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20:37 (수)
[한지현의 '안녕 프랑스'] 크리스마스 마켓 특별한 풍경 `설렘`
[한지현의 '안녕 프랑스'] 크리스마스 마켓 특별한 풍경 `설렘`
  • 한지현
  • 승인 2023.12.19 10:5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지현의 `안녕 프랑스`

온 가족과 함께 긴 휴가 즐기며 여러도시 여행
프로방스 지방 마켓 상징 `크레슈`ㆍ`상통 인형`
각 도시 먹거리ㆍ볼거리 다채로운 프로그램 `눈길`
축제 분위기ㆍ즐기는 행사 속 크리스마스 의미 찾아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찾아볼 수 있는 지역의 예술가들의 수공예 제품들.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찾아볼 수 있는 지역의 예술가들의 수공예 제품들.

찬바람에 코끝 시린 겨울, 프랑스 전역은 크리스마스 준비로 분주하다. 알록달록한 빛으로 채워진 상점들 사이, 팔 한가득 선물을 안고 거리를 나서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여기저기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설렘으로 가득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온 도시에 퍼진다. 이처럼 가톨릭 전통을 이어가는 프랑스의 크리스마스 `노엘`은 현대에 이르러 종교적인 의미를 넘어선 특별한 프랑스 문화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프랑스의 크리스마스 휴일은 보통 길게는 3주, 짧게는 1주 정도로 긴 편이다. 크리스마스를 시작으로 새해까지 이어지는 긴 휴가 동안 프랑스인들은 가족과 친구들을 찾아 이 도시 저 도시를 옮겨 다니며 따뜻한 연말을 보낸다. 우리나라에서 크리스마스가 주로 연인들의 날로 여겨지는 것과 달리, 프랑스에서는 온 가족이 모여 함께하는 특별한 휴일이다.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에 다함께 저녁 식사를 즐기고, 25일 아침에 준비해 온 선물을 개봉하는 것이 전통이다.

크리스마스를 대하는 방식에는 문화적 차이가 있겠지만,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지난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희망과 기대로 다가오는 해를 시작하고자 하는 염원만큼은 만국 공통이다.

프랑스에서 크리스마스가 기다려지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크리스마스 마켓이다. 12월 초 프랑스 전역에서 시작되는 이 행사는 다채로운 먹거리와 볼거리로 각 도시를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물들인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따뜻한 와인 뱅쇼를 시작으로, 말린 소세지 소시송, 전통요리 푸아그라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음식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기회이다.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판매하는 알록달록한 상통 인형들.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판매하는 알록달록한 상통 인형들.

거대한 장식의 크리스마스 트리, 화려한 빛으로 가득한 퍼레이드 또한 크리스마스 마켓 기간에만 볼 수 있는 특별한 풍경이다. 오늘날 프랑스 크리스마스 마켓은 각 도시의 매력을 한껏 뽐내며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중요 관광 요소 중 하나가 됐다.

콜마르, 스트라스부르 등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유명한 여러 도시들이 있지만, 프로방스로 잘 알려진 남프랑스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상통 인형 시장`이라는 특별한 전통을 지니고 있다.

`작은 성자`를 뜻하는 `상통(Santon)` 인형은 예수가 마굿간에서 태어나는 순간을 인형으로 장식하는 문화인 `크레슈(Creche)`로부터 시작했다. 그 크레슈를 이루는 작은 인형들을 `상통 인형`이라 칭한다. 점토로 만들어진 이 작은 인형들은 예수, 마리아, 요셉 등 성경의 인물들을 비롯해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의 전통적인 풍경과 삶, 직업을 보여준다. 상통 인형 제작 기술은 2021년에 프랑스 무형문화재에 등록됐다.

크레슈의 역사는 중세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1세기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그레치오에서 종교인 프랑수아 다시즈(Francois d`Assise)에 의해 처음으로 예수의 탄생 장면이 작은 연극의 형태로 소개된 후, 점차 각 배우들이 나무, 석고, 유리로 된 인형들로 대체되면서 오늘날의 전시 형태로 각 가톨릭 성당에 자리 잡게 됐다. 프랑스 혁명 이후 많은 성당들이 문을 닫게 되면서 이 문화는 잠시 사라졌지만, 프로방스 지역에서는 여전히 작은 크레슈를 집안에 장식하는 형태로 전통이 이어져 왔다. 이후 1803년 프랑스 남부 도시 마르세유에서 열린 최초의 상통 인형 시장을 시작으로 프로방스 전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상통 인형 시장은 오늘날의 프로방스 크리스마스 마켓의 상징이 됐다.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한껏 화려해진 프랑스 아비뇽 거리.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한껏 화려해진 프랑스 아비뇽 거리.

프랑스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주목할 만한 점은 바로 각 지역의 특색이 묻어난다는 것이다. 지역의 소상공인과 예술가들, 여러 문화예술기관과의 협업으로 꾸려지는 이 행사는 지역의 문화유산 및 특산품을 비롯해 지역의 문화예술이 어우러지는 독특한 매력을 자아낸다. 퍼레이드, 불꽃놀이, 공연, 전시 등 지역의 특색을 지닌 다양한 행사들은 지역민들과 관광객들에게 특별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크리스마스 트리 만들기, 요리 클래스 등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들 또한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제공한다.

프랑스에서 크리스마스가 기다려지는 이유는 바로 이 다채로운 축제 분위기와 프로그램들 속에서 함께 나누는 소중한 순간들 때문이다. 모두가 설레는 마음으로 이 축제를 준비하고 기다리며, 즐기는 것이 진정한 크리스마스의 의미가 아닐까. 지역 문화의 다양성을 위한 협력과 시도는 오늘날 지역 주민들에게도 큰 활력과 자부심을 주며, 지역 사회와 문화에 활기를 불러일으키는 원동력이 된다. 이처럼 프랑스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오늘날 단순한 소비의 장소를 넘어 지역 사회와 문화를 연결하며,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지현 약력

△프랑스 아비뇽 대학교 문화커뮤니케이션학 석사 △아비뇽 대학교 연극학 박사과정 △대한민국 정부 국비유학 장학생 △아비뇽 고등예술학교 근무 △아비뇽 페스티벌 축제 큐레이터 △현 프랑스 국립도서관 근무 △문화체육관광부 기자 △EBS 글로벌 리포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홍련 2023-12-23 23:43:12
글 잘 읽었습니다. 마치 프랑스에서 보는 듯한 생생한 느낌의 글 정말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