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8:18 (토)
힘으로는 결코 타인 주장 깰 수 없죠
힘으로는 결코 타인 주장 깰 수 없죠
  • 하영란 기자
  • 승인 2024.01.24 2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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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통해 삶을 묻다 ④
체 게바라의 '다양한 지성'
세상 변혁 위한 단언적 표현
경청할 때 상대 설득하고
창의적인 지성도 살아나

다양한 지성

 

타인의 주장을 깨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내 생각을 강하게 주장하는 것과

체 게바라
체 게바라

또 하나는

타인의 주장을 경청하는 것이다

그러나 힘으로는

결코 타인의 생각을 깰 수 없다

만일 그렇게 한다면

자유롭고 창의적인 지성도

사라질 것이다

-'체 게바라 시집'에서

 

우리 사회는 서열 사회다. 아직은 권위와 나이가 지배하는 사회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의 말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그것을 아무리 아니라고 해봐도 현실이 그렇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아니기를 바란다, 물론 많이 변하기는 했다. 지도교수가 자기와는 생각이 다른 지도 학생이 강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칠 때 충분히 경청하고 들어줄 교수가 얼마나 있는지 궁금하다. 화부터 낼 수도 있다. 학교뿐만 아니라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경청이 없는 곳에서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라떼'를 즐겨 쓰는 꼰대를 비웃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지만 여전히 기득권은 가르치려고 든다. 그들의 주장이 옳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그 때문에 다르다는 것을 표현하기를 주저한다. 다르다는 것은 곧 같지 않다는 것이고 같지 않다는 것은 동지가 아닌 것 같다. 다르다고 말하는 것을 공격으로 받아들인다.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알고 방어하기 시작한다. 만약 당신이 꼰대라는 생각이 든다면, 당신의 말이 정말 맞는 것 같다는 강한 확신이 들어서 다른 주장을 경청하기가 힘들었던 경험이 있었다면 체 게바라의 '다양한 지성' 시를 읽어 보시라. 그의 영혼은 늘 빛나는 별처럼 깨어 있었다. 시를 읽으며 그의 지성을 따라가 보자.

체 게바라의 시는 직설적이다. 우회하지 않고 직진한다. 위 시에서 시적 화자는 하고 싶은 말의 비유를 쓰지 않고 잠언처럼 말한다. 비유가 부드러움과 깊이가 있는 울림을 준다면 직설은 힘이 세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에 항상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고 한 혁명가답게 그는 세상의 변혁을 위해서 거품을 걷어내고 단언적으로 말한다.

경청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경청한다는 것은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저런 제약을 가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의 말을 가로막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하게 하는 것이다. 듣고 싶은 대로 듣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그 말을 한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다. 내 입장이 아닌 상대의 입장을 들어보는 것이다. 판단을 중지하고 따지지 않고 들어보는 것이 절대 쉽지 않다. 상대의 말을 들으면서 꼰대처럼 가르치려고 한다면, 규정짓는다면 상대는 입을 다물고 말 것이다. 그것은 진정한 경청이 아니다. 귀를 기울여서 듣는다는 것은 내 생각을 멈추는 것이다. 옳음을 관철해 타인을 지배하려는 강한 내 생각을 접는 것이다. 나와 다른 생각을 말할 때 나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이 들 때는 감정을 다독거리며 잠자고 있는 지성을 깨워보자.

다양한 지성이 있는 사회를 꿈꾼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지성이 있는 사회는 비록 자신과 다른 주장을 펼치더라도 도전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새로운 지성의 바다가 열리고 있다고 경청하며 음미하는 사람이 많이 모여있는 사회이리라. 당신은 어떠신가? 나와 다른 생각에 귀 기울이며 듣는가? 아니면 상대의 말을 듣는 순간부터 그 말이 왜 틀렸는지를 논박할 말을 찾는 데 집중하는 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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