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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새를 생각하는 밤 -마스크·2 - 민창홍
도도새를 생각하는 밤 -마스크·2 - 민창홍
  • 경남매일
  • 승인 2024.01.03 2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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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새는 어디로 갔을까요?

 불안과 공포를 꼭 껴안은 어둠 속 의문과 질문을 반복하다가 
몽유병 환자처럼 거리로 나섭니다 
사람이 보이지 않습니다

끝 모를 사막의 아스팔트를 밟으며 
미친 듯이 손을 씻고 소독을 하고 
약국이 문을 열기 전에 줄을 서서  
세상의 입에 마스크를 씌웠습니다

새를 찾을 방법은 없는 것인가요?  

인도양의 무인도 모리셔스에 갑니다
나와 상관없는 환상의 섬
그곳은 정말 새들의 지상낙원이었을까
지구본을 돌리며 돌아보고 있습니다 

인간의 발자국이 섬에 찍히고
지구 어디쯤에는 생채기가 생겨났겠지
지나던 길에 우연히 만난 파라다이스 
그 스스로의 운명은 방향 없이 날리고  

새의 흔적을 찾다가 
별이 초롱초롱한 불면의 하늘에  
어둠을 박차고 비상하는 새를 봅니다

도도새는 어디로 간 것일까요?

- 시집 『도도새를 생각하는 밤』 중에서

시인 약력

 

- 1998년 《시의나라》, 2021년 《문학청춘》 등단. 
- 시집 《금강을 꿈꾸며》, 《닭과 코스모스》, 《캥거루 백을 멘 남자》, 《고르디우스의 매듭》, 《도도새를 생각하는 밤》, 
- 서사시집 《마산성요셉성당》. 
- 경남문협우수작품집상, 경남 올해의 젊은 작가상, 경남시학작가상 수상.
- 경남문인협회 회장, 경남시인협회 부회장, 마산문인협회 이사.

☞  지구상에서는 자연적으로 도태되어 사라지는 것들이 있다. 이에 반해 인간의 손에 의해 사라지는 것들도 있다. 도도새는 인간들의 포악함과 무지로 사라진 새이다. 도도새가 사라지자 같이 멸종된 나무도 있었다. 도도새가 열매를 먹고 발아를 하는 역할을 했던 나무도 결국 사라지고 말았다. 다행히도 몇몇 사람들이 사육되는 칠면조의 식도가 도도새의 소화 기관이 했던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알아냈다. 그들은 칠면조를 이용해 그 나무의 새로운 세대를 성장시킬 수 있었고 그 나무들은 '도도나무'라고 불리게 되었다. 이 두 가지 이야기는 인간 스스로 멸망과 삶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커다란 교훈을 준다. 

- 임창연(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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