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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현의 '안녕 프랑스'] 세계 축제도시 만든 '저장고' 공연 예술 중심·힘을 느끼다
[한지현의 '안녕 프랑스'] 세계 축제도시 만든 '저장고' 공연 예술 중심·힘을 느끼다
  • 한지현
  • 승인 2024.01.17 2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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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부터 아비뇽 축제 발자취 기록
기록 보존 위한 도시·국가 기관 협업
연극 역사 살아 숨 쉬는 문화예술공간

한지현의 '안녕 프랑스'
지역예술 아카이브 '메종 장 빌라르'
사진

중세시대 교황의 흔적을 간직한 프랑스 도시 아비뇽, 매년 7월이면 도시는 축제를 알리는 빨간 깃발로 물든다. 세계적인 권위의 공연예술 축제인 '아비뇽 페스티벌(Festival d'Avignon)'의 시작을 알리는 움직임이다. 아비뇽 페스티벌은 연극을 비롯해 음악, 무용, 퍼포먼스 등 장르를 넘나드는 실험적인 공연을 선보이며 오늘날 전 세계 공연예술인들이 사랑하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아비뇽이 '교황의 도시'에서 '연극의 도시'로 탈바꿈한 데에는 축제의 역할이 컸다. 오늘날 축제의 역사가 곧 도시의 역사이자, 도시의 역사가 곧 축제의 역사이다.

아비뇽시청 앞 광장을 등지고 조금만 걷다 보면 고풍스러운 17세기 건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바로 아비뇽 페스티벌 역사의 보고 '메종 장 빌라르(Maison Jean Vilar)'다. 아비뇽 초대 감독이었던 장 빌라르(Jean Vilar)의 이름을 딴 이 공간은 그의 업적을 기리고 축제의 역사를 보존하기 위해 지난 1979년 아비뇽 시와 장 빌라르 재단,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협업 아래 문을 열었다. 오늘날 '메종 장 빌라르'는 아비뇽 페스티벌의 자료를 비롯해 도시 문화예술의 역사를 보존하고 알리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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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뇽이 명실상부한 연극의 도시로 그 이름을 드높이게 된 역사의 중심에는 축제의 초대 감독 장 빌라르(Jean Vilar)가 있었다.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연극배우이자 연출가였던 그는 1947년 아비뇽 예술 주간(Une semaine d'art en Avignon)을 계기로 처음으로 교황청에서 연극 공연을 선보였다. 일주일간의 축제가 대성공을 이루자, 장 빌라르는 지난 1971년까지 약 20년간 축제 감독을 도맡으며 아비뇽 축제가 세계적인 공연예술 축제로 자리매김하는 데 이바지했다.

'모두를 위한 축제(Theatre pour tous)'라는 모토 아래 문화예술의 장벽을 낮추고 여러 장르의 화합을 도모하고자 했던 장 빌라르의 다양한 시도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던 문화예술을 지방으로 분산시키며 지역을 활성화하는 축제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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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빌라르가 세상을 떠난 후 아비뇽 페스티벌의 역사는 장 빌라르 재단과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함께한 '메종 장 빌라르'로 이어졌다. '메종 장 빌라르'는 아비뇽 페스티벌을 거쳐 프랑스 국립민중극장(Theatre national populaire, TNP)까지, 연출가이자 감독으로서 프랑스 연극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장 빌라르의 발자취를 기록한다. 장 빌라르 재단이 기획하는 전시에서는 예술가로서의 창작 정신이 깃든 그의 친필원고를 비롯해 당시 공연 포스터 및 팸플릿, 의상 등 연극의 역사가 담긴 자료들을 한 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매주 토요일에는 연극을 주제로 한 컨퍼런스, 영상회, 낭독회 등 다양한 행사들로 관람객들을 맞이하기도 한다.

장 빌라르 재단의 소장품에 가치를 더하는 것은 바로 프랑스 국립도서관과의 협업이다. 건물 3층에 자리한 프랑스 국립도서관 공연예술분과는 아비뇽 페스티벌을 중심으로 다양한 공연예술 자료들을 보존하기 위해 창설된 공간이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유일한 지방 특수 분관이라는 점이 그 특별함을 더한다. 도서관은 아비뇽 페스티벌의 지난 포스터, 팸플릿을 비롯해 보도자료, 서신, 연구 서적, 사진 및 영상 자료들까지 축제와 관련된 다양한 자료들을 보존하고 있다. 출입증 없이도 자유롭게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특별한 운영 방침에는 축제와 도시를 방문하는 모든 관람객에게 축제와 도시의 역사를 알리고자 하는 뜻이 담겨있다. 도서관은 장 빌라르 재단과의 협업을 통해 전시와 연계된 소장 자료들을 전시하기도 한다.

아비뇽 페스티벌이 7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공연예술의 중심지로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바로 도시의 역사가 깃든 축제와 그 축제를 기억하기 위한 지역 단체와 국가 기관의 노력 덕분이었다. 축제의 역사가 온전히 살아 숨 쉬는 공간 '메종 장 빌라르'의 존재는 아비뇽이 세계적인 공연예술의 중심도시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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