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4:30 (토)
비겁한 침묵
비겁한 침묵
  • 양기섭 기자
  • 승인 2023.12.27 2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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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섭 지방자치부 부장
양기섭 지방자치부 부장

'교육'에는 '지식과 기술 등을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 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교사는 이를 위해 학생에게 지식이나 기능을 가르쳐 주는 수업을 행한다. 또, 학생들과의 교감하며 교사로서 신뢰와 위엄, 존경심 등을 추구하며 청소년기 학생들의 인격 형성에도 기여하게 된다.

이런 사실을 모두 자각하고 있음에도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불신과 위선을 깃들게하는 나태하고 무책임한 교육 현장을 반복해서 보고 있다. 크게 3가지 정도를 들 수 있다. 첫째, 특정 시기만 되면 정규 수업을 등한시하는 관행으로 굳어져 버린 교육 현장의 '사라진 수업' 얘기는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학기말 시험 이후 정규 수업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1학기 2차 고사 후 방학 전까지, 특히 2학기 2차 고사를 치른 뒤부터 새로운 학년이 될 때까지의 시간이다. 학생들에게 전자기기의 교내 사용을 허용하고 학생들은 등교 후 대부분의 시간을 생기부, 세특 등의 작성에 할애한다. "왜 수업을 안 하는지 모르겠다"는 학생들은 수업 진행을 건의하다 "반 친구들이나 선생님의 미움을 살까 봐 주위 눈치만 살핀다"고 말한다.

학생들의 눈에도 비정상적인 학교 현장에서의 행태는 의구심·불신을 쌓고 있다. 대부분 학부모는 내 아이가 아침에 등교해서 수업 없이 온종일 자율학습, 영상 시청 등을 하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현실을 알고 있다. 부당한 현실을 알고는 있으나 말하지 않고 바꾸려 들지 않는다. 비겁한 침묵 앞에 내 아이들이 병들고 있다.

둘째, 학기 중이나 방학 때 일정 비용을 학부모가 부담해야 하는 자율을 가장한 반강제형 유료 보충수업 및 특강수업이 진행된다. 학교 측은 신청자를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 본인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는 '자율'이라는 허명을 씌워 놓았다. 하지만, 비신청자는 담임 및 교과담당 교사와의 개인상담에서 이유와 질타 등을 받는 탓에 이미 '자율'이라는 경계는 벗어나 있다. 학기 중 정규 수업도 제대로 진행하지 않으면서 학기 중이나 방학을 이용한 유료 보충·특강수업이 웬 말인가? 모두의 침묵 앞에 수십 년간 행해 온, 차마 버리지 못하는 공교육 현장의 부산물이다. 사교육 현장에서도 보충수업은 진도가 맞지 않거나 특정 부분 이해도가 떨어지는 등의 원인에서 무보수로 진행된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셋째, '모의고사'라 칭하는 목적과 의미가 사라져 버린 '고교학력평가'를 들고 싶다. 출제되는 내용을 배우지 않은, 평가 내용의 진도를 맞히지 못한 무의미한 평가는 일부 학생들만의 평가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학교 시험 감독을 경험해 본 학부모들은 잠든 교실, 숙소가 된 현장을 목격했을 것이다. 모의고사는 사교육을 통해 배운 내용으로 치르는 것이 아니다. 책임과 의무를 회피한 어떤 핑계와 궁색한 변명도 정규 수업을 사라지게 하고 유료 보충·특강 수업을 강요하는 학교 현장의 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다.

학생들은 학창시절을 통해 성실한 노력의 결과가 성적으로 나타나는 정직함을 배우고 가진 끼와 역량을 찾아 미래를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교과과정이 아닌 친구·선후배·선생님들과의 인간 관계와 추억 등을 통해 밝고 바르게 성장해 나가야 할 것이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신뢰와 위엄, 존경심 등을 추구하고 학생관리의 편의를 내세워 학생들을 억압하고 강제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자유롭고 즐거운 학습분위기와 환경을 조성해 존경받고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되기 위한 정규수업 충실 등 본문에 맞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모두의 눈높이와 상식의 선에서 행동하고 눈을 들어 학생들을 바라보고 귀를 열어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선생님이 교육환경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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