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5:09 (토)
글쓰기는 내면과 소통해 진실과 손잡는 작업이다
글쓰기는 내면과 소통해 진실과 손잡는 작업이다
  • 하영란 기자
  • 승인 2024.01.08 2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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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갑순 수필가 인터뷰
글쓰기는 외로움을 견디는 힘, 기도
글쓰기는 내 삶의 허무를 견디는 힘
수필 쓰기로 삶을 관조하고 사색하다
나갑순 수필가
나갑순 수필가

지역문단에서 사십여 년을 한결같이 공부하며 수필을 쓰고 있는 김해지역 나갑순 수필가에게 글쓰기가 가지는 힘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수필은 자신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써나간 글이다. 작가에게 글쓰기 의미와 자신의 성찰과 삶의 길을 물었다.

글쓰기는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

"나의 글쓰기는 외로움을 견디는 힘이고 위로이며, 삶의 기도이다. 삶의 여정에서 생기는 불안과 허무, 쓸쓸함의 경계를 허물어 다양성을 포용할 힘이다. 우리는 모두 시간 여행자들이다, 수많은 시간 속에 흔들리며, 넘어지며, 견디며, 삶을 이어간다. 산다는 것은 허무를 견디며 지내는 연장선상이기에 글쓰기는 위로이다. 나의 수필은 책 읽기와 여행, 주변을 산책하며 사색의 시간을 관조하며 나만의 언어로 재해석한다. 결국, 글쓰기는 내 삶의 허무를 견디는 힘이다"라고 말했다.

주로 어떤 소재·주제를 다루나?

"수필을 쓴 지 어느덧 사십여 년이다. 일상의 중심에 문학이 있어 행복하고 달콤한 삶을 살고 있다. 내 수필의 주제는 현실의 고단한 삶에 긍정의 힘을 불어넣어 현실을 견디고 인내하는 자성의 목소리들을 글로 표현한다. 주변에서 듣고 느낀 것들을 독자와 함께 사색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진실과의 소통이다. 우리가 사는 지구촌은 혼란스럽고 위태롭다. 참으로 분주하고 복잡한 일상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모두 흙으로 돌아간다는 인간의 근본적인 질문들을 담금질한다. 자연 파괴, 인간성의 소멸 등으로 비록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지만 그것의 답은 결국 인문학 속에 있음에 깨닫는다. 그러기에 내 글쓰기의 소재는 인간과 자연, 모든 일상에 지천으로 늘려 있다. 지금의 삶을 관조하며 사색을 즐긴다"고 했다.

존경하는 작가나 흔드는 말이 있다면 어떤 말인가?

'잘 사는 사람은 허무를 다스리며 산책하는 사람이 아닐까 그런 삶을 원한다. 산책보다 더 나은 게 있는 삶은 사양하겠다. 산책은 다름 아닌 존재의 휴가이다. 나는 산책 중독자다. 나는 아주 많이 걷는다. 나에게 산책은 예식이다. 산책은 구원이다. 산책은 생업이다. 산책은 네트워킹이다. 산책이 목적이 없다는 것이다. 산책하러 나갈 때 누가 뭘 시키는 것을 싫어한다.' 김영민의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중에서….

김영민 서울대 교수의 이 글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림을 좋아하고, 영화와 책 읽기를 좋아하는 나의 취향과 맞닿아 있다. 김영민 교수의 글은 산책하며 깊은 사색에 들어갈 수 있는 희망을 품게 한다. 인간은 인생의 허무와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에필로그가 마음에 와닿는다. 현재의 내 삶에 적극 공감되는 글이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수필서 좋은 문장을 꼽는다면

나갑순 수필 '감성 회복을 위해' 중에서 다음의 두 문단이 마음에 든다.

'사색과 성찰의 계절이다. 마음이 복잡할 때 가장 좋은 치료제로 자연과 더불어 산책에 나선다. 바스락거리는 겨울 낙엽을 밟으며 타박타박 둘레길을 걷노라면 묵은 생각이 정리되고 행복감이 밀려온다. 따뜻한 햇볕과 더불어 서서히 영혼에 맑은 빛이 스민다.'

'걷기는 가장 원시적인 몸짓인 동시에 몸으로 하는 사색이다. 현재와 과거를 읽어내며, 창조적 활동을 돕고 감성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또 걷기는 건강을 위해서도 좋지만, 내가 사는 주변의 역사와 문화를 둘러보고 세상의 이치를 읽어낼 수가 있다.'

앞으로 자신의 글쓰기는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산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실재계는 아득히 멀리 있다. 라캉은 죽음만이 인간의 욕망을 해결한다고 했다. 주위에서 만나게 되는 전혀 예측되지 않던 죽음 앞에 당황할 때가 있다"라며 "'노인과 바다'를 쓴 작가 헤밍웨이는 지금의 내 나이 즈음에 좋은 작품을 더 이상 못 쓸 것이란 중압감으로 죽음을 택한다. 그리고 '자기 앞의 생'을 쓴 프랑스 작가 로맹가리도 마흔한 살의 나이로 파란만장한 생을 마감한다. 그가 발표한 작품마다 평론가들의 극심한 비평에 심적 고통을 못 견뎌 했다. 끝내 그는 자신의 입에 권총을 물고 방아쇠를 당긴다. 나는 지금 그림과 글쓰기를 함께 하고 있다. 여행의 잔영이나 일상의 감동적인 장면들을 글과 그림으로 남긴다. 최근 다녀온 이스라엘 여행의 감동을 사색을 통한 삶의 관조로 더욱 주위에 선한 향기를 전달할 수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머지않은 날, 숲의 모습으로 세상에 나오길 기대한다."

1983년 일간지에 게재된 가부장적 결혼생활의 답답함을 표현한 글을 보고 당시 <사하촌>을 쓴 김정한 소설가의 격려로 수필을 쓰기 시작했다. 이후 1990년 월간 <한국시>에 '허무의 강을 위해'로 수필문학상으로 문단에 데뷔하였으며, 부산문인협회, 수필 부산, 모시올 동인으로 문학 활동을 시작하였다. 수필집으로 '호수에 그린 수채화' , '시간의 향기', '시간의 산책자' 가 있다. 가야여성문학회를 창립해 10년간 회장을 역임했으며, 김해문인협회 창간 회원으로 부회장 역임했다. 2021년 김해문학상을 받았으며, 현재는 한국문인협회, 경남문인협회, 가여성문학회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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