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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간 좋은 흙 찾기 후 전통 도자기 깊은 정신을 빚다
10여 년간 좋은 흙 찾기 후 전통 도자기 깊은 정신을 빚다
  • 김중걸 기자
  • 승인 2024.01.10 2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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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사람
송암 김진량 도예가
(양산 통도요)
양산ㆍ산청ㆍ하동 등 곳곳 누비며 질 좋은 흙 찾아다녀
기초 지식ㆍ소양 배우고자 신라대학교 도예학과 진학
하동엑스포서 `꽃잎 봉발 항로ㆍ분청 다관` 등 작품 전시
BTS 지민 `달항아리` 소장… 도자 애호가 마음 사로잡아
"흙이 기초가 돼야" 백토 이용한 `전통 도자기` 강조
만수르, 경주축제 초청 후 중동에 명성 널리 알려져
"우리 전통 도자기 연구에 몰두하겠다"고 말하는 송암 김진량 도예가.
"우리 전통 도자기 연구에 몰두하겠다"고 말하는 송암 김진량 도예가.

"본격적인 도자기 성형에 앞서 10여 년간 흙을 연구하고 찾는 데 시간을 모두 보냈습니다."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통도요` 대표 송암 김진량 도예가는 도자기의 전부나 다름없는 흙 예찬에 입이 마른다. 전통 도자기 흙 대가로 명성을 얻고 있는 송암의 도자기는 고갈돼 가고 있는 조선 백토로만 만들어져 흙에 대한 우직한 고집을 엿볼 수 있다. 조선 백토는 구하기가 힘들지만 우리 몸에 아주 좋은 역할을 하는 성분이 함유된 우리의 흙이다. 도예가의 길을 걸으면서 흙 연구에만 십여 년의 세월을 보낸다는 것은 기존의 도예가들의 걸어오던 길과는 다르다. 도예 입문 시 일반적으로 잘 반죽되고 숙성된 흙을 가지고 물레를 차는 것부터 시작을 하게 되지만 송암은 흙을 찾는 일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 줄 알았다고 한다.

`흙부터 찾으라`는 은사 스님 고언 들어

송암은 통도사 불기 그릇을 재현하고 복원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도예가의 길에 뛰어들었다. 송암의 집은 통도사에서 큰 스님이 된 어르신이 있는 등 불교와의 인연이 깊었다. 송암 자신도 불교에 입문하려고 마음을 먹기도 했다고 한다. 자연스레 불교 교리에 심취했다. 그러면서 우연히 불기 그릇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도예가로의 변신을 꿈꾸게 된다. 깊은 교우를 맺고 있던 스님에게 "도예가의 길을 가고 싶다"는 마음을 건네자 스님께서는 "흙을 먼저 연구하라"고 조언을 했다고 한다. "전통 도자기를 만들고 싶다면 도자기 성형을 배우기 전에 도자기를 만들 때 필요한 재료인 흙을 먼저 연구해야 한다. 도자기를 만드는 데에 제일 중요한 것이 흙이다"며 흙 공부를 강조했다. 스님의 고언을 받아들인 송암은 그 길로 자신이 태어난 양산시 하북면을 물론 양구ㆍ태백 등 강원도와 산청, 하동, 합천, 웅촌 등 경상도의 산하를 누볐다. 흙을 찾아다니던 송암은 경제적 여유가 없어 산에서 풍찬노숙을 하며 지내기도 했다. 끼니도 거르는 등 한겨울에는 차디찬 냉기를 온몸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감기에 자주 걸렸다. 몇 해를 그렇게 보냈지만 흙을 찾겠다는 일념에 몸은 뒷전이었다. 당시에는 코뿔에 걸렸다며 예사롭게 여기며 오직 하나 흙 찾는 일에만 집중했다. 그러나 후일 병원에서 결핵성 늑막염 진단을 받았고 결국 한 쪽 폐를 잃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도자기 흙과 자신의 폐 한쪽을 맞바꾸는 희생을 치른 셈이었다. 송암은 이 경험으로 세상에는 그냥 주는 것이 없다는 것을 실감하게 됐다고 한다. 지금도 송암은 살이 잘 찌지 않는 몸으로 날씨가 좋지 않을 때에는 몸이 힘들기도 하다. 훈장 같은 상처를 안고 살고 있는 것이다.

