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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청룡으로 날아오르게
서로가 청룡으로 날아오르게
  • 경남매일
  • 승인 2024.01.01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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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청룡 이야기
하영란 작가

비룡 되려면 어두운 잠룡 시기 거쳐야
'나는 날기 위해서 무얼 했는가' 물어야
용으로 비상 후 일까지 생각 한다면…
'같이 푸른 하늘 마음껏 날아보자' 권면



갑진년 새해가 밝았다. 푸른 용이 하늘을 날고 있다. 십이지 동물 중 유일하게 우리의 상상이 만들어 낸 동물이 용이다. 후한(後漢) 왕조 말기의 학자 왕부(王符)가 주장한 구사설(九似設)에서는 용의 머리는 낙타, 뿔은 사슴, 눈은 토끼, 귀는 소, 코는 돼지, 목덜미에서 몸통은 뱀, 배는 조개, 비늘은 물고기, 발톱은 매, 다리와 손바닥은 호랑이와 비슷하다고 한다. 동물들의 가장 좋은 점만 모아서 상상의 동물을 만들어 냈다. 영묘한 구슬인 용의 여의주는 모든 삿된 일과 기운을 없애주고 가지고 있는 자의 모든 일과 소원을 뜻대로 이루어 줄 수 있는 보배다.

인간은 왜 여의주를 가진 용을 만들었을까? 눈에 보이는 현상만으로는 인간의 욕망을 향한 욕망을 잠재울 수 없었던 것이 아닐까? 모든 고난을 극복하고 최고의 위치에 오르고 싶고, 최고의 위치에 오르더라도 소원한 바를 다 이루고 싶은 마음에서가 아닐까?

비룡이 되려면 잠룡의 시기를 거쳐야 한다. 잠룡의 시기는 때를 기다리며 연마하는 시기이다. 때가 오면 비로소 비룡이 된다. 비룡이 된다고 해서 모든 소원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용은 하늘을 영원히 계속 날고 있을 수만은 없다. 날아올랐다면 반드시 내려와야 한다. 최고의 정점에 올라가면 이제 내려올 일밖에 없다. 내려올 생각을 하고 자신의 주변인들에게 인심을 잃지 않고 덕을 베풀어야 하며, 제자를 길러야 한다.

갑진년 청룡의 해에 우리는 푸른 기운을 뿜어내며 비상하는 용을 상상하며 나도 그 용이 됐으면 하고 바랄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 나는 날기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 나는 얼마만큼의 높이로 날 수 있는가? 날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우리는 무엇 때문에 이렇게 날아오르지 못해서 안달하고 있는가? 타인과의 비교에서 더 높은 직급과 돈과 명예를 얻고, 더 넓은 집에서 더 좋은 승용차를 타고 이왕이면 좋은 옷을 입고 살고 싶은 욕망에서 나온 것은 아닐까?

지욱 선사의 '주역선해'에 이런 말이 나온다. '선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경사가 남아돌고 선을 쌓지 못한 집안에는 반드시 재앙이 남아돈다.('문언전') 우리는 집안의 경사를 꿈꾸고, 자신이 욕망하는 바를 성취하기를 바란다. 끝없이 욕망하고 그 욕망을 멈출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라고 해도 그 밑바탕에는 선이 있어야 한다. 선을 향한 욕망이 밑바탕이 돼야 진정한 성취가 이루어진다. 즉 청룡이 돼 하늘을 날다가 지상에 환대받으며 내려올 수 있는 것이다. 비상만을 꿈꾸어서는 안 된다. 비상 후의 일까지 생각해야 한다.

선을 쌓는 방법 중 아주 간단한 것이 있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 진심으로 웃어주는 것, 칭찬하는 것, 남의 말을 단정적으로 하지 않는 것 등이 있다. 우리는 나 아닌 다른 것들을 사실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나의 인식이 틀릴 수 있음을 알고 내가 알고 있는 상식이나 논리로 다른 것들을, 즉 타자를 규정하는 습관을 조금 참아보자. 추측이나 억측을 가지고 규정해서 말을 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말실수를 하게 된다. 나는 이런 것을 보았다고 기술(記述)만 하자. 제발 어설픈 논리의 추측으로 생사람을 잡지 말자. 이것만 안 해도 선을 쌓을 수 있다. 누군가를 가십거리로 삼고 싶다면 그 누군가를 날아오르는 방향으로 바꿔보자.

인간이 힘든 세계에서 그 힘든 세계의 너머로 가고 싶어서 용이라는 상상의 동물을 만들어 냈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가진 가장 최고의 여의주는 상상력이다. 상상력으로 우리는 상징들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이 여의주가 인간에게 이로움을 주는 것만은 아니다. 잘못 사용했을 때 오히려 자신을 해치고 주변을 해치는 무기가 된다.

누구나 여의주를 가지고 있다. 이 여의주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적인 측면이 확연하게 달라진다. 현재 내 관점을 바꾸면 나의 과거와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과거의 파편적인 기억이 나를 괴롭힐 때가 있다. 그러나 수많은 일 중 몇 개가 나에게 파편처럼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이다. 힘들었던 과거를 내가 불행했다는 관점에서만 보면 현재도 힘들고 미래도 힘들다. 찬찬히 좀 더 들여다보면 지금의 내가 있기 위해서 수많은 타자들의 도움으로 이 자리에 있다는 것만은 확실해진다. 그 힘듦이 있었기에 더 단단해졌고, 내 사과의 단맛이 무르익는 중일 것이다.

빨간 머리 앤은 초록지붕 집으로 오기 전까지 고아로서 힘겹게 살아왔다. 그러나 앤은 슬픔 안에 잠식되지 않았고, 사물을 다른 사람이 부여한 이름으로 부르기보다는 자신만의 이름으로 다시 이름을 지어서 불렀다. 앤은 언제나 현실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타인을 원망하거나 슬픔 속에 가라앉기를 거부했다. 상상과 공상 사이를 오가며 끝없이 에너지를 축적했고,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앤이 됐다. 앤이 가진 힘은 긍정의 상상력이었다. 사물을 새롭게 보고 자신이 펼칠 수 있는 상상력을 최대한 펼치며 내면의 힘을 확장했다.

우리는 외면을 보고 타인을 평가한다. 그러나 그 내면은 얼굴에 드러나고, 어떤 삶을 사는지의 태도가 되고, 태도는 그 사람의 가치를 보여준다.

갑진년에는 서로를 청룡이 되게 해서 같이 푸른 하늘을 맘껏 날아보자. 하늘을 날 준비를 하는 잠룡의 시기에는 서로에게 힘이 돼 주는 말을 건네고, 그 사람의 가장 빛나는 것이 무엇인지를 유심히 살피고 그것이 드러나도록 마음을 내보자. 상상만으로도 즐거울 것이다. 타인이 어떨 때 가장 빛나는지, 가장 빛나도록 내가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를 최대한 상상력을 발휘해 본다면 나 또한 마음이 편안해지고, 마음이 편하면 나에게 주어진 천명을 알게 될 것이다. 천명의 길을 걸어간다면 내가 원하는 일이 저절로 이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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