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14:59 (일)
주먹구구식 마을이장 선거의 '병폐'
주먹구구식 마을이장 선거의 '병폐'
  • 변경출 기자
  • 승인 2024.01.09 22: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변경출 지방자치부 부국장
변경출 지방자치부 부국장

해마다 연말이 되면 군 단위 지역의 이장 임기가 끝나는 마을은 이장선거가 화두가 되고 있다. 읍장과 면장의 임명 전까지 주민 합의 '추대'가 아닌 '선거'를 할 경우 거쳐야 할 절차가 있는데도 일각에서는 주먹구구식으로 실시하면서 '병폐'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임기 2년의 이장은 옛날과는 달리 지방선거 부활로 권한이 막강해진 부분이 있겠지만 자녀 장학금, 신분 상승, 월 수당 30만 원, 회의 참석(월 2회) 4만 원, 현장 활동비(매월) 5만 원, 설날 및 추석 상여금(1년) 60만 원, 농촌영농회장 수당(농협에서 지급 1년) 150만 원 등 연간 수입이 2023년 기준으로 총 678만 원(지역에 따라 차이 있음) 정도 되며 선거가 가열되고 있는 추세다.

수년 전 강원도에서는 이장선거에 출마한 자신을 지지해 주지 않았다며 낙선자가 마을 지인을 살해한 사건을 비롯해 주민 편 가르기, 고발 및 고소, 선거 무효 소송, 금품 살포, 부정 선거, 10년 이상 독식 등으로 각종 논쟁이 난무하고 있어 이장 선거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안'보다 특단의 선거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각 마을에서는 대표인 이장을 비롯해 개발위원회, 감사(남여, 2명), 새마을지도자, 노인회, 부녀회, 청년회, 반장 등이 구성돼 각 역할을 하고 있다. 이중 개발위원회는 마을개발, 주민 간 이해 조정, 주민복지, 공동이익사업 등을 결정하고 있다.

특히 개발위원회는 이장선거가 시작되면 선거를 주도할 수 있도록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는 등의 해야 할 역할이 중요하다. 지난해 12월 20일 의령군 의령읍 중본마을에서 실시된 이장선거에 대해 낙선자 측에서 '조작 가능성'을 제기해 논쟁이 일고 있다.

이 마을선거는 개발위원장과 감사가 사임도 하지 않고 출마해 개발위원장이 당선됐다. 투표 또한 의령군선거관리위원회에 협조를 요청하면 기표소와 투표함을 지원받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투표장(마을회관 방)이 다 보이도록 했다.

낙선자 측은 "투표는 세대 당 1명인데 2명(부부)이 투표했다. 투표용지와 투표인 체크(기록) 용지가 일치하지 않았다. 개표 참관인은 두지 않기로 합의했는데 개표장에 마을대표 5명 외 마을사람이 아닌 남자 2명이 들어간 후 방문을 걸어 잠그고 개표한 것은 조작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정황을 종합해 볼 때 이번 선거는 당연히 무효에 해당된다. 문제 제기는 낙선한 것이 억울해서가 아니고, 마을발전을 위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다 선거 9일 후인 12월 29일 대동회(마을총회) 때 실시한 부녀회장 선거도 낙선자가 반발했다. "후보 등록도 없이 우리 측 사람들은 가고 없고 상대측만 남은 가운데 즉석 투표를 해 회장을 뽑은 것은 후보의 공정한 경쟁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에 당선된 이장은 "부부가 같이 살고 있어도 주소가 따로 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조작 가능성은 전혀 없다. 기호 받을 때 마을 자체 선관위에서 참관인은 개인이 알아서 해라고 했다. 개표 때 아무도 못 들어가게 방문을 걸어 잠그는 것은 예전부터 해 오던 방식이다. 외부 참관인은 오히려 더 공정할 것으로 생각된다"며 "개인 신상 정보 때문에 투표인 명부를 정확하게 받지 못한다. 부녀회장 선거는 대동회에 오신 분들에게 후보 추천을 받아 비밀 투표를 했고, 3명이 개표한 결과 회장이 바뀌었다"고 반박했다. 갈등과 편 가르기 다툼이 발생하는 것은 '주먹구구식 선거의 병폐' 때문으로 개선이 시급한 것이 현실이다.

의령군선거관리위원회와 의령군에 따르면 '이장 선거에 대해서는 마을에서 자율적으로 하도록 할 뿐이며 별도로 관리하는 규정 제한 사항은 없다'고 밝혀 이장선거가 각종 선거 못지않게 중요한데도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