도자기 기초를 익히기 위해 대학 진학

흙 대가로 도예가 반열에 오른 송암은 흙을 찾는 중에도 가끔 물레를 차며 도예의 길을 묵묵히 걸었다. 스승이 없던 송암은 도예 서적을 탐독하면서 도자기 공부를 했다. 송암은 자기가 생각하는 도자기와 책에서 말하는 도자기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크게 당황했다고 한다. 결국 송암은 기초부터 제대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자 곧바로 대학 도자기 학과에 진학을 결심했다. 신라대학교 도예학과에 진학을 해 기초를 배우고 박물관에서 도편을 보며 성형을 익혔다. 대학 졸업 후에는 대학원에 진학해 본격적인 도자 연구에 몰입했다. 국립부경대학교 국제대학원 문화학부 한국문화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본격적인 도예가의 길에 들어섰다. 그의 석사학위 논문 역시 흙에 대한 내용으로 짜여 있다. `양산지역 도자기의 제작기법 재현을 위한 연구고찰`(양산 법기리 출토 도자기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연구에는 양산지역 도자기 출토(가마터) 현황과 양산지역 생간 도자기의 흙 종류와 특성 검토, 또 도자기 제작에 사용된 물과 나무 종류에 대한 연구를 했다. 송암은 흙뿐만 아니라 도자기를 만드는 재료에 대한 깊은 연구를 통해 도자기의 근원에 충실하는 도예가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중국 하얼빈대학 초빙교수로 출강 때는 그동안 채취한 흙을 가지고 가 중국 도자 전문가들에게 선보였다. 당시 가지고 간 경상도 연질 백토와 중국 송나라 때 연질 백토를 분석한 결과 성분이 90% 같다는 사실을 알아내는 등 한국 흙의 우수성을 자랑하기도 했다. 송암은 중국 도자기를 제대로 알아야 우리 도자기를 잘 알 수 있다는 생각에 교수 초빙기간 동안 중국 도자기 연구에 전념하기도 했다.

하동엑스포 전시ㆍBTS 지민 달항아리 소장

송암의 작품은 지난 5월 하동세계차엑스포에서 특별전시를 하며 세계인들에게 우리 전통 도자기를 알렸다. 전시에는 `꽃잎 봉발 항로`, `달항아리`, `대정호조선찻사발`, `분청 다관` 등 송암의 분신과 다름없는 도자 작품이 전시돼 엑스포 방문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송암의 `달항아리`는 BTS(방탄소년단) 박지민이 소장하면서 도자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통도요에는 BTS 지민이 최근 발매한 `FACE` 앨범(CD)이 전시돼 있다. 앨범 표지에는 송암의 이름과 지민의 친필 서명이 새겨져 있다. 지난 2022년 8월 27일부터 9월 4일까지 서울 봉은사에서 특별초대전을 가졌다. `조선 찻사발의 참 얼굴: 진수무향(眞水無香)` 주제의 전시회는 봉은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자 서울시 유형문화재인 `선불당`에서 가지면서 송암 도자기의 격조를 한껏 드높였다. `선불당` 전시는 송암이 처음이다. 9일간의 전시에는 조계종 원행 총무원장과 총무원 국장 스님, 전국 주요 사찰의 주지스님, 박물관 협회장 등 각계각층의 관람객 1500여 명이 찾아 전통 도자기에 관심을 가졌다. 특히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장관이 송암 선생의 작품에 시서화를 담는 퍼포먼스를 해 전시가 더욱 빛이 났다. 정 전 장관과 조계종 큰 스님 등의 지지에 보답하기 위해 전시 수익금을 기부했다.

새벽 4시부터 6시간 작업, 강의 등 일상

`우리 전통 찻사발 재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송암은 양산 등 한국의 흙으로 전통 도자기 제조기법 재현에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내고 있다. 끊임없는 연구를 원동력으로 `양산의 사발`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포부를 실현하기 위해 그는 매일 새벽 4시부터 하루를 시작한다. 송암은 "새벽 4시가 양이 강한 시간이다. 그 시간에는 온 사방이 조용해 집중력이 제일 강해진다. 4시부터 10시까지 작업을 모두 마치고 이후 방문객을 만나거나 대학 강의 또는 도예 대회 심사, 또는 불교방송 출연을 하게 된다"며 하루 일정을 소개했다. 송암의 새벽 작업은 통도요를 찾는 방문객에 대한 배려심도 담겨 있다. 방문객을 점심시간이나 저녁 시간에만 맞이한다. 방문객 중에는 다양한 직업군의 인사들이 통도요를 찾는다. 방문객들은 한결같이 송암 선생의 흙에 대한 열정에 탄복을 하게 된다. 송암 선생의 흙사랑은 방문객들의 도자기에 대한 인식도 바꿔놓게 된다. 방문객들은 간과하고 있던 흙의 중요성에 새롭게 눈을 뜨며 우리 전통 도자기에 대해 인식 변화를 하게 된다.

