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15:12 (일)
옷이 울다 - 이미화
옷이 울다 - 이미화
  • 경남매일
  • 승인 2023.12.13 2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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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깁다
실을 잡아당겼더니

소리도 못 내고 옷이 운다

느슨하게 실을 풀어주니
금방
뚝,
울음을 그친다

언제부터 울었을까?
낡은 내 옷은

 자주 울음이 난 건 내가 내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려고 깁고 있던 가늘고 긴 울음의 올을 잡아당겼다는 것
 누구 때문도 아니고 내가 내게 낸 울음

나는 깁고 있던 실의 매듭을 홀쳐맨다
울음의 올을 홀쳐맨다

 - 시집 《그림자를 옮기는 시간》 중에서

시인 약력

 

- 2010년《경남신문》신춘문예 등단. 
- 시집《치통의 아침》,《그림자를 옮기는 시간》.
- 경남문인협회 사무국장, 진주문인협회 회원.

☞  세상의 슬픔과 기쁨은 외부에서 시작되지만, 그것을 겉으로 표현하는 건 자신의 일이다. 시인도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려고 자주 울었다고 말한다. 하소연을 하려고 찾아온 사람에겐 해결책을 말하기보다는 상대의 말을 묵묵히 듣기만 해주는 것이 진정한 해답이 된다. 모든 상처는 시간이 지나야 아물겠지만 슬플 때는 실컷 울어주는 것도 스스로에게 위로가 되기도 한다. 울음의 시작도 울음을 그치게 하는 것도 본인이다.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것은 결국 혼자만의 일이다. 그래도 살아있는 동안은 부대끼며 기쁨도 주고 상처도 주는 것이 사람이라는 이웃이다. 그래서 가장 가까운 사람일수록 기쁨과 상처를 크게 주는 것이다. 어떤 상황을 만날지라도 웃을 것인가 울 것인가를 내가 정할 수 있다는 것은 삶의 주체가 나라는 증거이다. 
 - 임창연(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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