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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전통 명맥 유지 어려워도 '소리'에 자부심 들어있죠"
"국악 전통 명맥 유지 어려워도 '소리'에 자부심 들어있죠"
  • 하영란 기자
  • 승인 2024.01.14 2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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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제일고 가온국악관현악단
2012년 창단·경남 유일 고교 국악악단
매년 정기연주회 통해 '전통 알리기'
단원 모집·유지 현실적 어려움 많아
졸업 후 전공 선택 학생 나와 보람 느껴
"취미 활동으로 시작해 삶의 '동반자'로"

전통문화가 사라져 가고 있어서 참으로 아쉬운 시대를 살고 있다. 옛것을 계승하고 유지 발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쪽은 서산의 해처럼 서서히 기울고 있다. 우리의 전통을 현대에 맞게 아름답게 계승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그 이전에 우리가 우리 마음속에 우리의 것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부터 점검해야 할 것 같다.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서양바라기로 만들었는지는 차치하고 김해에 경남 유일의 국악오케스트라인 국악관현악단이 있어서 소개한다.

경남에서 유일한 고등학교 국악오케스트라인 김해제일고등학교 가온국악관현악단은 가야금의 본고장인 김해 지역 청소년들에게 우리나라 음악의 우수성을 알리고 이를 계승·발전시키고자 지난 2012년도에 창단했다. 가온국악단은 창단한 해에 교육부 지정 학생 오케스트라 운영 학교로 선정됐다. 2017년 제1회 정기연주회를 시작으로 매년 정기연주회를 개최하고 있다.

가온국악단은 1, 2, 3학년 33명의 단원으로 구성됐으며, 대금, 소금, 피리, 태평소, 가야금, 거문고, 해금, 아쟁, 타악, 건반으로 편성돼 있다. 단원들은 바쁜 일과 중에서도 매주 악기별 전문 강사를 통한 국악 수업을 받는다. 가온국악단은 점심시간과 여유 시간을 활용한 합주, 선후배 간의 멘토-멘티를 통한 협동학습, 여름방학 특강 등을 통해 연주력 을 향상시키고 있다. 타인의 소리를 배려하고 국악의 소리를 담아 하나의 음악을 만드는 합주 활동을 통해 단원 개인의 발전과 성장,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예술적 소양을 키워나가고 있는 국악단이다.

권지은 국악관현악단 담당 교사를 통해 악단 운영의 어려움을 알아봤다.

권지은 교사는 "김해제일고등학교 국악관현악단 학생들은 대부분 국악관현악단을 통해 국악기를 처음 연주하게 된 학생들이다. 그리고, 김해 지역 초등학교에서 운영하는 국악관현악단이나 취타대는 있으나 중학교는 국악관현악단이 없어 고등학교까지 그 명맥이 이어지지는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김해제일고 가온국악관현악단 학생들이 점심시간을 활용해 연습을 하고 있다.
김해제일고 가온국악관현악단 학생들이 점심시간을 활용해 연습을 하고 있다.

단원 유지·악단 모집의 어려움이 있는지

권 교사는 "대학 진학을 앞둔 고등학생이다 보니 다양한 동아리 활동보다는 학습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는 것 같다. 악기를 배우기 위해서는 주 1회 악기별 강사 레슨(방과후학교 악기반 수업)에 참여해야 하는데 학원 시간으로 인해 레슨을 받을 수 없어 관현악단 활동을 그만두는 경우가 있다. 부모님들도 관현악단 활동으로 공부할 시간을 많이 빼앗긴다고 생각하셔서 활동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예산확보의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권 교사 는 "김해제일고등학교의 국악관현악단은 학생들의 부담금이 전혀 없고 학교 자체 예산, 교육부 및 경남도 교육청의 지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2023년 예산 기준으로 학교 자체 예산은 3000만 원 편성, 교육부 특별교부금 800만 원, 경남교육청 지원금 1000만 원(학교 자체 예산 편성 1대 1 대응투자로 지원됨. 학교 자체 예산이 1000만 원 이상 편성 및 집행돼야 함.)을 지원받아 운영됐다. 이렇게 확보된 예산은 악기별 레슨 강사 수당, 악기 구입 및 수리비, 여름 캠프 운영비, 연주회 운영비, 학생 간식비 및 식비, 악보 구입 및 편곡비 등의 운영비로 지출된다"고 말했다. 권 교사는 예산을 확보해 운영하고 있으나 단원의 수에 비해 지출되는 예산의 규모가 커 효율성 측면에서 우려가 된다면서 관현악단에 확보된 예산이 학교의 다양한 교육활동에 투입돼 더 많은 학생들에게 쓰이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도 했다.

악단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배우는 것은 무엇인지

권 교사 "누구나 악기를 잘 연주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악기를 배우는 데에는 꾸준한 노력과 시간이 요구된다. 그래서 단원들에게 10분을 연습하더라도 매일매일 음악실에 와서 연습을 하라고 한다. 사실, 학생들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 친구들과 놀고 싶을 때도 있고 피곤할 때는 쉬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단원 모집 후 점심시간 연습이 시작되고 2~3주가 지나면 과정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친구들이 생긴다. 이 시기를 잘 견뎌낸 학생들은 악기 연주 실력도 향상되고 합주를 통해 소리의 어울림을 배워나간다. 악기별 강사님들의 레슨도 중요하지만 매일 점심시간 선후배 사이에 이뤄지는 멘토링은 연주력 향상 및 학교 생활 적응 및 교우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신입 단원들이 악기의 기본 주법을 익히고 소리를 낼 수 있는 시기(3~4주 후)가 되면 쉬운 민요 합주에서 시작해 연주곡들을 하나하나 맞춰 연습해 나간다. 단원들은 합주를 하면서 악기 소리에 집중하고 전체 소리를 맞추어 가면서 음악적 표현 방법과 조화를 배워나간다."