`흙은 도자기의 모든 것` 전통은 고집이다

송암은 도자기 제작에 있어 재료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그는 "원초적인 재료가 가장 중요하다"며 "그중에서도 흙이 최우선이다. 우리나라의 흙 중 하나인 연질 백토는 주로 경상도에서 나오는 아주 귀한 흙인데다 거의 고갈돼 구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이 흙으로 만들어져야만 `전통 사발`이라는 명칭을 부여할 수 있다"며 재료를 강조한다. 그는 "연질 백토가 있어야 유약도 만들고 성형도 할 수 있기 때문에 흙이 기초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러나 지금은 흙 구하기가 어려운데다 흙이 귀하다 보니 흙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보다는 불, 즉 장작가마를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송암은 흙이 기초가 돼야 사발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흙 대가로서의 신념을 잘 보여 주고 있는 대목이다. 송암은 "우리 도자기는 `전승 도자기`, `전통 도자기`, `현대 도자기`로 나눌 수 있는데 특히 `전승 도자기`는 고려시대 또는 조선시대에 쓰인 백토뿐만 아니라 재료를 그대로 사용해 옛것의 형태 그대로 잡아주는 것을 의미한다"며 "`전통 도자기` 또한 고려, 조선시대에 사용했던 전통 백토를 사용해야 하고, 쓰던 재료를 그대로 가져와서 형태는 현대인이 원하는 대로 만든 것을 말한다. `현대 도자기`는 현존하는 수입된 백토, 석유에서 추출한 여러 종류의 흙 등 현대에서 나오는 재료들을 가지고 현대인이 원하는 형태로 만들어진 도자기를 말한다. 옛 재료를 사용해야만 전승과 전통의 이름을 붙일 수 있다"며 우리 고유의 전승, 전통 도자기에 대한 애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송암은 고집스럽게 원칙을 강조한다.

`만수르` 초청 등으로 송암 도자기 세계로

송암의 도자기 작품이 국제적으로 이목을 끈 사건이 있었다. 지난 2015년 세계적인 부호 아랍에미리트(UAE) 셰이크 만수르가 `세계 아라비아말 평지 경주축제`에 송암을 초청하면서 우리 전통 도자기의 우수성을 중동지역에 뽐내는 기회를 가지게 됐다. 인도 모디 총리, 영국의 닉 클레그 부총리 등 국내외 주요 인사들도 송암 선생의 도자기를 애호하면서 송암의 작품은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됐다. 한국ㆍ인도 도자기 교류전을 통해 양산 도자기를 인도에 알렸다. 도예가로서의 성공은 사회적인 교제의 폭을 넓히게 되면서 영화감독 등 영화인과의 교류를 통해 영화 `명당`에 자신의 도자기 작품이 출연하기도 했다. 송암은 영화 `명당`에 카메오 출연을 했다. 2020년 춘사영화제에서는 송암의 도자기가 시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도자기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송암 김진량 도예가.
도자기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송암 김진량 도예가.

경남 전통 도자기 명장 지정

송암은 지난 1996년 통도요 오픈 전통차사발 개인전을 연 이래 2014년 프랑스 한국 개인 초대전(프랑스 낭트 TrES 갤러리), 홍콩아트페어, 이탈리아 수교 교황 방문 기념 로마 특별 초대전(이탈리아 로마), 영국 굿모닝 런던 초대전(영국 런던 랜드마크) 등 다수의 개인전과 특별 초대전을 가지기도 했다. 대한민국 신지식인 선정, 전통 도자기 명장으로 지정(22-4호 경남)됐다. 중국 하얼빈 국립대학교 초빙교수를 역임하고 2019년부터 영산대 자문교수와 2015년부터는 부산경남 기능경기대회 도자기 직종 심사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전통 도자기 연구와 복원 힘 쓰겠다"

송암은 통도사 옆 평산마을에 1996년 통도요를 개설했다. 송암의 작업 공간인 `반야용선`은 아주 좁다, 배 모양으로 지어진 작은 작업실은 지붕 양쪽에 용이 달려 있다. 송암은 마지막이라는 심경으로 이곳에서 작업을 한다고 한다. 작은 공간의 작업실은 작업에 집중하기 좋다고 한다. 송암의 실사구시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염료를 우려내기 위해 화로에 불을 붙이면서도 특유의 섬세함을 보여줬다. 화로에 잘 마른 소나무 가지를 넣을 때는 소나무 윗동 즉 가지부터 넣기 시작해서 나중에 나무 몸통을 넣어야 화력이 점점 세지게 된다며 불을 지피는 방법에서도 전통을 강조한다. 송암은 "외국 도자기는 그냥 담는 역할만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진짜 전통 도자기는 담는 역할 이전에 도자기에 어떤 물질을 담았을 때 우리 몸을 좋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며 우리 전통 도자기 연구에 더 많은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경력

- 2014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선정, 영국 닉 클레그 초청 작품 전시, 소장

- 전통도자기 명장 지정(22-4호 경남)

- 2015년~ 부산경남 기능경기대회 도자기 직종 심사위원,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자 셰이크 만수르 송암 작품 소장

- 2019년 중국 하얼빈 국립대학교 초빙교수 역임

- 2019년~ 영산대 자문교수

- 2020년 중국 상하이 한국 대표 특별 초청 발표(한중문화원), 춘사영화제 시상품 선정

- 2021년 한국 전통 공예워크숍(동서대 아시아 미래디자 인연구소), 인도문화원 전통 도자기 기증식 및 발표

- 2022년 영산대 MOU 체결 업무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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