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09:39 (목)
[한지현의 '안녕 프랑스'] 전국 70개 국립 무대… 다양한 예술 세계 열어
[한지현의 '안녕 프랑스'] 전국 70개 국립 무대… 다양한 예술 세계 열어
  • 한지현
  • 승인 2023.12.27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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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현의 '안녕 프랑스'
관객 체험형 예술 장르 '인터렉티브 아트' 감상
지역문화 예술 활성화 중심에는 프랑스 '국립 무대'
예술가에게 '창작의 기회'·지역민 '예술 향유' 선사
무대 위에 앉아 작품 '마지막 순간'을 감상하는 관객들.
무대 위에 앉아 작품 '마지막 순간'을 감상하는 관객들.

어둠이 드리워진 무대 위로 슬며시 빛의 파도가 몰려온다. 눈부신 조명 아래 아이들이 하나둘 탄성을 내지르자, 물결은 더욱더 거세게 일렁이며 칠흑 같던 고요함을 걷어낸다. 아름다운 빛의 향연으로 그 시작을 알린 공연 '마지막 순간(Derniere minute)'은 추운 겨울 얼어있던 관객들의 마음 한편에 따뜻한 불씨를 밝혔다.

디지털 아트 듀오 클레르 바르덴느(Claire Bardainne)와 아드리앙 몽도(Adrien Mondot)가 선보인 이번 공연 '마지막 순간'은 설치미술과 퍼포먼스가 함께 융합된 작품이다. 작품은 '아버지의 죽음과 아들의 탄생'이라는 이야기를 모티브로,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그 접점의 순간들에 주목한다. 작품은 'NEMO 디지털 아트 비엔날레'의 프로그램의 하나로 '쌍둥이자리 극장(Theatre Les Gemeaux)'에서 12월 8일에서 17일까지 소개됐다.

무대 위를 걸으며 온몸으로 작품을 감상하는 어린 관객들의 모습.
무대 위를 걸으며 온몸으로 작품을 감상하는 어린 관객들의 모습.

내레이션, 음악, 프로젝션의 만남이 돋보이는 이번 무대는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빛의 움직임이 달라지는 체험형 예술 장르 '인터렉티브 아트'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인터렉티브 아트는 작가와 관객의 소통을 통해 완성되는 예술 장르로, 관객의 몸이 작품 일부분이 된다는 점에서 관객 없이는 작품이 완성될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작품의 의도를 파악하려 하기보다는 작품의 의미를 온몸으로 감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객들은 깜빡이는 빛에 따라 춤을 추기도 하고, 서로 손을 맞잡은 채 음악에 맞춰 뛰기도 한다. 개중에는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천장으로 반사되는 이미지들을 감상하는 이들도 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품을 경험하는 관객들을 바라보는 것 또한 인터렉티브 아트 작품을 감상하는 또 하나의 재미다. 자유롭게 무대를 가로지르는 발걸음 사이로 작은 물방울, 파도의 파편, 흩날리는 재들이 뭉게뭉게 피어난다. 같은 작품을 두고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는 관객들의 얼굴 위로 웃음꽃이 피어난다. 작가가 만들어 놓은 작품의 틀 안에서 또 다른 개개인의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점이 바로 인터렉티브 아트의 묘미다.

국립 무대 '쌍둥이자리 극장'의 외관.
국립 무대 '쌍둥이자리 극장'의 외관.

이번 공연을 만나볼 수 있었던 '쌍둥이자리 극장'은 프랑스 전역에 퍼진 약 70개의 국립 무대(Scene nationale) 중 하나다. 극장이 위치한 파리 근교의 작은 도시 소(Sceaux)는 작은 베르사유 공원이라 불리는 소 공원(Parc de Sceaux)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만큼 화려한 도시와는 다른 고요하고 자연 친화적인 풍경이 돋보인다. '쌍둥이자리 극장'은 이 도시의 유일한 극장으로서 지역민들에게 실험적이면서 현대적인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프랑스 전역에는 5개의 국립 극장, 30여 개의 연극 센터를 비롯해 약 70개의 국립 무대가 존재한다. 국립 무대는 1991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창설된 공공극장 중 하나로, 연극을 중심으로 무용, 음악, 퍼포먼스 등 다양한 공연예술 장르의 확산을 지원한다. 수도에 집중돼 있던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를 지역으로 확산시키고, 지역의 문화예술을 활성화하고자 했던 바람이 담겨있다. 오늘날 국립 무대는 창작 주체로서 예술가들의 창작을 지원하고, 문화예술 확산 기관으로서 각 지역민에게 복합문화공간을 선사한다.

1994년 국립 무대로 지정된 '쌍둥이자리 극장'의 역사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프랑스 문화부 장관이었던 앙드레 말로(Andre Malraux)의 지휘 아래 전국적으로 문화의 집(Maison de la culture) 창설의 바람이 불었다. 그 흐름에 따라 도시는 새로운 문화 활동 센터(Centre d'action culturelle)를 개설하며 점차 주변 소도시들의 문화생활까지 담당하게 됐다. '쌍둥이자리'라는 이름은 지역의 여러 문화가 한 곳에서 교차하는 모습에서 비롯됐다. 국립 무대로 지정된 이후, 극장은 연극을 넘어 무용, 재즈, 디지털 아트 등 더욱 폭넓은 예술 장르를 지역민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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