보기를 권한다. 이 책은 중단편집인 만큼 여러 편의 소설이 있는데 여기서는 두 편만 주목해서 보려고 한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1881)는 1879년 7월에 톨스토이는 야스나야 폴랴나에 머문 올로네츠의 이야기꾼 셰골료노크에게서 전설, 옛이야기, 영웅담 등을 듣고 이야기의 모티브로 가져온다. 그중 기독교 민간 전설 '대천사 미하일'이 이 소설의 구성에 영향을 준다. 세몬(구두장이)과 마트료나(그의 아내) 그리고 미하일 천사를 통해서 '사람의 마음속에 무엇이 있는가?'와 '사람에게 무엇이 주어지지 않았는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여기서 소설 속 답을 알려주지는 않겠다. 미리 답을 예측해 보고 소설을 읽으면서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기서 일부분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세몬은 집을 향해 걸었고, 나그네도 뒤처지지 않고 나란히 걸었다. 찬바람이 세몬의 루바사카 밑으로 스며들었고, 술이 깨면서 몸이 꽁꽁 얼기 시작했다. 세몬은 걸어가면서 코를 훌쩍거리고 몸에 걸친 아내의 무명 재킷 앞섶을 여미며 생각한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털외투를 마련하러 갔다가 카프탄도 입지 않은 채 이 벌거숭이(미하일)까지 데리고 집으로 가고 있으니. 마트료나가 좋아하지 않을 텐데!' (~) 그러나 나그네를 쳐다보자마자 작은 예배당 뒤에서 이 사람이 자기를 쳐다보던 시선이 떠올라 마음에 다시 기쁨이 차올랐다.

또 톨스토이는 작품에서 '엄마에게는 자기 아이들의 생명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아는 힘이 주어지지 않았다. 부자에게는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아는 힘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어떤 사람에게도 저녁 무렵이면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할지, 즉 살아 있는 사람이 신을 장화인지 망자의 맨발에 신길 슬리퍼인지 아는 힘이 주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는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고 있는지? 자신에게 물어볼 일이다.

'사람에게 많은 땅이 필요한가'의 단편소설도 한 치 앞을 모르는, 인간의 끝 간데 없는 욕심이 결국은 어떤 결말을 가져오는지를 그리고 있다. 당신은 어떠신지? 마음에서 욕심이 일어날 때마다 잠시 숨고르기를 하시는지, 이것을 가져서 어디에 어떻게 쓸지를 생각하는지, 아니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는지 점검해 보는 것도 좋겠다. 소설의 주요 부분을 짧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바시키르인들의 촌장이 "저기 저 땅이 모두 우리 땅입니다. 둘러보고 어떤 땅이든 고르시오." 파홈의 눈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당신이 땅을 빙 돌아온 만큼 모두 당신 것이 됩니다."

파홈은 지치기 시작했다. 태양을 쳐다보니 바로 한낮이었다. 파홈은 생각한다. '자, 이쯤에서 쉬도록 하자.' 파홈은 걸음을 멈추고 자리에 앉았다. 물을 마시고 빵을 먹었지만 눕지는 않았다. 누웠다가 잠이 들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 파홈은 잠시 앉았다가 또 걷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편하게 걸을 수 있었다. 빵을 먹어서 기운이 났던 것이다. 무척 더웠고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계속 걸었다. 한 시간을 참으면 평생 먹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부를 쌓기 위해서 파홈처럼 살다가 갈 것인가? 욕망하는 것조차 힘들어서 세상 속으로 숨을 것인가? 최선의 선을 선택할 것인가? 고민만 하다가 인생의 종착역에 이를 것인가? 이것 역시 오롯이 당신의 선택이다. 선택도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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