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4:27 (토)
`당신`을 당신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당신`을 당신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 하영란 기자
  • 승인 2024.01.18 2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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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어휘력은 안녕하십니까? ③
`당신`은 `자기 자신`, 너의 높임말
`당신`은 삼인칭 높임말, 극존칭
낮잡아 쓰는 부정적 이미지 벗겨야

언어에는 역사성이 있다. 언어가 고정돼 있지 않고 태어나고 죽는다. 즉 어휘의 뜻에 변화가 일어난다. 그중에서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당신`이라는 말이 있다.

`당신`이라는 말은 요즘 쓰기가 왠지 쑥스럽다. 때로는 껄끄럽기까지 하다. 당신을 당신이라고 자연스럽게 부르지 못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언어 사용은 그 사회의 역사와 문화와 함께 걸어간다. `당신`이라는 말은 잘 써야 본전이다. `당신`이라는 말의 역사성을 살펴보자. 현대 국어 `당신`은 16세기 문헌에서부터 나타나 현재까지 이어진다. `당신`은 한자어 `당신(當身)`의 한글 표기다. `당신`은 형태 변화는 없지만, 그 의미는 확장됐다. 원래 `자기 자신`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다가 3인칭 대명사, 2인칭 대명사의 의미로 확대돼 현재에 이르렀다.

`당신`이라는 말의 의미는 첫째는 듣는 이를 가리키는 이인칭 대명사로 쓰인다. 예) 그 일을 한 사람이 당신인가요? 하오할 자리에 쓰인다. 또 부부 사이에서, 상대편을 높여서 이르는 인칭 대명사이다. 예) 당신이 먼저 드세요. 셋째는 문어체에서, 상대편을 높여 이르는 이인칭 대명사이다. 예)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허수경 `혼자 가는 먼 집` 시구절). 문제는 주로 싸울 때 낮잡아서 쓰는 `당신`이라는 말 때문에 `당신`이라는 말을 일상생활에서 쓰기가 머쓱하고 조심스럽다. 예) 당신이 먼저 끼어들었잖아. 뭐 당신? 당신 말 다 했어. 이런 대화에서 `당신`이라는 말이 많이 쓰이는 바람에 부정적 이미지가 많이 각인됐다.

타인과 초면에 만나서 대화를 주고받을 때 호칭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다. 영어처럼 You라고 하면 편한데 우리말로 `너`라고 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그럴 때 `당신`이라는 말이 적합한 말 중 하나이다. 그런데 `당신`이라는 말이 주로 안 좋은 일로 얽혀서 많이 쓰이는 바람에 애매하게 다른 말로 대체해서 쓰느라고 애를 먹기도 한다.

말이란 것이 처음 생겨날 때와 달리 어디서 어떻게 쓰이는지에 따라 다른 뜻이 돼 버리기도 한다. "어머니, 당신은 참 고우십니다." 이렇게 제삼자가 앞에 나오고 뒤에 `당신`이라는 말이 뒤따라 나오면 제삼자를 높여주는 역할을 하는 높임의 역할을 하는 뜻도 있다. 우리가 `당신`이라는 말을 두고 스스럼없이 쓸 수 없다는 것은 하나의 어휘가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쓰임으로서 그 말에 씌워진 프레임 탓이 크다. 또 호칭을 잘 부르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문화도 한몫한다. 자연스럽게 `너`를 너라고 `당신`을 당신이라고 부르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면, 지금의 시대와 문화적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못하는 것일까? `당신`이라는 말 참 좋은데 우리 함께 `당신`이라는 말 아름답게 사용하는 문화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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