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6:07 (토)
타자와 관계 문제 있을 때 내 삶이 흔들려요
타자와 관계 문제 있을 때 내 삶이 흔들려요
  • 하영란 기자
  • 승인 2024.01.16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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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관계 문화 열기
관계는 주체의 문제
주체는 타자와 관계 통해 형성
타자는 주체가 파악하고
손에 쥘 수 없는 것
세상 규정을 내 안에서
재해석 해야

"당신은 세상과의 관계가 건강하신지요?" 관계가 힘들어서 자연 속으로 도피하는 사람들도 있고,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방콕족들도 있다. `다른 사람들은 필요 없고 오직 가족만이 최고다`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타인들에게 끝없이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다. 관계에 대한 조언과 나름의 처방을 제시하는 유튜브와 책들도 넘쳐난다. 하지만 임시방편적인 처방만으로는 건강한 관계를 회복하는 데는 역부족이다. 건강한 인간관계를 이렇게 저렇게 하면 좋다는 조언이 난무하는 시대다. 그러나 사람들은 관계가 더 힘들다고들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근본적인 것들이 있지 않을까?

관계는 나와 타자와의 문제이다. 타자는 타인을 포함해서 나 아닌 모든 것을 말한다. 에마뉘엘 레비나스는 나라고 하는 `주체는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서 형성된다`고 했다. 나라고 하는 주체가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서 형성되는데 타자와의 관계에 문제가 발생할 때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외부와 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때 불편한 관계로부터 도망치는 한 부류가 있다. 또 한 부류는 관계회복을 위해서 온갖 처방전을 가지고 실험을 계속한다.

우리의 건강한 관계를 위해, 먼저 언제나 내 주변에 있고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만 하는 `타자`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볼 필요성이 있다. 타자라는 말이 어렵다면 나 아닌 모든 것 즉 쉬운 말로 남들이라고 대체해서 생각하자. 레비나스에 따르면 타자는 주체인 내가 파악하거나, 이해하고, 개념화하고, 포섭할 수 없다고 한다. 내가 인식한 방식으로 남에게 적용하고 내 방식대로 남에게 행동을 요구할 때 무리수가 따르게 된다. 인식의 문제를 여기서 깊이 다룰 수는 없다. 내 인식과 개념이 옳다고만 할 때 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남을 다 안다고 생각했을 때 남에 대해서 규정짓고 함부로 말을 하게 된다. 내가 남을 선명하게 알 수 없고 파악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겸손해질 수 있다. 왜냐하면 내가 파악하고 규정짓는 것이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의견을 낼 때도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개념적으로 정리가 된 것들도 다시 생각해 볼 필요를 느끼게 된다. 예를 들어서 예의도 시대와 문화, 위치에 따라서 달라지게 된다. 말해진 것에 대해 그것이 언제나 옳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마음속에 가지고 있을 때 그것을 `지금 이 순간`에 적용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나에게는 그것이 예의이지만 남에게는 그것이 예의가 아닐 수도 있다. 보편적이고 항구적인 것은 없다.

김단은 `관계력` 책에서 2011년 행복지수가 세계 1위였던 부탄이 2019년도 행복지수가 95위로 떨어졌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자신과 다른 나라의 환경을 비교하기 시작하면서 전반적인 행복감이 떨어졌다`고 하면서 `SNS는 자신의 일상 속 가장 빛나는 순간을 그 사람의 일상으로 일반화해서 인식하기에 상대적으로 자신의 상황이 초라해 보이게 된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SNS를 올린 사람과 이미지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는 우리의 눈과 생각을 그대로 믿는다. 그 SNS를 올린 사람은 이러이러할 것이라고 말이다. 눈에 보여진 것들을, 세상이 그렇다고 하는 것들을 내 안으로 가져와서 재해석할 때 우리는 좀 더 건강한 세상과 관계 맺기를 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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