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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태왕릉비의 진실 36. 연재를 마치며
광개토태왕릉비의 진실 36. 연재를 마치며
  • 경남매일
  • 승인 2023.12.25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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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명스님
도명스님

고대로부터 “역사는 무엇인가?” 또는 “역사를 어떻게 인식해야 하느냐?” 하는 역사 본연에 대한 물음들이 많은 대가들에 의해 끊임없이 정의되어 왔다. 이 가운데 근대 프랑스 출신의 역사가인 마르크 블로크(1886~1944)의 주장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 그는 프랑스에서 태어나 여러 가지 저술 활동과 프랑스 해방을 위한 레지스탕스 운동을 하다가 나치에 의해 총살당한 당대의 지식인이었다.

그가 남긴 저술 가운데 『역사를 위한 변명』은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꽤 회자하기도 하는데 이 책은 그의 아들이 “아빠 역사란 무엇에 쓰는 것인가요?”라는 순수한 질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비록 그의 생전에 완성되진 못했지만, 사후 출간되어 많은 사람에게 역사를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였다. 그는 역사를 과거의 시간 속에 고착된 학문으로 보지 않고 마치 살아있는 생명으로 인식하고자 했다. 역사적 사실이 중요하지만 어떻게 유익한 가치를 창출해 내는가도 중요하게 인식했다. 그래서 그는 문헌학과 고고학 이외의 다양한 학문의 교류와 과학적인 방법론들도 수용하고자 했는데 소위 요즘 말하는 ‘융합고고학’을 그때 이미 말하고 있었다.

그동안 광개토태왕릉비에 대한 연구는 문헌을 통한 문맥의 일관성과 탁본의 비교 분석을 통한 연구뿐 아니라 태왕 당대 및 구한 말 비문 왜곡 당시의 국제정세 등을 고려했다. 그와 함께 역사전문가도 아닌 필자의 역사연구에 큰 도움을 받았던 것은 불교의 연기(緣起法)적 세계관이었다. 역사가 시간이라는 씨줄과 공간이라는 날줄로 연기적으로 짜여 있어 연기의 통합적 사고로 비교적 짧은 시간에 결과물을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도(道)에 승속이 없듯 역사에도 사학자만이 역사의 진실을 독점하라는 법 또한 없다.

사실 필자의 역사 연구는 가야불교를 부정하는 현 사학계의 왜곡된 시각에 대한 의문으로부터 시작되었는데 주변국인 중국과 일본의 역사침탈을 목도하고는 큰 분노도 일었다. 또한 역사의식 부족으로 인한 우리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과 주변국들의 역사공작에 휘말려 침묵으로 일관하는 사학계의 현실을 보면서 결국 “우리 역사는 국민들이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결의를 가슴에 새기는 계기도 되었다.

한편 광개토태왕릉비가 발견 이후로 온갖 음모론과 논란에 휩싸인 것은 그만큼 이 비가 중요한 역사적 가치가 담겨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리고 연구를 통해 논란의 <신묘년조>를 비롯한 주요 쟁점 이외에 다음과 같은 몇 가지도 수정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첫째, 비문에 나와 있는 고구려의 시조는 주몽(朱蒙)이 아닌 추모왕(鄒牟王)이다. 그런데 우리는 비문에 나오는 최초의 왕명(王名)이 아니라 이후의 역사서가 인용한 이름을 그대로 차용하고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사용하고 있는데 바로 잡아야 한다. 둘째, 태왕의 시호(諡號)가 국강상광개토경평안호태왕(國罡上廣開土境平安好太王)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國罡’을 대부분은 ‘國岡’으로 표기하고 있다. ‘북극성 罡’을 ‘언덕 岡’으로 잘못 표기하고 있다. 고구려는 고조선과 북부여의 국통을 이은 나라이며 천손민족의 후예라는 자긍심이 저 ‘罡’이란 글자 속에 있다. ‘國岡’이 아니라 ‘國罡’이다.

셋째, 비문의 최대 관심사인 <신묘년조>를 <을미년조>로 바꿔야 한다. 왜냐면 시간의 흐름 즉 편년으로 기록된 이 비의 서술 방식을 벗어나 을미년의 사건을 신묘년에 일어난 사건으로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묘년에 대한 언급이 있다는 것만으로 을미년의 사건을 신묘년의 사건으로 잘못 표기하고 있다. 넷째, 비문에서는 고구려의 시작을 부여가 아닌 북부여임을 천명하고 있다. 비문에서도 ‘出自北扶餘’라고 했기에 학계는 백제가 자칭 남부여라고 이름한 연유를 인식하고 북부여에 대한 중요성을 좀 더 고찰해야 할 것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알게 되었지만 우리는 부지불식 간에 기존의 잘못된 관념들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우리 역사의 틀 전체를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우리 역사를 바로세우기 위해서는 학술적인 연구도 당연히 필요하다. 뿐만아니라 역사왜곡에 대해서는 바른말을 할 수 있는 정의로운 마음과 함께 의로운 행동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지금 이 엄동설한에도 왜곡된 <전라도천년사> 폐기를 위해 전라북도 도청 앞에 텐트를 치고 농성하는 의로운 국민들의 노고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동안 어려운 글을 읽어주신 독자 제현과 지면을 할애해 주신 경남매일 신문사에 감사드린다. 한해 마무리 잘하시고 행복한 새해 맞으시길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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