가온국악관현악단의 공연과 가장 보람 있었던 공연은

권 교사는 "악기를 배운 후 단원들은 교내 행사 및 교외 행사에서 무대 공연을 한다. 교내 학생들이 가온행복음악회에 합주 또는 악기별로 공연에 관객으로 참석한다. 국악단은 경남도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학교예술교육축제에 참가하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행사는 가온국악관현악단의 정기연주회이다. 이 행사에서 1년 동안 연습한 기량을 마음껏 펼친다." 가온국악관현악단은 2017년 제1회 정기연주회를 김해문화의전당 마루홀에서 개최했고 현재까지 제7회 정기연주회를 교내 체육관에서 개최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웠던 시기(2020~2021)에도 비대면 정기연주회를 개최해 영상을 촬영해 게시했고 2022~2023년에는 김해문화의전당 대관 일정이 맞지 않아 학교 체육관에 무대를 설치해 학생들과 본교 교직원, 학부모님들을 모시고 공연을 개최했다.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권 교사는 "정기연주회 준비를 위해 학생들은 정말 몰입해 연습을 한다. 가야금을 연주하는 학생들은 손가락에 여러 차례 물집이 잡히고 터지기를 반복한다. 태평소를 부는 학생도 입술에 물집이 잡히기도 했다. 공연을 준비하는 기간은 힘들고 부담스러우나 학생들의 집중력과 연주 기량이 향상되는 시기다. 연주회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감과 성취감을 느낀다"며 "단원 한명 한명의 기량은 뛰어나지는 않다. 다소 부족한 하나하나의 소리지만 친구, 선배, 후배의 소리에 의지하며 음악을 만들어 나간다. 독주를 하면 혼자 연주해서 부끄럽기도 하고 자신이 없을 수도 있지만 함께하기에 악단 공연을 완성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단원 구성과 운영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국악단은 원래 1, 2학년을 대상으로 단원을 구성해 운영했다. 그런데, 야간 자율학습 자율화 이후, 자율학습을 하는 학생들이 많이 줄어든 상황이었고, 관현악단 활동을 하고 싶어도 악기별 레슨을 받지 못한다면 단원으로 활동을 할 수 없었기에 국악관현악단 단원 수도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서 3학년을 대상으로 한 명예 단원 제도로 기존 단원 중 희망자를 받아 악기별 레슨 참여는 자율성을 주고 수능 이후 개별 연습과 합주 연습을 해 정기연주회에 함께 참여하게 했다"고 말했다. 또한 권 교사는 "졸업한 학생들이 음악 전공으로 바로 대학 진학을 하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졸업 후 재수를 하면서 대금 전공으로 대학에 진학한 학생도 있고 대학 진학 후에도 관현악단에서 자신이 연주했던 악기를 구입해 취미로 연주를 계속하는 학생들도 있다"고 했다.

학생들이 국악에 접근을 잘하고 있는가

권 교사는 "우리나라 음악임에도 국악은 쉽게 잘 접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나, 국악관현악단 학생들은 민요와 창작국악곡들을 직접 연주하고 음원을 들어보면서 자연스럽게 국악에 익숙해지고 있으며 다양한 국악곡들을 단원들 스스로 찾아서 듣기도 한다. 마음에 드는 곡이 있으면 연주해 보고 싶다는 의견을 내고 담당교사인 나에게 악보를 구해달라는 요청을 한다. 또, 자신이 연주하는 악기로 대중가요를 연주하기도 한다. 단원들은 자신이 연주하는 악기에 익숙해지고 나면 다른 악기에 관심을 가지고 서로 국악기를 가르쳐주고 배우며 여러 악기를 익히게 된다. 국악기는 서양악기와 달리 악기마다 미묘한 음정의 차이들이 있고 소리 낼 수 있는 음계들이 다르다. 또 곡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장단의 변화가 나타난다. 이 장단의 느낌을 잘 살리는 것이 중요한데 장단의 감각을 몸으로 느끼고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서로가 신뢰하고 고마운 마음·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가

권 교사는 "학생들 입장에서 매일 연습에 참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단원들이 불평하지 않고 참여하는 모습에서, 합주를 위한 세팅, 연주 후 뒷정리를 할 때 내 것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다른 파트에 힘을 보태고 도와주는 모습에서(관악기들은 준비가 간단하지만 현악기들은 악기가 크고 무겁다. 25현가야금, 거문고, 아쟁 등, 악기 받침대, 보면대 등을 챙겨야 하고 타악기도 종류가 많고 부피가 커 챙겨야 할 것들이 많다.) 음악실에 모여 연습을 하거나 장난을 치고 있는 모습들이 그렇게 사랑스럽고 고마울 수가 없다." 권 교사는 "단원들이 잘 따라오지 않았다면 저도 국악관현악단을 5년이나 지도하지 못했을 것 같다. 국악관현악단을 지도하면서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고, 단원들과 함께 합주를 하는 시간이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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