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9:01 (토)
부끄러움서 양심의 작은 울림 보다
부끄러움서 양심의 작은 울림 보다
  • 하영란 기자
  • 승인 2024.01.17 2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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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통해 삶을 묻다 ③
윤동주 '서시 '
'하늘을 우러러' 본성의 이해
괴로워하며 더 나은 삶 소망

극단의 편 가르기와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상대에게 프레임을 씌우는 사회에 살고 있다. 나중에 해명이 나와도 그 해명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이익을 위해서는 어떤 말이든지 서슴지 않고 먼저 던지고 본다. 다른 사람들의 흠을 팔아서 돈을 버는 세상이다. 가십거리가 백화점의 물건처럼 넘친다. 상처를 받았다고 하는 사람은 많은데 줬다고 하는 사람은 보기 드물다. 욕심에 눈이 먼 사람들의 양심은 세속을 떠난 지 오래다.

부끄러움이 사라진 시대에 힘든 세상살이를 직면하고 대안을 찾고 버티며 살기에 힘이 부친다. 힘들수록 마음을 단단히 붙들어 매줄 것이 필요하다. 그냥 잘 먹고 잘살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사는 것이 힘들어도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며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별 같은 윤동주의 '서시'가 위로를 준다.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지를 수없이 번민하는 사람에게 이 시가 길잡이가 돼 줄 것이라 믿는다. 이 시 속의 '하늘, 별, 바람, 사랑'이라는 시어만 읽어도 벌써 때 묻은 마음이 반은 정화가 된다. 삶의 길을 잃었을 때 북극성 같은 시 윤동주 '서시'를 소개한다.

서시(序詩)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서

시적 화자는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한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한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어려워서 모르겠다는 모 독서회 회원들의 하소연을 들은 적이 있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는 시적 화자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데 맹자의 말이 도움이 된다.

'맹자'의 '진심 상'(홍익출판사)에서 맹자가 말하길 "자신의 마음을 남김없이 실현하는 자는 자신의 본성을 이해하게 된다. 자신의 본성을 이해하면 하늘을 이해하게 된다. 자신의 마음을 간직하고 자신의 본성을 기르는 것은 하늘을 섬기는 방법이다" 맹자는 또 "어느 것이든 명(命)이 아닌 것이 없지만, 그중 올바른 것에 순응해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므로 명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위태로운 담장 아래에 서 있지 않는다. 도를 실천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이다가 죽는 것이 명을 바르게 받아들이는 것이다"라고 했다.

윤동주의 '서시'를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맹자' 책 속의 '진심 상' 부분을 읽고 윤동주의 '서시'를 읽는다면 한결 쉽게 시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하늘을 우러러'는 자신의 본성을 이해하고 자신의 본성을 길러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올바른 것을 받아들일 때 '주어진 길'을 걸어갈 수 있다.

맹자는 말한다. "사람은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없어서는 안 된다.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없음을 부끄럽게 생각한다면 진정 부끄러워할 것이 없게 될 것이다." 또 "부끄러워하는 것은 사람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이다."라고 했다. 부끄러움 많은 세상에서 부끄러워할 줄 아는 것이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는 것이 남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나약한 의지를 일으켜 세우는 시, 윤동주의 '서시'를 차가운 밤하늘을 우러러보며 낭독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시가 빛을 잃어가고 있는 이 시대에 마음 맞는 사람끼리 차 한 잔을 마시면서,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서시'를 읊어보길 권한다. 혼밥족 혼술족이라면 오롯이 자신을 위해 낭독하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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