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20:14 (토)
정치 기술로 만드는 무익한 일
정치 기술로 만드는 무익한 일
  • 경남매일
  • 승인 2024.01.16 21: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류한열 편집국장
류한열 편집국장

가장 무익하면서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기술이 뭔지 물으면 당연히 `정치 기술`이다. 인간은 정치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정치의 물을 벗어날 수가 없다. 현재 우리나라 정치판은 오는 4월 10일 총선을 향해 깔려있다. 무슨 이야기를 갖다 붙여도, 어떤 옳고 그름을 논하더라고 결국은 공천이 답이다. 공천 앞에 어떤 천하장사도 힘을 쓸 수가 없다. 공천을 받기만 한다면 자신의 정체성이나 의리는 아무짝에도 필요 없다. 공천은 천국으로 가는 오직 한 길이다.

여야로 맞선 현재 정치판에는 의석을 많이 차지하는 단순 게임에 매몰돼 있다. 정치 신인이 공천을 받기 위해 가시밭길을 마다하는 모습에서 측은한 마음이 올라온다. 정치인이 되는 과정은 험난하다. 자신의 모든 삶을 쏟아부어 공천만 된다면, 다른 손해를 감수하는 일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정치 행위를 너무 높이 사는 왜곡된 구조도 큰 문제다. 정치 행위를 하는 자를 높이 두고, 또 출세의 정점에 두는 폐해도 만만찮다. 국회의원이 누리는 특권이 200가지가 넘는다는 단순 수치를 봐도 알 만하다.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범죄를 짓고도 당당할 수 있는 의원을 보는 일은 너무 잦다.

이번 총선은 여야가 물러설 수 없는 꽉 짜인 흐름이다. 여당은 이번 총선에서 크게 패한다면 윤석열 정권의 성패를 물을 필요가 없을 지경에 이른다. 야당은 의회 권력을 제대로 맛보았기 때문에 4월 총선에서 승리하지 않으면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빠진다. 권력을 맛본 사람이 권력을 놓는 일은 죽음보다도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의 후진성은 정치 기술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상대를 찌르는 기술이 너무 무뎌 주고받는 대화가 너무 원초적이다. 무조건 상대의 급소만 노리는 정치 기술은 정치 혐오를 부른다.

우리 정치 기술은 팬덤에 흔들리면서 정당까지 권력의 옷을 벗고 순응하는 모양새를 보인다. 우리 정치 풍토에서 정치 개혁에 초점을 맞춰도 쉽게 흔들린다. 무조건 이겨야 하는 정치판에서 개혁은 이기는 사람을 돋보이는 행위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참신한 인물이 설령 나온다 해도 후진적인 정치 체계에 끼어들면 결국은 이미 기존 정치인처럼 돼 버린다. 현재 우리 정치판이 추한 모양을 띤 상황 속에서 맑은 물이 공급돼도 쉬이 더러운 물이 되는 이유는 특정 정치인 몇 명이 만드는 구조 때문이다. 정치 리더가 맑은 물이 아닌데야 맑은 물이 생산될 수 없다. 거대한 정치 시스템을 함몰시키는 추악한 정치인을 보는 일은 괴롭다. 심지어 추한 모양을 선한 마음으로 담으려는 구조에서 정치 기술은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인간이 만든 가장 고상한 정치 기술이 똥물을 뒤집어쓴 꼴이다. 말로 입혀지는 정치 기술에서 상대를 배려하는 언어의 기술을 바라지는 못한다. 현재 정치인 리더가 내놓은 말에 진실은 거의 없다. 강력한 대결 구도가 들어간 정치판에서 한마디의 말이 판세를 뒤집기도 한다. 우리 정치가 국민의 삶을 너무 요동치게 한다. 현재 정치 대결 국면은 국민의 삶과 전혀 상관이 없는 `그들만의 리그`처럼 보인다. 총선을 앞두면 신당 창당이나 텐트를 치는 경우도 항상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가장 훌륭한 정치 기술로 가장 무익한 일을 생산하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