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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선택 21 끝
우리의 선택 21 끝
  • 경남매일
  • 승인 2024.01.01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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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
박정기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

통일을 하는데 있어 깨끗한 방법을 안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나. 우리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세상에 공짜가 없듯 비용이 많이 든다. 깔끔한 만큼 피를 흘려야 한다. 나는 피 흘리는 게 싫다. 나는 군인이라 전쟁은 조금 안다. 전쟁은 피만 흘리는 게 아니다. 인성이 무너지고, 영혼이 황폐해진다. 배달의 공동체가 깨진다.

나는 물이 좋다. 상선약수(上善若水)란 말이 있다. 노자의 말이다. '물은 성질은 선한 것 중에서도 상위에 속한다. 물은 다투지 아니하면서 만물을 이롭게 한다. 모든 이들이 싫어하는 곳에 거하니 도에 가깝다'라는 가르침이다.

물은 높은 곳에서 아래로 흐른다. 겸손하다. 항상 빈 곳을 채우고, 구석구석을 어루만지며 만물을 키운다. 공평하고 자애롭다. 더운물 찬물 가리지 않고 잘 어울린다. 너그럽다.

우리 통일도 물과 물이 만나듯-작은 내는 큰 내로 합치고, 큰 강은 바다로 합치듯-자연스레 합류하는 것이다. 한국이라는 큰 내가 흐르는 곳으로 북한이라는 또 하나의 내가 흘러 적당한 곳에서 합류하게 한다. 대한민국은 인민공화국보다 100배는 큰 강이다. 도도히 흐르는 큰 강에 샛강이 조용히 합친다. 같은 말을 하고, 같은 글을 쓰고, 같은 제사를 지내는 우리의 합류는 소리 없이 이뤄지리라.

물은 아래로만 흐르니 낮은 곳에 자리를 마련하자. 북한 동포는 굶는데, 저들은 호의호식하며 고급 코냑이나 즐기니 하늘이 무심치 않을 것이다. 때는 오고 있다. 너무 썩었다. 제풀에 무너질 수도 있다. 유엔이 나서고, 미국이 나서고, 남한의 형제들이 나서면 안 될 것 없다.

동포 형제들은 자유의 종소리가 들릴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우리는 인내하며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밀고 나가자.

북한 동포의 민주화는 수단이 많다. 인권을 문제 삼고, 탈북민을 활용하고, 미국과 유엔이 나서면 안 될 것도 없다. 징표가 보이지 않느냐? 조금만 인내하자. 때는 오고 있다.

통일문제로 고민 좀 했다. 문득, 황장엽(1923~2010) 선생이 생각났다. 오호라! 황 선생이 타계하셨으니 만날 수가 있나! 책을 사 봤다.

첫마디가 "수령 독재와 자유민주주의는 같은 하늘 아래 절대로 공존할 수 없다"였다. 그럼 쳐들어가? 아니다. 쳐들어가면 재앙이다. 메울 수 없는 골을 판다. 통일이 아니라 파경이다. 합류해야 무리가 없다.

황 선생도 수령 독재는 누르고 북한 동포는 민주화하는 게 좋다고 했다. 때는 무르익어간다. 그러니까 수령 독재를 누르라고 한 게 아니겠나? 수령 독재가 무너지면 유엔 감시하에 단일 정부를 세우고, 옛 8개 도에 지방 정부를 둔다. 외교와 국방은 정부가 맡고, 행정은 지방 정부가 담당한다. 이 땅의 젊은이여! 우리의 가장 중요한 시대적 사명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통일보다 크고, 의미 있는 대박이 또 어디 있겠나? '통일'은 자네와 나, 그리고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이에게 주어진 소명이요, 천명이다.

사랑하는 제군! 제군들이야말로 배달민족의 숙원인 통일을 성취할 세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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